'리멤버' 감독 "반일 NO, 잊으려는 자와 기억하는 자의 이야기"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10.18 15: 20

누군가 잊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잊지 않기 위해 조명한다. 통쾌함 이면에 씁쓸함을 남기는 영화 '리멤버'의 이일형 감독을 만나봤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들을 찾아 60년 동안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린 20대 청년 인규(남주혁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에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작품을 연출한 이일형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일형 감독은 먼저 "영화를 2020년 2월에 촬영해 그해 6월에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까지 마치고 드디어 선보이게 됐다. 보통 후반작업은 6개월이면 끝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기다리던 1년 동안 잊고 살려 했는데 다시 꺼낼 수 있게 돼 새로웠다"라고 말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리멤버'를 연출한 이일형 감독.

특히 그는 "최소 '지루하진 않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제 눈에 모자란 것도 보이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그는 원작이 된 2015년 독일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부분에 대해 "원작은 로드 무비, 예술 영화에 가까웠다.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가 아니었다. 상업적 포맷은 관객과 소통하는 장치인데 그런 걸 어떻게 줄 수 있을까 싶어서 상업적 장치로 액션을 고민했다. 영화의 텐션을 조율할 수 있는 가벼운 장면도 많이 설정했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친일 잔재 청산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통쾌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다만 이일형 감독은 "친일, 반일 같은 것들에 대해 제가 깊이 있게 공부한 건 아니"라며 "상식적인 선과 일반적인 감정, 데이터에 근거해 영화를 찍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작에 대해서도 "리메이크도 창조의 영역이라 한번만 봤고, 배우들에겐 원작을 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라고 했다. 
그런 이일형 감독이 촬영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건 이성민의 80대 노인 분장이었다. 매번 촬영마다 2시간 넘는 분장을 이성민이 직접 소화하고 촬영했다고. 감독은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게 이성민 선배님 분장이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할아버지 분장'인 게 티나는 순간 몰입이 안 된다고 봤다"라며 "촬영 내내 옆에 '할아버지 같아?'라고 계속 물어봤다. 아무래도 이성민 선배님이 너무 잘하셔서 다행히 티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안도를 표했다. 
이일형 감독은 "이성민 선배님과 남주혁 배우 모두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들이었다"라며 이성민과 남주혁 조합에 대한 캐스팅의 확신을 밝혔다. 그는 "80대 노인 필주와 20대 청년 인규의 버디 무비 형태나 액션과 속도감, 이런 부분들을 상업적으로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라며 "인규의 시선도 원작과의 차이점을 위해 추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필주는 액션,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리액션'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 지점이 관객이 볼 때 필주의 이야기를 부드럽게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고 봤다"라며 "남주혁 배우를 처음에 '눈이 부시게'를 보고 '진짜'처럼 연기한다고 생각해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키도 크고 잘생겨서 다른 세계의 외형을 갖고 있는데 캐릭터가 진짜 어딘가에 저런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하더라. 연기도 잘했다. 처음에 사실 놀랐다. 생각보다 동물적으로 했다. 가장 놀란 건 '디렉션'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한 거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성민 선배는 제가 생각하는 모든 조건에 맞았다. 분장 후 할아버지처럼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보면 눈에 '선함'이 있는 분인데 그게 우리 주변의 할아버지처럼 보일 수 있게 한다고 봤다. '군도: 민란의 시대' 조감독 때 처음 뵙고, '검사외전' 때도 뵀는데 다른 배우가 떠오르질 않았다. 연기, 인품 수만가지 조건이 가장 적합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일형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어떤 분이 '어떻게 요즘에 이럴 줄 알고 개봉하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대본을 2018년도에 썼는제 어떻게 지금 상황이 이럴 줄 알았겠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만큼 세상이 변하지 않고 2022년이 돼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들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안타깝고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인공이 '사적 복수'를 하는데 그게 옳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왜 옳고 그름에 대해서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기피하고 얘기하지 않으니까 분명히 정해진 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쟁하고 갈라서게 만드는 그런 지점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주제적으로 의문을 던지는 거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이일형 감독은 지난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가 국내에서 치러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제가 대학생 때 였는데 그걸 뉴스로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여전히 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로. 그래서 영화적으로 가장 큰 장면에 세팅을 했는데 그건 거시적인 상황일 뿐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저 역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님을 존경하고 일본 영화도 많이 보면서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이 안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그 것만 해결되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영화 제목이 원작에서처럼 '리멤버'라고 따왔는데 정말 고민하면서 정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한 제목이 없더라. 이 영화를 관통하는 여러가지 것들이 어떤 기억고하 잊으려는 자, 잊지 않으려는 자 그리고 잊어가는 자들에게 통용되는 거다. 마치 멜로 영화 제목 같다는 말도 들었지만 더 좋은 제목이 없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리멤버'를 본 관객들에게 영화는 어떻게 기억되고 또 잊지 못할 메시지를 남겨줄 수 있을까. '리멤버'는 26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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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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