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달’ 하경 “‘개천용’ 후에 쉬었냐고…기다림의 순간 끝났다”[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2.10.18 19: 19

 지난 2020년,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배우 하경이 ‘낮과 달’을 시작으로 다시 ‘열일’을 이어간다.
오는 20일 영화 ‘낮과 달’(감독 이영아)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하경은 OSEN과 만나 “조금 시원섭섭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낮과 달’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첫사랑을 만난 민희(유다인 분)와 첫사랑의 아내를 만난 목하(조은지 분), 가장 멀고도 가까운 두 여자가 만나 밀고 밀리는 관계를 쌓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경은 극중 목하의 아들이자 싱어송라이터 태경 역으로 분했다.
하경은 “영화 스토리를 보면 다들 ‘막장이냐’고 물으시더라. 아니다. 관계가 특이한데, 잘 풀린다. 내용도 따뜻하다. ‘궁금하면 가서 보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계가 복잡해서 저도 가끔 헷갈린다. 그런데 그 관계가 결국 해결된다. 물론 관계는 유지되지만, 잘 해소 돼서 인물들끼리 잘 어우러진다”고 영화의 포인트를 짚었다.

‘낮과 달’은 정식 개봉전인 지난해 10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바 있다. ‘낮과 달’을 통해 처음으로 ‘부국제’를 방문했던 하경은 “너무 좋았다. 처음이었다. 영화제에 간 것도 처음이고, 초청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많이 신기했다”고 돌이켜 봤다. 그는 “2020년 겨울쯤 촬영했다. 코로나도 있다 보니 개봉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반응이 좋아서 영화제에 초청도 되고 하는 걸 보니까 뿌듯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관객들이 ‘낮과 달’을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냐고 묻자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장르나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갖고 오는 것보다 편하게 본 후에 ‘어? 재밌네’라고 느껴주시길 바람는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6년 연극 ‘갈매기’를 통해 배우 활동을 시작한 하경은 ‘크리미널 마인드’를 시작으로 ‘시카고 타자기’, ‘안단테’, ‘돈꽃’, ‘친애하는 판사님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마더’ 등 다양한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왔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고3때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고 밝힌 하경은 “3수 하고 서울예술대학교에 들어왔다. 수능을 3번 봤다”며 웃었다. 남들보다 늦게 연기 입시를 시작했지만 그는 “힘든 것보다는 재미가 더 컸다. 신체적으로는 힘들었다. 다리를 찢다가 다쳐서 아직도 다리 모양이 조금 다르다. 너무 힘들어서 밥 먹다 울었는데, ‘그만할래?’라고 물으시는 어머니에게 ‘너무 재밌어서 못 그만두겠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배우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우연한 기회 덕분이었다. 하경은 “대학 다닐 때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이 수업은 꼭 들으라’고 하시더라. 어쩔수 없이 부모님한테 수강비를 부탁해서 수업을 들었는데, 거기서 만난 연출님이 ‘갈매기’ 연출님이었다. 외국인이셨는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출연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편견 없이 이미지 괜찮고 잘 어울리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기회를 저에게 열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해 어느덧 6년째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다행히 여전히 재밌다. 사실 잠들 때 빼고는 계속 연기 생각만 하고 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경은 “그동안 기회를 많이 잡아 주셨다.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다. 어느 오디션에서는 제가 ‘1년 동안 오디션을 얼마 정도 봤다’고 말하니까 ‘회사에서 예쁨받으시나봐요’라고 하시더라. 오디션 기회를 갖는 것 조차 어려운데 나는 그 기회를 많이 받고 있다는걸 그 때 처음 알았다”라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소속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데뷔 이래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만큼 많은 오디션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그는 “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업계에 소문 낼 수 있고, 소문이 나니까 감독님들이 ‘이 배우 한번 불러봐’라고 해주시는 것 같다. 그런 게 모이다 보니 많은 오디션 중에 하나는 출연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그런 데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년간 행복했던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경은 “난관에 봉착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사실 얼마 전에도 지금의 제가 느낄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해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들을 계속 만나면서 깨나가는 시간들을 치열하게 보냈다”고 털어놨다.
번아웃이 왔던 순간도 있었다고. 지난 2018년 뮤지컬 ‘라 루미에르’를 끝마치고 군 입대를 했던 그는 “제가 입대를 결정하게 된 게, 그 당시 작품을 많이 하고 있었다. 지방 공연하면서 서울에서 다른 공연도 하고, 또 드라마도 했다. 너무 바빠서 링거를 맞고 다녔다. 그러다 입영 통지서가 날아왔는데 군대를 미루려면 학교를 더 다니거나 해야한다. 그런데 학비를 지원 받을 만큼 불효를 하고 싶진 않더라. 거기서 (번아웃이) 세게 왔다. 이것도 번아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다 내려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돌이켜 봤다.
하지만 군 입대 후에도 군 뮤지컬 ‘귀환’에 출연하게 되면서 끊기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하경은 “한 달 이상 쉬는 걸 못하겠다. 뭐가 끝나면 딱 한 달만 쉬고 바로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수 있는 삶이 맞는 것 같다. 약간 워커홀릭이다. 군 복무 당시에도 뮤지컬 파견병으로 1년 정도를 보냈었다. 그래서 연기를 쉬진 않았다. 운이 정말 좋았다”면서도 “제가 마지막에 공연을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생중계로 공연을 하다가 전역해야해서 하차를 했다. 아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역 후 하경은 곧바로 ‘날아라 개천용’에 출연하며 활동에 복귀했다. 당시 발달 장애인 캐릭터를 맡아 실감나는 연기로 큰 주목을 받았던 하경은 “실재하는 지적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해야해서 부담됐는데, 좋은 감독님 만나서 잘 지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 작품에서 연기했던 모습이 영상자료로 남아있다 보니 그걸로 영업이 잘 된다. 얼마 전에 밥 먹으러 갔는데, 어떤 분이 ‘드라마 잘 봤다’고 하시더라. 아마 ‘개천용’을 보신 것 같다. ‘드디어 조금씩 대중들에게 와 닿아있나?’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하고 있다. 6년이 꽁으로 간 것 같진 않다. 열심히 잘 보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경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안 쉬고 계속 작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해 보고 싶은 연기로 “로코”를 꼽은 그는 “저는 생긴 게 이래서 강한 걸 많이 했다. 나쁘거나, 뒤에서 노려보거나. 그래서 ‘날아라 개천용’이 좋았던 게 강한 연기를 했지만 선한 역할로 나왔다. 그걸 기점으로 선한 역할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록 당분간은 매체 연기에 집중할지라도,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 활동도 놓을 생각은 없다고. 하경은 “상황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대와 드라마를 겹쳐서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매체도 커지고 있고 한 쪽에만 집중을 하게 되더라. 병행하려고 시도는 했는데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시 무대를 하게 된다면 아예 그 시간은 통으로 비워야할 것 같다”며 “다시 무대를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매체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니까”라고 소망했다.
어느덧 2022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경은 “걱정이 많았던 한해”라고 돌이켜 봤다. 더 높은 곳으로, 좋은 배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힘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는 그는 “믿고 기다리니 ‘딜리버리맨’이라는 좋은 작품도 만났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고 답했다.
하경은 ‘낮과 달’ 개봉을 시작으로 영화 ‘탄생’, ENA ‘딜리버리맨’ 등 다양한 차기작을 통해 숨가쁜 날들을 보낼 예정이다. 하경은 “사람들이 제가 쉰 줄 알더라. 노출이 안되 니까 ‘대체 뭘 하고 사는거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얼마 전에도 가족 결혼식에 갔는데 친척들이 ‘왜 오래 쉬냐’고 하더라. 저는 방금 촬영하고 왔는데. 그래서 ‘아직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얘기했다”며 “이제 ‘낮과 달’을 시작으로 그 기다림의 순간이 끝나는 것 같다.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배우로서 하경의 새해 목표는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는 “기사가 나면 ‘라이징’이라고 언급이 많이 된다. 라이징만 계속되고 있다. 떴으면 유지를 해야하는데 떴다, 졌다 한다. 이제는 한번 뜨면 거기서 자리매김하고 싶다. 그게 내년 목표다. 그러려면 이전에 찍은게 반응이 좋아야 하니까 열심히 홍보하러 다녀야죠”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목표로 하는 지점은 어떤 것일까. 하경은 “오디션이 아닌, 저라면 믿고 역할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은 증명해야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제 이름이 나왔을 때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하경이 영화 출연한대? 그럼 봐야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목표”라고 밝힌 그는 그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었고, 이제 기다림의 순간이 끝나는 것 같다. 주목해 주시고 소문 많이 내주세요!”라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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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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