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씨들’ 정서경 작가 “김희원 감독 합류 이후 시청률 부담 커져..8부 이후 힘들었다” [인터뷰 종합]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22.10.19 08: 00

 정서경 작가가 ‘작은아씨들’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 밝혔다. 정서경 작가는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은 ‘작은아씨들’을 애정하고 있었다. 그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20여년간 한결같이 좋은 작품을 쓴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정서경 작가는 18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작은아씨들’ 인터뷰에서 “돈에 대해 젊은 사람들 시점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내가 자라던 시절의 돈은 풍요였다면 젊은 사람들은 생존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부동산으로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 저는 자랄 때 열심히 일하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저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젊은 사람의 관점에서는 사지 못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저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으로서 평생 자기 집을 갖지 못한다는 불안함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느낌에 공감하고 싶었다. 인주가 영원히 살 집을 갖고 싶었다는 것을 장면으로 표현했다. 돈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생존에 안정감을 주는 물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작은아씨들’은 ‘빈센조’의 김희원 작가와 김고은, 위하준, 남지현 등의 배우가 뭉친다는 사실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정 작가는 “이야기를 쓸 때는 첫 회부터는 쓰고 싶은 대로 쓴다. 사람들의 반응이나 조언을 통해서 이런 것을 놓쳤구나 깨닫는 편이다. 대본을 고치는 과정에서도 피디님들이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놓쳤던 것을 살펴서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김희원 감독이 들어오면서 부담감이 생겼다. 제가 편안하게 느끼는 시청률은 3~5%다. 감독님이 오시는 순간 두자리를 찍어야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겠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많이 가졌다.  감독님이 시청률은 감독님과 배우들의 몫이라고 해줬다”라고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남겼다.

tvN 제공

매력적인 캐릭터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전개 그리고 화려한 미장센까지 ‘작은아씨들’은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오랜 기간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정서경 작가는 “ 8부가 끝나고 힘들었다. 12부를 하겠다고 해놓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동안 8부까지만 완성이 됐다. 8부가 끝나니까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 무대를 세우는 것이 힘들었다. 미드였다면 여기가 시즌1이 끝이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원작이 없는 만큼 ‘작은아씨들’은 조금 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정 작가는 “저는 예전에‘마더’를 썼었다. 한 사람의 인간이 16부라는 기획을 했다. 원작이 있으니까 16부를 끌어왔다. 2시간 짜리 이야기는 대충 갈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12부까지 가보고 나니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두뇌는 개발 된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매력적인 캐리터 중 정서경 작가가 가장 몰입하는 캐릭터는 인혜였다. 정 작가는 “논란이 됐던 대사 인혜의 대사 ‘언니들에게 배울 게 없다’는 대사를 할 때는 돌려서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인혜가 언니들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떼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고, 언니들의 사랑을 믿고 있어서 그랬다. 극단적으로 썼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이 인혜와 나와 닮아있다. 저는 사춘기 때도 그렇고 지금도 위에서 내려온 사랑을 당연하게 받는다. 인혜가 젊었을 때의 나를 반영하고 있다. 인혜의 대사에 충격을 받은 것을 보면 나에 비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고 조금 더 균형잡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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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이 연기한 최도일에 대해 “사랑을 받아서 너무 기쁘다. 도일 캐릭터는 극의 진행에 있어서 두뇌를 담당하고 있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풀어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다들 인주와의 감정적인 관계에 주목을 해줬다. 감독님이 매회 도일 인주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좋아해줬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도일과 인주의 관계를 썼다. 저 역시도 도일과 인주의 연결을 응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주가 관계 중심적인 사람이어서 자기 자신의 성장과 독립에 집중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오인주(김고은 분)와 최도일의 로맨스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내놓았다. 정서경 작가는 “이 이야기 밖에서 가상의 13화가 있다면 만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일도 그렇고 인주에게도 그럴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에 또 보게 될 결말이 있다. 도일이 자기 의지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 인주였다. 도일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서 삶을 누군가와 함께 하게 됐다면 아마 인주였을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인혜와 박효린(전채은 분)의 결말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정 작가는 “인해와 효린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을 것 같다. ‘아가씨’의 숙희와 히데코가 떠오르게 비행기도 아니고 후쿠오카로 가는 배를 타게 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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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화제와 관심을 모은 결말을 쓰는 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정 작가는 “대본을 쓰는 것 역시 처음에는 힘든데, 결말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능성이 무한대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지면 가능성은 몇개 남지 않았다. 9부에 무대를 다시 세우고 10부와 11부와 12부는 어렵지는 않았다. 정해진 길로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분이 만족 하셨을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언급했다.
엄기준이 연기한 박재상은 ‘펜트하우스’의 주단태를 떠올린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 작가는 “재상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다. 그래서 기존에 이미지가 있는 것이 좋았다. 엄기준은 흔들리지 않는다. 주단태가 박재상을 하고 있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이미지 그대로 반전되는 장면이 너무나 좋았다. 분명 박재상과 주단태는 연기가 다르다. 악하다기 보다는 점잖고 세심하고 젠틀한 이미지로 보이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악역이 죽는데 슬펐다. 스태프들이 많이 울었다. 악역이 죽는데 눈물이 난다. 동질감을 느껴서 그럴수도 있다”라고 떠올렸다.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부족함을 인정했다. 정서경 작가는 “저에게는 베트남 전쟁으로 시작하는게 중요했다. 두 가족의 삶이 전쟁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전쟁을 겪으면서 부자가 되고 가난해진 느낌이었다. 가장 가까운 전쟁이 베트남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의 정서적인 느낌은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린 당사자라는 느낌이었다. 정말 베트남 사람이 봤을 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캐릭터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제 상상력이 한국 시청자를 품기에도 부족한데, 글로벌 시청자를 품기에는 모자랐다. 베트남에서 드라마를 좋아해주셨던 것을 생각한다면 뼈 아프게 생각한다. 등장인물 하나하나 생각하기에도 역량이 부족하다.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말이 되나 시청자의 시점에서 늘 말이 되야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국내가 아니라 국외도 생각해야한다. 배우게 되는 계기 였던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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