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소간지' 소지섭이 데뷔 28년 만에 스릴러 영화에 출연했다. 처음으로 공개하는 영화 장르를 비롯해 최근 몇 년 간 배우 소지섭, 그리고 인간 소지섭에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자백'의 주연 배우 소지섭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자백'(감독 윤종석,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주))은 유망한 IT기업의 대표지만, 하루아침에 내연녀를 죽인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공개된 스페인 범죄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서 리메이크했다. 무엇보다 '자백'은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2020년 촬영을 끝냈지만 2년 넘게 개봉하지 못했고, 드디어 올해 10월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소지섭은 극 중 날카롭고 절박한 모습을 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 유민호로 분해 열연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외계+인' 1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군의 태양', '닥터로이어' 등 매 작품 압도적 아우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한 소지섭은 '자백'으로 데뷔 28년 만에 첫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여기에 소지섭의 인생에도 중요한 변화가 생겼는데, 바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는 것. 소지섭은 지난 2020년 4월, 17살 연하의 방송인 출신 조은정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2년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당시 코로나 때문에 별도의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다. 현재 달콤한 신혼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18일 언론시사회에서 '자백'의 완성본을 접한 소지섭은 "그래도 다행히 내 낯선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배우로서 만족하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며 "스릴러 작품이 처음인 이유는 내가 이 장르를 늦게 선택 한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한테 이런 대본을 안 주신 것 같다. 그동안 대부분 착한 역할이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역할이 조금 착한 쪽을 주신 것 간다"고 밝혔다.
"'자백'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 앞으로 나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는 말에 "감사하다. 그래도 나쁜 걸 계속하고 싶진 않다. 중간중간에 선한 캐릭터를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악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전에는 (계속 비슷한) 역할들이 재미가 없었다. '자백'을 제일 처음 선택했고, '외계인'을 출연한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자백', '외계인' 모두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마지막까지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는 인물들이다. 악역이라고 보면 악역"이라고 했다.
'자백'은 유독 제한된 공간,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이 많았고, "그럴수록 꾸준히 리딩을 하면서 불필요한 대사를 다 걷어냈다. 유민호가 처음에는 말이 많았다. 김윤진 선배님과 만났을 때도 대본 정리를 다시 했고, 리허설을 여러번 거쳤다. 그 지점이 촬영할 때 굉장히 도움됐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센캐'를 연기하면서 쾌감도 느꼈지만, 이로 인해 악몽도 꿨다며 "그 악몽이 날 너무 괴롭혔다.(웃음) 실제로 꿈속에서 누구한테 쫓기거나, 아니면 누굴 때리고 있었다. 꿈만 꾸면 계속 반복됐다"며 후유증을 토로했다.

'자백'의 동료 배우 김윤진, 나나에 대해서는 "김윤진 선배님은 정말 열심히 하시고, 아직도 그렇게 대본을 통째로 외우시는 모습에 충격 받았다. 보통 그날 찍는 분량에 충실하거나 시퀀스에 집중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에 다 있으셨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솔직히 놀라면서 동시에 좋은 자극을 받았다. '어설프게 준비하면 완전 밀리겠는데?'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리고 나나는 촬영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 나도 깜짝 놀랐다. 눈이 굉장히 좋아서 나도 볼 때 같이 빠져들더라. 다양한 상황들이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면 나도 헷갈린다. 그 상황에서 감독님이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당황하지 않고 '네 해볼게요'라고 하더라. 정말 놀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편견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난 우연치 않게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연기를 많이 했다"며 "나도 가끔씩 (음악 분야에) 갔다 와서 다른 얘기를 못한다. (힙합이나 랩 분야에) 가면 욕을 많이 먹어서"라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소지섭은 "개인적으로 어떤 영역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며 "그리고 내가 힙합이나 랩을 하는 건 대중들한테 '들어주세요'라고 하는 건 아니다. 오직 팬들을 위해서, 공연을 위해서 한다. 팬들만 있는 자리 말곤 절대 안 한다.(웃음) 이젠 팬들도 같이 들으면서 많이 놀아주신다. 1시간 토크 하고, 1시간 공연하는데, 내 노래만으로 1시간 분량의 공연이 충분히 나온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아내 조은정에 대해서도 솔직히 얘기한 소지섭. 그는 "(결혼 후)행복하다. (아내는) 잘 있고, 관련 질문이 부담스럽고 그렇진 않다"며 "난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실제로 안정감이 생기더라. 정말 불면증도 없어지고 심리적으로 조금 더 성숙해지고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난 무조건 결혼을 추천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소지섭은 "'자백'을 찍을 때 아내와 열애설이 났고, 그 뒤에 결혼을 한 것 같다"며 "아내도 '자백' 시사회에 올 것 같은데 '작품이 재밌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며 "사실 결혼하고 (마음이 편해지니까) 초반에 살이 쪘다. 근데 내가 다이어트한다고 아내까지 같이 식사를 못하고 길어지다 보니까 미안하더라. 그래서 초반에 같이 식사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조절을 못 하게 됐다"며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소지섭은 배우와 동시에 국내에서 쉽게 상영되기 힘든 독립영화를 투자하고 수입하면서 영화사 '찬란'의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필로미나의 기적', '미드소마' 등을 포함해 약 30여 편 이상을 국내에 소개해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책임감이 생긴다. 지금도 내가 한다기보단 파트너 분이 회사를 주로 운영하고, 난 보탬이 되는 형식"이라며 "그래서 민망하다. 개인적인 사업이 아니고, 원래 하시던 분한테 '저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라고 했다. 그래서 그분한테 미안하다. '고맙다' 이런 얘기는 그 파트너가 들어야 하는데, 내가 들으니까 민망하다. 그래서 그 얘기가 쑥스럽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가볍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발을 뺄 수도 있는데, 너무 커졌다"라는 말에 "당분간은 발을 뺄 수가 없을 것 같다.(웃음) 강제적으로라도 능력이 되면 계속하고 싶다.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은 하고 싶다"며 "솔직히 힘들긴 하다. 손실이 되게 크고, 마이너스가 난다. 나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돈을 내고 기부도 하는데, 그동안 받은 걸 돌려드린다는 마음도 있다. 앞으로도 손해가 나더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소신을 내비쳤다.
최근 소지섭은 SNS 인스타그램까지 개설했는데, 이전보다 훨씬 친근감 있는 행보가 인상적이다. 아이디는 그의 별명인 '소간지'로, 상상 못한 재밌는 사진을 업로드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SNS 개설이 화제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그동안 표현도 잘 못하고 작품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다. 팬들한테 미안한 부분이 있었다"며 "단순히 멋있는 사진을 올리기보단 재밌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 아이디는 이미 비슷한 소간지를 쓰시는 분들이 있길래 그걸 피해서 만들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소지섭은 과거 '소간지'가 부담스러워서 홍보팀에게도 어필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붙은 별명인데, 이제는 같이 놀 수 있는 별명인 것 같다"며 "이 모든 변화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웃음) SNS 사진은 내가 올리는데, 혹시 몰라서 회사에 컨펌을 받는다. 문제가 될만한 사진인지 물어본다. 만약 올렸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라며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한편 '자백'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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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피프티원케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