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금수저’속 아미쿠스와 코사 노스트라의 닮은 점..돈!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10.22 11: 55

[OSEN=김재동 객원기자] 21일 방송 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에선 아미쿠스(ămícus)의 파티 장면이 묘사됐다.
아미쿠스는 황태용(이종원 분)으로 살아가는 이승천(육성재 분)의 법적인 외삼촌 서준태(장률 분)가 이끄는 금수저들의 비밀 사교클럽이다.
아버지 나회장(손종학 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방송작가가 된 나주희(정채연 분)는 아미쿠스가 벌이는 도박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서빙 알바로 잠입했다가 걸려 이승천으로 살고있는 황태용과 함께 쫓겨난다.

라틴어 아미쿠스(ămícus)가 명사로 쓰일 땐 친구, 혹은 심복 부하, 동맹국 등의 의미가 있고 형용사로 쓰일 땐 친근한, 우호적인 등의 의미로 쓰인다.
근데 그 모습이 범죄조직 코사 노스트라를 닮아있다. 이들은 파티를 즐기며 주가조작을 모의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우리의 것’을 의미하는 코사 노스트라처럼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흙수저들의 희생을 한 모금 샴페인과 함께 손쉽게도 삼켜버린다.
리더 서준태는 예의 바른 모범 청년을 연기하지만 매섭고 잔인하다. 특히 도신그룹의 후계자 황태용을 어린 시절부터 폭력을 동반한 가스라이팅으로 길들여 도신그룹을 날로 삼킬 야망에 부풀어 있다.
서준태의 계획대로 미국으로 보내진 이승천은 망가진 재벌 4세 황태용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끝없는 스캔들을 일으키며 도신그룹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져갔고 황현도(최원영 분)가 카드를 정지시키자 급기야 노숙까지도 불사한다. 법적 조카의 그런 행태에 서준태가 보내온 집요한 감시의 눈길도 시나브로 풀어졌다.
구밀복검. 이승천은 하지만 서준태를 겨냥한 칼을 날카롭게 갈고 있었고 스스로 덧씌운 방탕한 재벌 4세의 이미지가 완성되자 마약 반입이란 대형 거짓 스캔들을 일으킨다.
그에 따라 도신그룹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는 사이 동경(김은수 분)·장문기(손우현 분) 등과 함께 만든 스타트업 모스트랩을 매각한 대금 5,000억 원을 풀어 서준태의 도신하이텍 주식을 집중 매수한다.
그리고 도신하이텍의 이사회 날 극적으로 등장해 그간 서준태가 벌였던 700억 원 규모의 횡령 내역을 고발하고 대표자리에 오른다.
불시에 허를 찔린 서준태는 나주희에게 나회장 살인범이 황태용(이승천)임을 밝히고 나주희는 그 사실 확인을 위해 승천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코사 노스트라니 마피아니 결국은 찌질한 깡패다. 아미쿠스 파티석상에서 수건인지 옷인지를 황태용에게 치우라고 던져버리는 회원1을 보고 “돈 있는 것들이 인성까지 좋으면 우리가 억울할 일”이라는 황태용의 자조가 오히려 신랄하다.
이승천에게 허를 찔린 후 ‘미스터 스마일’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주희에게 쪼르르 달려가 “내 조카가 살인범”이라고 이르는 서준태의 행위는 또 얼마나 찌질한가.
정통적인 마피아는 가부장적 가족문화에 바탕을 둔다. 가족 경영의 대명사인 한국의 재벌들도 흡사하다. 도신그룹 회장 황현도(최원영 분) 역시 이승천(황태용)이 망가지건 말건, 사람을 죽였건 말건, 그 뒷 수습을 빠짐없이 해준다. 이유는 단 하나 ‘황현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유일무이한 가치는 돈이다. 이는 서준태도 마찬가지고 아미쿠스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깡패 집단 코사 노스트라처럼.
항상 절제된 침착함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황현도지만 그 절제는 언제나 돈을 향해 있다. 1960년 이탈리아 작가 레오나르도 샤샤는 자신의 소설 ‘올빼미의 날’에서 코사 노스트라를 ‘부르주아 계층의 이익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드라마 ‘금수저’에서 그 시스템의 정점 ‘갓 파더’는 황현도다.
대한민국의 모든 재벌이 황현도처럼 배금주의자인건 아니겠지만 돈을 소홀히 하고서는 재벌이 되기, 혹은 재벌의 삶을 유지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행복을 위해 재물을 얻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둘의 위치가 바뀌고 오히려 재물을 위해 행복마저 희생하기 십상이다.
모스트랩을 함께 만든 친구 동경이 고용승계도 하지 않은 채 모스트랩을 팔아버린 이승천을 향해 “우리의 꿈을 배반했다”고 절규하는 모습은 사뭇 시사적이다.
‘금수저’ 속 주인공들 이승천·황태용·나주희·오여진(연우 분) 등이 그들의 인생과 청춘과 시간을 ‘돈’하나로만 등치시키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건 아무리 봐도 너무 측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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