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위해 노래하는(Sing for Gold) ‘싱포골드’가 험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 예능 바다에서 항해를 시작한 지 어느덧 4주가 지났다. ‘퍼포먼스 합창’이라는 다소 생소한 무기를 앞세워 험한 바다를 나아가고 있는 ‘싱포골드’는 그들만의 항해법으로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예능 프로그램 ‘싱포골드’는 아름다운 합창에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더한 '퍼포먼스 합창' 장르를 다루는 국내 최초 '퍼포먼스 합창 배틀 오디션'이다. 우승팀은 국가대표 'K-합창단'으로 국제 합창 월드컵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싱포골드’는 다르다. 음악이라는 장르적 힘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이 시대의 하고픈 이야기를 동시에 전하고픈 방향성이 담겼기 때문이다. 단순한 서바이벌, 합창 소개 프로그램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출사표를 던진 ‘싱포골드’. 23일, 5회 방송을 앞두고 약 한달 동안 시청자들과 만난 ‘싱포골드’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 ‘케미스트리’에서 ‘싱포골드’까지…
‘싱포골드’라는 프로그램명이 인상적이다. 직역하면 ‘금을 위해 노래한다’라는 뜻인데, ‘금’을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도 달라진다. 정익승 PD는 프로그램 제목에 대해 “‘케미스트리’라는 제목도 있었다. C를 K로 바꿔서 하려고 했다. 혼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여럿이 꾸미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합창 같은 포맷에선 ‘하모니’를 많이 사용하는데, 하모니가 너무 클리셰 느낌이 강했고, ‘하모니’로 하면 그 안에 갇힐 것 같았다. 관계에 대한 단어가 ‘케미스트리’가 있는데 C를 K로 바꾸게 되면 합창에 우리나라 만의 느낌을 한방울 톡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제목도 생각하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과 풍경들을 간단하게, 간결하게 지으려고 했찌만 뾰족하진 않았다. 제목이 늦게 나온 편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우리는 ‘제작진 예선’이라고 부르는 예선을 보면서 합창단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건데, 무대 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상황 자체가 오랜만인데 너무 기다리고 갈구했었다. ‘싱포골드’ 마지막은 우승팀이 스페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건데, 대회 부제가 ‘싱포골드’였다. 노력한 시간들이 예뻐서,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ᄁᆞ 싶었다. ‘골드’가 트로피가 아니라 우리가 노력한 시간, 이야기한 지금 이 순간이 될 거 같았다. 대회 쪽에도 문의를 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해줘서 간결하게 제목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 “가슴 뛰는 뭔가를 하고 싶다”는 박진영의 말로 시작된 ‘싱포골드’
‘싱포골드’의 시작에는 박진영이 있었다. 박성훈 CP, 정익승 PD 모두 박진영과 ‘K팝스타’ 때부터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정익승 PD는 “첫 이야기가 나온 건 작년이다. ‘인기가요’를 마치고 ‘가요대전’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아주 가볍게 박진영에게 연락이 와서 밥을 먹게 됐다. 박성훈 CP와 나, 작가님까지 해서 만났는데, 박진영이 ‘뭔가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지금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K팝스타 때부터 나를 봐왔고, 나를 가장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 해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가슴 뛰는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들에게 요청을 주셨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성훈 CP는 “(박진영은) 뭔가 항상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고 하더라. 우리 생각엔 그래도 박진영이 하고 있는 일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합창까지 닿았다”고 설명했다.
박진영의 말로 시작된 기획은 ‘합창’에 닿았고, ‘합창’은 퍼포먼스 합창인 ‘쇼콰이어’로 디벨롭됐다. 정익승 PD는 “대부분 합창하면 ‘남자의 자격’을 많이 떠올리신다. 그것을 피한 어떤 것을 만들고 싶었다. ‘남자의 자격’이 너무 잘 만든 프로그램인데, 개개인을 뽑아서 팀을 만들어 출발했고, ‘합창’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했다. 그걸 일단 피해보고 싶었다. 같이 노래하는 풍경을 가져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이 많으니까 그런 식으로 합창은 없을까 싶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익숙하지 않지만 영미권에서는 ‘쇼콰이어’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많다고 하더라. 노래를 즐겁게 했으면 했는데, 우리가 익숙하지 않을 뿐 다른 문화권에서는 쇼콰이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노래 잘하는 사람도 많고, 흥도 많은 민족이기에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계기를 열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합창이라는 장르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잘 만들어 보여드리면 ‘저렇게도 할 수 있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박성훈 CP는 “박진영과 10년 넘게 프로그램을 하면서 모든 프로그램에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한 가지 주제들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멤버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고 합창하는 교과서 같은 길도 있지만 그걸 피하려 했던 건 이 시애데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서로를 맞추기 위해 각자의 개성을 죽이는 것보다는 한 팀이 가진 개성에 집중하고 싶었다. 팀을 만든다는 건 사람들이 녹아드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팀으로서 매력을 보여줘야해서 어렵긴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맞다.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상업적으론 불리하지만, 여운이 더 중요하다”
‘싱포골드’ 제작진조차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만큼 ‘퍼포먼스 합창’은 아직 시청자들에겐 낯선 장르다. 이제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린 ‘싱포골드’. 아직 방송 초반이지만 시청률은 2%대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싱포골드’에 앞서 방송된 ‘집사부일체’ 초반 시청률 6~7%대였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아쉬움은 더 깊다.
정익승 PD는 “1라운드 방송 보셨다면, 친숙한데 낯설었을 것 같다. 친숙한 건 머리 속에 나도 모르게 담아왔던 ‘합창은 그거잖아’라고 했는데 거기에 가까운 걸 보여준 팀이 있어서 그럴 것이고, 어떤 분들은 ‘내가 생각한 합창은 이건데 다르게 하네’라고 생각하시기도 할 것 같다. 1라운드 참가자들, 모든 팀들에서 비슷하게 느끼셨을 것 같은데, 소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합창이 아니라 무대를 즐기는 여러 방법을 소개하면서 여기서 느껴지는 재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1라운드 방송을 보면서 함께 실시간 반응도 살펴봤다. 시청자 분들이 서로 결론을 지어가면서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셨다. 머리 속에 고정관념처럼 담긴 합창에 대한 짜여진 틀을 뭉특하게 깎으며 둥글둥글하게 만들고, 열어가는 과정이 지난주까지의 방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은 누구보다 그들의 무대를 먼저 본다. 보면서 느껴지는 게 비슷하게 나올 때고 있고, 흐름이 꺾이기도 하는 등 여러 흐름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럿 해오면서 흥망성쇠를 기억하고 있는데, 1라운드에서 2라운드로 넘어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참가팀들이 이렇게까지 해주시면 우리만 이걸 과장하지 않고 잘 전달만 해드린다면 시청자들이 더 잘 느껴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녹화가 잘 안되면 걱정이 앞서기 마련인데 그런 지점은 없다. 이 흐름들을 실수하지 않게 담아내고 싶고, 길을 구불구불하게 갈 순 있어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훈 CP도 “각 팀이 1라운드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무대에서의 상상력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작법이 있는데 ‘싱포골드’는 그 작법에서 본다면 무모한 도전이고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참가자들을 보고 누군가를, 어떤 감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싱포골드’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상업적으로 볼 때 불리할 순 있지만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모하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 쇼콰이어 전문 심사위원이 없다?
퍼포먼스 합창, ‘쇼콰이어’ 장르도 낯선데 이를 제대로 알려줄 전문가가 ‘싱포골드’에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 받고 있다. 하지만 박성훈 CP, 정익승 PD의 생각은 달랐다. 두 사람은 박진영, 김형석, 리아킴, 한가인, 이무진 등 다섯 MC를 통해서 오히려 더 ‘싱포골드’의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익승 PD는 “‘남자의 자격’으로 이야기한다면 박칼린 같은 분들이 앉아서 심사하거나 조언하는 그런 그림을 많이 상상하셨을 것 같다. ‘합창’이기에 음대 쪽에 저명한 교수님이 심사를 봐주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아마도 ‘피치 퍼펙트’를 잘하는 팀을 뽑는 색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다섯 MC가 있는데, 박진영과 김형석을 합치면 경력이 60~70년이다. 음악에 대해선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와 작곡가다. 리아킴도 인정받는 안무가다. 하지만 이들이 ‘합창’을 마주하는 건 초보 단계다.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자랑하지만 동시에 합창 부분에서는 첫 걸음을 내딛는 분들이다. 너무 저명하신 분들의 좋은 이야기도 좋지만 어쩌면 합창에 처음인 분들이 모여서 외부의 시각과 생각으로 무대, 참가자들을 바라보고 그렇게 해서 선발한 팀과 공동 작업을 해 결과문을 내놓는 건 건강한 균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서서히 스며드는, 스며들 ‘싱포골드’
‘싱포골드’에는 악마의 편집 등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단번에 끌어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오히려 그런 장치들이 ‘싱포골드’가 가진 진정성을 훼손하기에, 더더욱 사용할 수 없는 요소다.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자신들만의 길로 ‘엘도라도’를 향해 가고 있는 ‘싱포골드’. 그들의 길이 구불구불하지라도 외롭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건 참가팀들을 비롯해 다섯 MC, 제작진이 모두 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싱포골드’가 앞으로 그려갈 감동의 길에 시청자들도 속속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정익승 PD는 “일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잘 모르겠는 참가자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시청자들이 ‘우와’ 하면서 그 사람의 팬이 되고 응원하게 된다. 시간적으로 빨리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싱포골드’는 ‘K팝스타’ 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나도 빠져드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처음엔 무대, 다음엔 이야기, 그 다음엔 단원 하나하나가 보인다. K팝, 팝송이 너무 쉽게 즐길 수 있고 빨리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면, 합창은 장르적으로 한방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서서히 스며들어가면서 시너지가 나온다. 이게 매뉴얼이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제작진도 이 매력에 푹 빠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우리의 작업은 그 시간을 더욱 짧게 단축시켜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볼거리와 감동이 있다. 어제 본 것보다 오늘 본 게 더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영이 단원들에게 ‘나는 솔로가수로 데뷔했기에 무대에 늘 혼자여서 내가 주인공이고 그걸 20년 이상 해왔다’고 했다. 협업을 해도 박진영이 센터였고, 항상 주인공이었다. 무대 위에 서서 주목 받는 게 당연했던 사람인데, 합창을 하고 심사를 하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합창단의 일원으로 처음으로 주인공이 아니게 된다. 그걸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단원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신기하다고 하더라. 박진영 스스로도 의심하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푹 빠져들었다. 우리는 시청자 분들이 조금 더 빨리 스며들 수 있도록 밑다지기를 하고 있고, 그 반응들이 천천히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소하게 불고 있는 바람들이 나중에는 의미있고 값지게 올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CP는 “공연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방송 나치고 나면 주요 팀들, 이른바 TOP10이라고 할 수 있는 팀들과 전국 투어도 기획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합창이 내가 즐겁게 볼 수 있는 거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며 ‘싱포골드’로 인한 변화를 전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싱포골드’는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30분에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