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한 배에서 나왔어도 아롱이 다롱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아들 5형제가 제 각각 바람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tvN 주말드라마 '슈룹'에서 임화령(김혜수가분)이 지키는 중궁전은 세자와 대군들로 인한 그런 풍파에 한시도 잠잠할 틈이 없다.
세자(배인혁 분)의 혈허궐 증상이 심해지자 화령은 ‘온양 피접’의 위장막을 편 채 세자를 중궁전으로 옮겨 은밀히 돌본다.
그 와중 폐전각에서 여장취미를 즐기는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모습이 고귀인(우정원 분)에게 발각되고 고귀인은 그 놀라운 장면을 대비(김해숙 분)에게 고자질한다.
대비는 주상 이호(최원영 분)를 부추겨 중전과 함께 하는 산책을 기획하고 불안한 마음에 따라나선 화령은 대비의 속셈이 낯 뜨거운 폐전각의 실체를 이호에게 보여주기 위함임을 깨닫고는제례 핑계를 대고 빠져나와 먼저 폐전각에 불을 지른다.
자신이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 폐전각이 불타버리자 계성대군은 최초 신고자가 중궁전 상궁임을 확인하고 화령에게 들이닥친다.

화령은 “제가 창피하고 부끄러워 그런 것입니까?”고 따져 묻는 계성대군을 이끌고 궐을 나와 화공을 찾는다. 그리고 여장한 자신 모습을 그린 족자에 만족해 하는 계성대군을 향해 “네가 어떤 모습이건 너는 내 자식이야!”라며 우산을 씌워준다.
한편 폐전각 화재 현장에서 화령을 목격한 상남대군(문상민 분)은 의문을 풀고자 중궁전을 찾고 그 자리에서 온양에 있어야할 세자가 은밀히 치료받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화령의 입을 통해 폐전각 화재도, 세자의 온양 피접 위장도 모두 자식들을 살리고자 함이라는 답을 듣고는 오래 된 질문을 던진다. “제가 궁을 나와 서촌 사가에 보내진 것도 그 때문입니까?” 화령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남대군에게 할 일이 생겼다. 형도 살려내고 엄마인 중전의 근심도 덜어줘야 한다. 배동 선발 복시를 포기한 계성대군의 몫까지 열심히 활약하고 궐 밖에서 혈허궐을 치료한 전력이 있는 의원 수배에 나선다.
한편 계성대군 일이 마무리 되도록 세자의 병색은 호전되지 않고 그 와중에 세자빈의 출산이 임박해온다. 이호는 세자의 조속한 환궁을 명한다. 더 이상 세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
그 난감한 순간에 상남대군이 민간의 처방을 들고 온다. 상남대군은 혈허궐 치료 경험이 있는 토지선생(권해효 분)을 찾아 역병 격리지구인 서촌까지 숨어들어 처방전을 받아온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행한 토지선생의 처방은 효험이 있었다. 세자빈의 출산일. 임금 이호를 비롯한 대비와 내명부의 모두가 자리한 빈궁에 세자가 강건한 모습으로 등장, 많은 이들을 낙담시키며 궐내 떠돌던 세자 중병설을 일거에 잠재운다.

하지만 다시 찾은 안온한 일상도 잠시. 이호와 하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강에 참석한 세자는 경연 도중 토혈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다. 지금까지는 예고편, 5형제의 어미 화령의 시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슈룹이 4회를 이어오도록 김해숙이 연기중인 ‘대비’ 캐릭터는 선뜻 감 잡기가 힘들다. 후궁 출신으로 서자인 소생 이호를 보위에 올렸다. 그래서 ‘권력욕의 화신인가?’ 싶으면 딱히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효자인 이호를 앞세웠다면 감히 며느리인 화령이 “서자를 보위에 올리는 것이 특기인가 봅니다.”같은 도발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화령의 성정상 그런 도발이 가능했더라도 대비는 그 즉시 이호나 조정을 움직여 화령에 대한 탄핵에 나섰을 것이다.
아직은 중전에 비해 세가 불리하다고 느꼈으면 이호 등극에 힘을 합친 영의정 황원형(김의성 분)의 편을 들어 배동선발에서 의성군(강찬희 분)의 손을 들어줄 만 했다.
하지만 대비는 내명부에서나 협잡하지 정사에는 일체 간여치 않는다. 아들 이호가 선정을 펼치는데 행여 방해될까 싶은 듯 어미로서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성만 지극하다? 그렇다면 중전으로 아들만 다섯씩이나 낳아 종통을 굳건히 한 화령을 못마땅해 할 이유는 뭔가? 오히려 아들 이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내명부의 암투를 다스리기 위해 화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나?

어쩌면 교육관의 차이가 대비와 화령을 갈등하게 만들었는 지 모른다. 엘리트 교육 착실히 시켜 성군을 만든 자신의 교육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귀한 종통을 방임해 제멋대로 크도록 만든 화령이 밉고 그렇게 자라 제멋대로인 대군들이 아들 이호의 명성에 흠집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나마 볼만한 세자는 또 몸이 저리 부실하니 전적으로 ‘밭이 나빠서!’란 원망이 생길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고부간 전쟁의 시작은 상남대군부터인 모양이다. 상남대군이 출궁해 커야 했던 이유에 대해 화령은 “빼앗겼다”는 표현을 썼다. 상남대군은 입닫고 귀막고 눈감으라는 대비의 협박을 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한번씩 찾아와서 하염없이 울던 화령에 대한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악다구니 치는 며느리’ 화령은 대비의 자업자득 같다.
이 같은 “모범적이어야 내 손자. 아니면 저것들”이란 할머니와 “어떤 모습이든 내 자식”이란 엄마의 해묵은 싸움은 그 만큼이나 오래갈 듯 하다.
결국 이 드라마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아이를 낳으면 어미의 인생은 아이에게 저당 잡힌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제 어미의 등을 떠밀며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자고 조른다. 그 앞에서 어미는 바위에 부닥치고 갈대에 쓸리며 뒤에 오는 자식들의 앞길을 연다. 차마 붙들지도, 차마 뿌리치지도 못한 채 고통과 한탄의 어귀들을 끝없이 돌고돌아 자디잘게 바스러지고서야 깊어지고 넓어진 바다로 자식들을 앞세운다.
제각각 방식으로 자식 앞을 열어주려는 슈룹의 엄마들, 특히 화령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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