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가 연기를 너무 잘했다!" 최근 영화 '자백', 넷플릭스 '글리치' 등을 접한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지난 2009년 애프터스쿨 멤버로 연예계에 입성한 나나는 주로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한 노래와 안무로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요즘도 회자되는 역대급 콘셉트 오렌지캬라멜을 결성해 '마법소녀' '까탈레나' '아잉♡' '상하이 로맨스' 등 많은 히트곡을 내놓으며 아이돌로 큰 사랑을 받았다.
가수로서 부족함 없는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던 나나는 여느 아이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 쪽으로 눈을 돌렸고, 2014년 영화 '패션왕' 카메오를 비롯해 '인현왕후의 남자' 중국판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중국 영화 '두라라 추혼기' 등에 출연했다. '연기돌'로 새 출발을 시작했을 때, 2016년 운명같은 작품 tvN 드라마 '굿 와이프'를 만났다. 국내에서는 첫 연기 데뷔작으로, 무려 전도연과 신경전을 펼치는 캐릭터인 로펌 MJ 조사원 김단 역을 맡았다.
나나는 '연기 햇병아리'임에도 '칸의 여왕' 옆에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했고, 전도연은 종영 인터뷰에서 "나나가 상상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굿 와이프'를 성공적으로 끝낸 나나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곧바로 메인 주연급으로 올라서 영화 꾼(2017), OCN '킬잇'(2019), KBS2 '저스티스'(2019), KBS2 '출사표'(2020), MBC '오! 주인님'(2021)까지 로코, 액션 장르를 소화했다.

매 작품을 통해 조금씩 내공을 다진 가운데, 올해 선보인 라인업들은 중요한 터닝 포인트처럼 보인다.. "나나가 연기를 이렇게 잘했었나?" 하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에서는 미스터리한 현상과 외계인을 추적하는 유튜버 허보라로 분해 열연했다. 온몸 이곳저곳 가득한 타투와 자연스런 흡연, 말끝마다 붙는 욕설 등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은 물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자신의 얼굴을 보여줬다. 어린 시절 아픔을 간직한 10대 소녀의 감성부터 외계인의 실체를 추적하는 광기 넘치는 돌+아이까지 대체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또한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자백'에선 사건의 핵심키를 쥐고, 유민호(소지섭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내연녀 김세희를 맡았다. 서스펜스 스릴러인 '자백'은 스페인 범죄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2017)를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했고,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인다.
나나는 '자백'에서도 선배 김윤진, 소지섭 등과 팽팽한 대립 구도를 이뤘고, 섬세한 감정 연기가 압권이다. 소지섭도 어려웠다는 '같은 상황,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내내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이면서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자백' 윤종석 감독은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전도연 씨의 파트너로 나왔는데 그때부터 나나를 점 찍었다"며 "'자백'으로 처음 만났을 때 되게 인상적이었다. '감독님 이거 '인비저블 게스트' 리메이크 맞죠?'라고 묻더라. 원작을 봤는데 거기 로라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로라가 바로 내가 제안한 세희 역할이다. 나나는 어려운 장면이 많아서 '이건 못 찍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근데 막상 슛이 들어가면 전부 해냈다. '얘 정말 노력했구나. 준비 많이 했구나' 싶었다. 그걸 여기서 해낼 만큼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나나의 전신 타투가 어딜가든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작품 속 그의 연기는 타투보다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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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자백' '글리치'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