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정종연이 유튜브에 왜 나와? TV를 버린 PD들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11.10 09: 40

김태호, 정종연, 이태경 내로라 하는 스타 PD들이 뭉쳤다. 제작사 '테오(TEO)'를 통해 TV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김태호, 정종연, 이태경 세 PD는 지난 9일 오후 유튜브 채널 '테오'를 통해 일제히 근황을 알렸다. 이태경 PD는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이혜리와 함께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김태호 PD와 정종연 PD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새 프로그램 '부루마불 세계여행'과 '데블스 플랜' 론칭 계획을 밝힌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 스타 PD들이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로 MBC 예능의 간판을 만든 인물이다. 정종연 PD는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선보이녀 tvN과 티빙에서 서바이벌 추리 예능을 자리잡게 만들었다. 이태경 PD는 현재 tvN 간판인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을 선보였다. 각각의 프로그램들 모두 여전히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만들었던 PD들이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를 통해 뭉쳐 대중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 스타 PD는 TV를 떠난다
주목할 점은 여전히 방송가의 러브콜을 받는 세 사람이 '테오'를 통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PD들의 탈TV가 최근의 일만은 아니지만 MBC였던 김태호와 CJ 산하였던 정종연과 이태경이 달랐던 소속도 뒤로 하고 함께 뭉친 점은 분명 흥미롭다. 각 채널의 간판이었던 이들이 무엇을 찾아 둥지를 떠난 것일까. 
방송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자유'다. 어떤 제약도 없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것. 기본적으로 PD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점에서 대개 창조적이고 '크리에이터' 성향이 강한 직업이다. 지상파 채널이자 공영방송사인 MBC, CJ라는 대기업 체제 아래 있던 김태호, 정종연, 이태경 세 사람이 나름의 체계와 안정성을 가졌던 환경에서 벗어나 보다 한층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었으리라는 것이다. 
MBC와 CJ 모두 구성원들의 채널 외 프로그램 제작도 가능하긴 하다. 실제 침착맨(이말년), 주호민, 기안84가 뭉친 웹예능 '말년을 자유롭게'나 티빙에서 방송할 '말년을 자유롭게' 또한 MBC에서 제작하는 것이다. CJ의 경우 수많은 산하 제작사들을 통해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이미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서 꾸준히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 회사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제약이 제작진이 원하는 '창작'이라는 작업에는 양날의 검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 제작진이 '콘텐츠 공급자' 
물론 여전히 채널과 플랫폼을 보유한 미디어 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긴 하다. 그러나 스타 PD들의 경우 소위 '모셔가려는 손'들이 줄을 선다. 기획과 동시에 어디든 편성이 가능한 만큼 구태여 소속감을 누릴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무엇보다 콘텐츠 공급자인 제작진의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 제작진은 채널에 속해 특정 채널에만 프로그램을 공급해야 하는 위치였다. 사실상 PD들도 방송사라는 회사의 구성원으로 월급을 받는 개념이 강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필두로 다양한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국내에 자리를 잡으며 방송사 채널을 떠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갑과 을의 반전이 벌어진 것. 
세계로 눈을 돌리면 디즈니+, 아마존프라임, HBO맥스는 물론 국내만 해도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등 이미 수많은 OTT 플랫폼이 TV 채널을 대신한지 오래다. 여기에 유튜브 또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 더 이상 PD는 물론 방송 제작진의 놀이터가 방송 만은 아니게 됐다. 
# 시장이 달라졌다
이제 방송사는 유일한 채널 플랫폼이었던 지위를 잃었고, 존폐의 위기가 남 일이 아니다. 스타 PD들이 너도나도 퇴사해 제작사, 에이전시 등을 차리고 직접 다양한 플랫폼과 접촉해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제작비와 인센티브는 물론 제작사 지분에 대한 권리까지 챙기고 있다.
결국 자유와 돈을 동시에 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을 두고 이름값까지 있는데 방송사에 발목 잡혀 한 우물만 파는 게 동종업계에선 미련하게 비친지 오래다. 일찌감치 에그이즈커밍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낸 나영석, 신원호 사단이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도 TV조선을 떠나 직접 선보이겠다는 서혜진 PD의 크레아 스튜디오 이야기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다만 여전히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확실한 성공을 담보해야 하고, 성공하면 모든 걸 보장받지만 실패하면 다음을 기약하기도 힘들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닫고 나온 세상은 정글이니까. 다행히 김태호, 정종연, 이태경 세 사람을 향한 대중의 시각은 아직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이 기대를 확신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효리와 해외 셀럽, 유튜브 여행 3대장 빠지보틀과 곽튜브 원지의 손을 잡은 김태호, 잘할 수 있는 서바이벌 추리로 한계를 돌파할 정종연, '파워연예인' 혜리와 다시 놀아볼 이태경. 중량감 있는 세 사람의 한 걸음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어떤 족적을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유튜브,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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