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은 '천원짜리' vs PPL은 '오백원짜리'..'천변' UP&DOWN [Oh!쎈 레터]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2.11.12 15: 45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지난 11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첫방부터 시청률 8.1%(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를 찍으며 전작 두배의 성적으로 첫 출발을 알렸던 '천원짜리 변호사'는 마지막회에서 최고 시청률인 15.1%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올 한해 방송됐던 SBS 금토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적. 더군다나 전작인 '오늘의 웹툰'이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던 만큼 '천원짜리 변호사'는 침체됐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리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천원짜리 변호사'의 흥행 뒤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뒤따랐다. 2015년 SBS 극본공모 최우수상 수상 직후 표절시비에 휘말린 탓에 약 7년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만큼, '반쪽짜리 흥행'이라는 꼬리표가 못내 아쉽기만하다.

# 날아다니는 남궁민, 특별출연마저 빛났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갓성비 변호사’ 천지훈(남궁민 분)이 빽 없는 의뢰인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통쾌한 변호 활극. 남궁민으로 시작해 남궁민으로 끝나는, 그야말로 타이틀롤을 맡은 남궁민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그리고 남궁민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똘끼' 충만한 천지훈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속내를 알수 없는 표정과 말투, 어떤 상황에서도 뻔뻔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는 태도까지. '천원짜리 변호사' 속 남궁민은 어디로 튈지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단순히 '이상한 사람' 같으면서도 어딘가 미스터리함을 감추고 있는 듯한 천지훈 그 자체였다. 남궁민의 진가는 천지훈의 과거 장면에서 발휘됐다. 과거 검사시절 천지훈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잃지 않는 차갑고 무뚝뚝한 인물.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만 제외하면 타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극과 극'의 선상에 서있는 두 버전의 천지훈을 연기하는 것은 남궁민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충격적인 사건을 연이어 겪으며 '천지훈 검사'에서 '천지훈 변호사'로 변하는 과정 속 감정 연기 역시 돋보였다. 코믹과 진지함을 휙휙 오가는 작품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 중심에는 남궁민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천원짜리 변호사'에 남궁민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그와 벌써 네 번째 인연으로 이어진 김지은은 '김지은의 재발견'이라는 말 그대로 전작에서 그의 연기력을 문제삼았던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다. '포커페이스' 천지훈 옆에 초단위로 표정이 변하는 백마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최강의 콤비'라는 말이 떠오른다. 여기에 천지훈 변호사 사무소의 마스코트 사무장(박진우 분)의 감초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천지훈 변호사 팀'의 든든한 아군 '나예진(공민정 분) 검사 팀', 뜻밖의 활약을 펼쳤던 불곰(박재철 분) 등 드라마 곳곳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쏟아져내렸다. 특히 천지훈이라는 인물의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주영 역의 이청아, 최종 보스로 등장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던 주석태(최기석 역) 등, 특별출연마저 거를 타석이 없었다.
# 음악은 이지 리스닝? 드라마는 '이지 왓칭'
이른바 '고구마 없는' 전개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소 중 하나였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변호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법정물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다. 천지훈이라는 인물과 그에 동화된 주변인들이 합심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전개가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가볍다고 느껴질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유쾌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극 중반부터는 적재적소에 무겁고 진중한 요소들이 등장하며 자연스레 완급 조절을 이어간다. 최근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트렌드처럼 자리잡기 시작했고, 자극적이고 복잡한 전개에 시리어스한 분위기가 부각되는 작품보다 통쾌한 '사이다'가 쏟아지는 작품의 수요가 늘어났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그런 시청자들의 니즈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리서치 전문 회사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도. OTT 플랫폼의 발달로 공중파 미니시리즈조차 두 자릿수 시청률을 얻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천원짜리 변호사'의 흥행 기록 또한 '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시작은 금토드라마, 끝은 토요드라마
하지만 '천원짜리 변호사'는 난데없는 조기종영과 들쑥날쑥한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당초 14부작을 염두에 뒀지만, 후반부에 들어선 시점에서 12부작 종영 소식을 전한 것. 당시 SBS 측은 "속도감 있고 완성도 높은 전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이 많다.
실제 그전까지 꽁꽁숨겨져있던 천지훈의 과거가 6, 7, 8회에 걸쳐 풀린데 이어 종영을 코앞에 둔 10회가 돼서야 과거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때문에 진짜 범인을 찾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그를 응징하는 과정은 11회와 12회, 단 두 편 만에 모두 담아내야만 했다. 그 결과 '천원짜리 변호사'의 마지막회는 휘몰아치는 듯한 전개의 연속이었다. 작품 자체가 막힘없이 흘러가는 분위기라 해도, 결말이 다소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진범을 응징하는 과정 대부분이 생략된 탓에 찝찝함도 뒤따랐다.
종영을 앞두고 계속된 결방도 드라마의 재미를 절감시킨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달 21일 갑작스럽게 스페셜 방송을 편성한 것을 시작으로 28일, 11월 4일까지 3주간 연달아 결방하면서 금토드라마가 아닌 토요드라마로 후반부 전개를 이어가야했다. 때문에 상승기류를 이어가던 '천원짜리 변호사'는 첫 결방 이후인 9회부터 11회까지 도리어 시청률이 하락하는 후폭풍을 맞았다. 마지막회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잦은 결방이 아니었다면 더 높은 시청률이 나왔을 것이라는 평이다.
더군다나 '천원짜리 변호사'는 조기종영과 결방 탓에 제작사 스튜디오S와 작가의 불화설까지 불거지며 구설에 올랐다.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추측과 소문은 무성했고, 그 끝에는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불명예만 남았다.
# 1회 4PPL
TV드라마에서 PPL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피한 존재다. 때문에 매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PPL에 대한 불만의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천원짜리 변호사'는 PPL을 한 회에 '때려박는' 행위로 작품에 몰입하던 팬들의 비판을 샀다.
'천원짜리 변호사'에는 커피부터 찜닭, 건강식품에 양대창까지 다양한 PPL이 등장한다. 특히 작중 천지훈이 커피를 타주겠다는 백마리에게 "내가 타야한다", "그런게 있다"며 카메라를 응시한 채 커피 스틱을 들어올리며 '앞광고'를 하기도. '제 4의 벽'을 뛰어 넘은 해당 장면은 천지훈의 캐릭터성과 맞물려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장면이 등장한 9회에만 무려 4가지 PPL이 곳곳에 배치돼있다는 것. 더군다나 매 장면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것이 아닌 노골적인 홍보멘트가 덧붙여진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한번 뿐이라면 작품의 코믹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넘길 수 있지만, 여러차례 누적되는 PPL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를 보는건지 광고를 보는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끌어낼 수밖에 없다.
물론 극 전개상 천지훈의 무거운 과거가 풀리는 중반부와 본격적인 '복수'를 펼치는 결말부에 PPL을 배치하기 어려운 탓에 의도치 않게 특정 회차에 몰릴수 밖에 없는 상황을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작품 몰입에 눈에 띄게 방해가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그럼에도, 남궁민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겼다"는 평도 적지 않았으니 여러모로 덕을 본 셈이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SBS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