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우는 스타일 아냐"…'올빼미' 류준열, 마음으로 완성한 시대의 맹인(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11.15 12: 50

‘올빼미’ 속 천경수(류준열 분)는 낯설다. 낮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경수의 얼굴은 분명 몇 개월 전 ‘외계+인’ 속 무륵(류준열 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던 배우 류준열(37)이 맞는데, 또 다른 그의 표정은 친숙하기는커녕 안타깝기까지하다. 쌍꺼풀 없이 긴 눈에, 야윈 얼굴에는 귀기마저 흐르고 표정의 빈 공간으로 끊임없이 불안하고 앞날이 걱정되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마냥 웃으면서, 깔깔 대며 찍은 작품이 아니다보니 유해진 선배님과도 전작들과 다르게 다가갔다. 현장에서 좋은 얘기를 해주신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
류준열은 15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언론시사회 이후 좋은 반응이 많아 나와서 뿌듯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빼미’(감독 안태진, 제공배급 NEW,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영화사 담담)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 천경수 역할을 맡았다.
이날 예전에 비해 살이 빠진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선 그는 근황에 대해 “지금 촬영 중인 ‘머니게임’에서 맡은 인물이 소극적이다. 그 캐릭터에 맞춰서 살을 뺐다. 음식을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해서.(웃음)”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류준열은 선배 유해진(53)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바. 이날 그는 ‘국민 울보가 됐다’는 놀림 섞인 말에 “유해진 선배님이 타이밍에 맞게 그런 얘기를 해주셔서…제가 쉽게 우는 스타일이 아닌데 울컥했다”고 눈물을 흘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영화 ‘택시운전사’(2017), ‘봉오동전투’(2019)에 이어 세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어 그는 촬영기에 대해 “시사회에서도 얘기했듯 촬영하면서 ‘내가 왜 이런 사람들과 앉아서 밥을 먹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었는데 하필이면 그날 카메라가 많을 때 또 울컥해서.(웃음)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무슨 일이냐? 눈물 못 참았어?’라고 묻더라. (눈물을) 참고 못 참기보다 감정이 밀려왔다. 유해진 선배님과의 ‘봉오동전투’, ‘택시운전사’ 때도 생각이 났다. 시기적으로 2~3년마다 다른 작품으로 만났고 제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할 때마다 작품으로 선배님을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선후배 사이에 연기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은 거의 없지만 연기 얘기를 해주시니까, 좀 더 와 닿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유해진의 영업비밀’에 대해서도 “저는 갈 길이 머니까 비밀로 간직하고 싶다.(웃음) 저도 훗날 공개해도 될 정도가 되면 말씀을 드리겠다.(웃음)”며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되는 게 쉽지 않은데 ‘저 배우 따뜻한 거 같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과 겹친다. (영업비밀은)그런 맥락과 관통하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준열은 ‘올빼미’에 임한 계기에 대해 “기존의 사극은 궁중의 암투, 왕과 신하들의 갈등, 왕가의 가족극 등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저희 영화는 대부분이 궁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새로웠다. 핸디캡을 갖고 있는 평민이 중심에 있다. ‘맹인이 본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얘기이지 않나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경수가 ‘제가 다 보았습니다’라고 얘기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시대다. 평민의 말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한 사람이 용기있는 일을 해낸다는 것에 에너지를 낼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기존에 했던 작품들도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거 같긴 하다. 저는 ‘배우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있다. 그 부분을 어느 정도 신경을 쓰면서 하고 있다”고 출연을 할 때 신경쓰는 부분도 전했다.
“영화는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거짓인 걸 알고 보지 않나. 우리가 2시간 동안 속아서 보면서 재미있게 즐기는 게 영화가 주는 미덕이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올빼미' 속 이야기는 역사에서)진짜 있을 법한 일이다. 촬영을 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인조실록에 나온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보탰으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진짜 이럴수도 있었겠다 싶더라.”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 천경수 역을 맡았다. 이에 그는 “3개월 동안 집중력 있게 찍다 보니 지금도 초점이 안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 올 때까지 (초점을 맞추기가)어렵고, 다시 초점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초점을 안 잡는 게 오히려 편안할 때가 있었다. 지금도 보여드릴 수 있다.(웃음) 안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이상은 없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주맹증 환자를 만나 그들을 이해하고 표현해보려고 노력한 류준열은 “주맹증을 앓는 환자 분들이 마음 속 얘기를 첫 만남에 쉽게 꺼내시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심층적으로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가벼운 질문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관찰을 했다”고 연기를 위해 그들을 이용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심층 인터뷰로 들어가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 신경을 썼다. (맹인이라는 설정은 초반부터 나오는 것이고 그 설정은)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저는 경수라는 인물이 느낄 감정 표현에 더 신경을 썼다. 안 보인다는 것을 살리기 위한 리얼리티적 연기에 신경을 쓴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스태프, 감독님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는 류준열은 “공들였던 부분이 영화에서 재미있게 나왔다. 개연성에 신경을 쓰면서 임했는데 그게 잘 나온 거 같아서 뿌듯했다. 확실히 집중하고 애쓴 만큼 스크린에 티가 난다”고 완성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 어떤 작품보다 집요하게 묻고 따졌다. 그래서 (스태프 및 감독님과)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제가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자기 몫을 잘하면 영화는 굴러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꼬아서 들으면 ‘내 것만 하고 간다’는 말이다. 근데 연기 이외에 다른 것들도 필요하더라. 배우니까 나는 연기만 하고 가면 되는 게 아니라, 묻고 따지는 일이 전보다 많아졌다. 아이디어도 내고. 이 영화는 집중력 있게 몰아서 3개월 동안 찍었는데 찍고 보니 어느새 촬영이 끝나 있더라. 촬영장 안에서는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연출보다 제작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또래 동료들 중에 연출을 해본 감독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과 얘기는 많이 한다. 근데 저는 연출보다 제작에 관심이 있다. 이번 작품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분들과 해서 그런지 기존의 작품들에 임했을 때보다 편안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저도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의견을 냈고, 그들도 (제가 의견을 내는 일을)편하게 대해주셨다. 제작에 임하는 마인드가 이 영화에 일정 부분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향후 제작에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올빼미’의 극장 개봉은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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