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이 촬영 중인 김영광을 걱정할 정도로 그는 연쇄살인마 성윤오에 몰입해 있었다. 그만큼 도전 정신이 발현됐다.
넷플릭스 ‘썸바디’ 제작발표회는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김영광, 강해림, 김용지, 김수연과 함께 정지우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김영광은 자신이 맡은 성윤오 역을 “건축설계사무소 부소장 직급을 가진 건축가이자, 약간은 뒤틀린 감정을 가진 남자”라고 소개하며 “일단 윤오를 연기할 때 많은 컨셉을 넣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것도 하지말자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소년미 넘치는 환한 미소로 작품에 들어간 김영광에게 성윤오는 모험과 도전이었다. 김영광은 “도전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도전을 할 수 있어서 기뻤고, 하는 동안 즐거워서 하나도 힘든줄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정지우 감독은 김영광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했을까. 정 감독은 “이전에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일때도 믿음직스러웠다. 믿게 만든다는게 장르와 상관없이 어려운 일”이라며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김영광 배우 스스로가 모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넘치는게 느껴졌디. 이 조합이면 우리가 너무 행복하겠다고 생각해다. 현장에서 저는 그저 김영광 씨를 따라다닌 셈이다. 생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정지우 감독은 “지금 되게 멀쩡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촬영 중간 쯤 되니까 캐릭터의 그늘이 김영광 배우에게도 드리워지면서 걱정스러운 순간이 지속됐다. 잘 버텨내주기를 응원했는데, 지금 이렇게 멀쩡해진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광의 상대역이자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의 개발자 김섬 역은 600대 1의 경쟁율을 뚫고 배우 강해림이 캐스팅 됐다. 강해림은 김섬에 대해 “타인과의 소통에 굉장히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게 힘든 친구”라며, 김섬에게 성윤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결이 됐다고 느낀 사람이자 영혼의 단짝, 영혼의 파트너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정지우 감독은 강해림을 캐스팅하며 “완전히 고유한 사람이다. 별나다는 느낌보다 완전히 자기 모습이 고유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촬영 중에도 강해림의 의견과 감정을 충실하게 잘 따라가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강해림은 “큰 프로젝트에 주연으로 출연한 적이 없는데, 감독님이 제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시고, 들어주셔서 촬영 내내 존중받는 기분이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임목원 역을 맡은 김용지는 “목원이라는 인물이 꼭 수행해야 할 미션이 있었다면, 섬과 기은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게 임무”라며 “작업을 하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저의 어려웠던 부분의 일부가 쉽게 풀렸다. 현장에서 나누는 대화도 점점 섬이를 연기하는 해림이 아닌, 그냥 해림이와 대화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500대 1의 경쟁율을 뚫고 영기은 역에 캐스팅된 김수연은 “기은이는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를 겪은 사이버수사대 경찰이다. 기은이에게 ‘썸바디’는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데, 앱을 통해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다가 난항에 빠지는 역할”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김수연은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기은이가 엄청 씩씩하다고 느껴져서 놀라면서 읽었는데, 이 씩씩함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답을 찾아가다 보니 기은이가 어디다 내놔도 살아남을 것 같은 씩씩함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김수연은 실제로도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고. 그는 “기은의 욕망이 표현되면서도 보시는 분들이 불편해하지 않게 묘사하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기은이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작업을 했고, 장면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휠체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집에서도 타고 다녔고, 밖에서도 20분정도 거리에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에 정지우 감독은 “각자 난처하고, 그것을 해결해 내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영역이 모두 있다. 이 세 사람은 그게 겉으로 보이게 표현돼서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데, 남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서 이러한 요소를 주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정지우 감독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인을 발굴했다. 그는 “깊게 고민했던 가설이 있다. ‘현재, 미래의 컨텐츠들은 누구인지 묻고, 그것에 걸맞는 사람이 나오는 걸 보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이었다”라며 “그 과정에서 김영광 배우에게 고백을 하나 마저하고 싶은데. 신인 배우들이 등장하면 제 태도 마음가짐도 중여하지만, 상대 배우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지우 감독은 “훨씬 커리어가 많은 배우가 신인배우들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배우들이 현장에서 놀 수 있냐, 아니냐를 결정 짓기도 한다. 김영광 배우가 세 배우들을 원도, 한도 없게 받쳐줬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아 감사했다”고 김영광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넷플릭스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섬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윤오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18일 첫 공개. /cykim@osen.co.kr
[사진] 김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