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안태진 감독, '왕의 남자' 이후 17년만 데뷔작 "가족 서포트 감사해"(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11.15 17: 14

 주맹증을 앓는 가상의 침술사를 중심으로 놓되 역사적 사실로 빼곡히 채워넣은 인조의 이야기 ‘올빼미’에 대해 안태진 감독은 “현실감이 많이 느껴지는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 속 인물들이 아니라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나와야 현실감을 높이고 스릴감도 배가될 거 같았다. 대부분 실존 인물을 따왔다”고 말했다.
안태진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저는 ‘주맹증에 걸린 주인공이 (궁에서) 무언가 목격한다’는 한 줄을 갖고 새롭게 시나리오를 썼다”고 이같이 ‘올빼미’의 시작을 알렸다. 낮에는 안 보이지만, 밤에는 잘 보이는 주맹증을 겪는 침술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했지만,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왜곡 없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의미다. 이에 “여러 가지 실록을 본 뒤 어떤 왕으로 설정할지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첫 연출작 ‘올빼미’(제공배급 NEW,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영화사 담담)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 조감독 출신인 그는 17년 만에 데뷔작을 발표하게 됐다.

안 감독은 자신의 첫 작품을 내놓는 소감을 묻자 “‘왕의 남자’ 이후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을 반복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 힘들다고 할 순 없었다. 저의 가족들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아무 말 없이 서포트 해줘서 오늘날까지 제가 이 일을 하고 있을 수 있었다. 이번 영화의 개봉은 가족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안 감독은 “영화의 시작은 주맹증이었기 때문에 주인공 경수가 어떤 사건을 목격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어떤 역사를 주된 서사로 삼을지 선택한 것”이라며 “그러고나서 (실록에 나온)역사적 사실들 가운데 어떤 사건을 가져올 것인가 디테일을 살렸다. 사이 사이에 저만의 상상력을 더했다”고 시나리오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다양한 가설이 나오는 부분에 있어서 안 감독이 자신의 추측을 더해 영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의미다.
영화에서 인조(유해진 분), 소현세자(김성철 분), 조소용(안은진 분), 어의 이형익(최무성 분), 강빈(조윤서 분), 석철 등은 모두 실존 인물. 한편 류준열이 맡은 천경수를 비롯해 최 대감(조성하 분), 어의 만식(박명훈 분)은 가상의 캐릭터다.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궁에 있는 인물은 대부분 실존인데 최 대감은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역사 속에 그런 인물은 없지만. (당파에 속한 인물도 아니어서) 이름도 짓지 않았다”며 “박명훈은 캐스팅할 때 그렇게 눈이 아름다운지 몰랐다. 촬영할 때 보니 눈으로 말하며 웃음을 주는 배우였다. 눈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내서 즐거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유해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왕 인조를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인조는 기존의 왕(역할을 했던 배우)들과 다른 묘사를 하고 싶었다. 품위 있고 품격이 있는 모습이 아닌, 약점과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유해진 배우가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제의를 했다. 선배님이 ‘나를 왜 캐스팅했냐’고 물어봐서 ‘유해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어울릴 거 같다.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캐스팅 과정을 떠올렸다.
왕으로 분한 유해진은 코믹하고 밝은 기운을 걷어내고 욕심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조의 얼굴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유해진이 그간의 코믹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운 듯하다’고 하자 “저는 잘할 줄 알았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진 않았는데 촬영 중 모니터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촬영 전 분장을 하고 의상테스트를 하는데 왕 인조에 너무 잘 어울렸다. 선배님이 ‘네 덕분에 왕도 해본다. 내가 어디 가서 왕을 해보겠냐’고 하더라”고 답했다.
류준열의 장점에 대해서는 “스릴러 장르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다. 장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잘 어울리는 배우 같다. 특히 경수 역할은 많은 걸 표현하지 않고 내면에 쌓아두는 인물이다. 감정을 쌓아두고 발산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감정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길 원했는데 류준열이 너무 잘해줘서 행복했다”고 칭찬했다.
안 감독과 류준열은 함께 주맹증 환자들을 만나기도. “제가 같이 가자고 제안했고 만나서 함께 식사를 했다. 환자 분들을 만나기 전에 류준열은 걱정이 많았다.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더라. 하지만 그분들을 만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많이 밝아졌다. 그 다음부터 걱정이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올빼미’에서 경수가 앓는 주맹증은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짚었다.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증상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한 가지 증상이라고 지정하는 게 맞지 않다. (밤에) 잘 보일 때는 뛰어다녔다는 분도 만나봤다. 물론 증상이 더 심각하신 분들도 있지만 저는 가장 잘 보이는 경우로, 경수가 그런 사람이라고 상상하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들은 치료에 중점을 맞추신 분들이다. 저는 주맹증 환자들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중요했다. 의사들에게는 전체적인 부분과 학제적인 도움을, 나머지 부분은 주맹증에 걸린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수의 시점샷에 대해서는 “판타지 영화처럼 보이면 안 되겠다 싶었다. CG를 쓰면 가짜처럼 보이기에 현장에서 만들었다. 그래야 가장 현실적으로 보일 거 같았다. 그래서 스타킹과 물주머니를 카메라 앞에 대서 찍는 방식을 택했다”고 답했다.
촬영에 앞서 경수 역의 류준열은 안 감독에게 전화해 3시간 동안 통화하며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주맹증보다 자기가 표현하려고 하는 부분에 개연성은 있는지, 연기하는 캐릭터에 설득력은 있는지 궁금해했다. 디테일을 따진 거다. 촬영 초반에는 거의 매일 얘기를 나눴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실과 상상이 만난 팩션 사극 '올빼미'는 역사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극적 재미를 완성했다. 소현세자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나가는 진실 추적극이 심장을 조이며 쫄깃하게 펼쳐진다.
“‘올빼미’는 빛과 어둠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 어두운 장면이 많은데 그걸 즐기려면 꼭 극장에 와서 보셔야 한다. 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시청각적인 스릴러를 체험하시면 영화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스릴러의 쫄깃한 긴장감을 즐기시길 바란다.”
/purplish@osen.co.kr
 [사진] NEW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