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의 주인공 택록은 뜨겁다. 달리고 싸우고 용서하고 분노하고 생각한다. 늙은 형사 택록으로 변신한 이성민과 닮아 있다.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이성민은 로버트 드니로처럼 계속해서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플러스 ‘형사록’ 인터뷰에 이성민이 함께 했다. 이성민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목이 ‘늙은 형사’였다. 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제 나이에 공직에 있는 친구들은 은퇴를 하는 나이다. 인생을 정리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회에서 쓸모 없어진 것 같은 형사에게 닥친 인생 최고의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매력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형사록’은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성민은 “오늘도 더 잘 버텨야지 생각을 했다. 체력소모가 많다. 저는 일정이 빡셌다. 2주를 안쉬고 촬영을 했다. 그런 일정을 달리다보면 한참 코로나 때문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때는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고 싶었다. 고시원 촬영을 하거나 하면서 걸리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 요즘도 현장가면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형사록’의 또 다른 매력은 이성민 뿐만 아니라 진구, 경수진, 이학주, 김홍파, 김태훈, 유승목, 오대환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 한다는 것이다. 이성민은 “이 작품의 미덕 중에 하나가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 됐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그런 의지를 가지고 캐스팅을 했다. 짧은 분량을 나와도 에너지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연기해서 행복했다. 진구, 경수진, 이학주는 촬영 전부터 준비를 같이 해서 재미있었다. 워낙 호흡도 좋았고, 잘하는 친구들이다. 젊은 친구들이 연기를 잘했다. 이학주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다. 연기를 할 때 연기를 잘했다. 본편을 보면서 보통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가졌던 미션 중에 하나가 용의 선상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걸 완벽하게 해낸 것이 이학주였다”라고 칭찬했다.

어느덧 50대를 넘어가는 나이가 된 이성민은 배우로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성민은 “은퇴는 아니지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살살 들기 시작한다. 그런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레전드 배우들이 짧게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나의 미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전에 디즈니를 가입해서 마블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 애 아이패드로 보다가 게임기를 연결해서 그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신세계였다. ‘앤트맨 앤 와스프’에서 할머니 였던 미셸 파이퍼를 봤다. 저런 모습으로 나이가 들면 되겠지라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나의 앞으로의 모습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필요로 하면 어떤 것이든 한다. 역할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쓰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면 이학주가 주연이 되고 학주의 할어버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게 배우로서의 인생이다. 오드리 햅번처럼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잠적하거나 그렇고 싶지 않다. 로버트 드니로 같은 분들도 배우로서 살기 위해서 나이 들어서도 작품을 했다. 지금도 작품을 하고 있고, 그런 모습으로 나도 그렇게 살면 아름다운 배우의 인생이 아닐까”라고 진심을 고백했다.
이성민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OTT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 등장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었다. 이성민은 “OTT 때문에 영화가 상처받고 있다. 영화를 어떻게 해야하지 겁이 나긴 하다. OTT 시장에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서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그러면서 경계가 허물어진다. 영화는 영화대로 이런 시대에 다르게 변화 해야한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드라마가 많아지고 다양한 장르를 만들면서 배우들에게 좋은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형사록 8부를 본다면 오랜 시간이 들지만 그것을 몰아본다는 것이 특이하다. 나 역시도 ‘수리남’을 추석 전날에 몰아서 봤다. 안봐줄 수 없어서 보다가 늦잠을 자서 제사를 못 지낼 뻔했다”라고 했다.
2022년에 시청자와 관객을 자주 만나는 이성민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성민은 “필요하니까 저를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을 할 때, 좋으면 한다. 거절을 할 수가 없다. 제가 하기 싫은 이야기의 하기싫은 캐릭터를 하는 경우는 없다.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더 나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직업이다. 내가 하는 나의 일의 특성이다. 아쉬움이 남으니까 또 다른 것을 도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성민은 배우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 직업일 뿐이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친다고 했다. 하지만 이성민은 그 특별하지 않은 일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삶을 단순화 한 이성민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pps2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