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하루아침에 사고로 앞세웠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슬픔이 부모의 마음을 잠식했을 터. 이태원 압사 참사로 배우 이지한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모친이 연일 무너지는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지한의 모친은 최근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아들의 죽음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며 “아들이 ‘엄마 나 오늘 이태원에서 밥 먹고 그리고 집에 올 거야'라고 했다. 흰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를 제 손으로 다려서 입혔다.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구두의 끈을 매줬다”며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제 아이의 사망 시간은 10월 30일 밤 12시 반이다. 도와 달라고 구조 요청한 아이의 시간은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전화한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왜 나가지 않았나. 몇 시간 동안 대처를 못했기에 그 많은 아이들이 간 거냐. 다 살릴 수 있었다. 한 명도 죽이지 않을 수 있었을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 이로 인해 사상 초유의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이태원에 있던 이지한 역시 안타까운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이지한의 모친은 “아직도 아들 방에 보일러를 켠다. ‘엄마’ 라고 부르는 환청이 들린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에 착하다고 써놨다”며 “어려서부터 착해서 제가 별명을 '효자'라고 지었다. 봉사활동에서는 산타가 돼 아이들을 찾아갔다더라. 착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그렇게 착하게 살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지한 모친의 호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그는 아들의 인스타그램에 “넌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똑하고 잘생겼더라. 뱃속에서도 순해서 얘가 잘있나 만져보기까지 했어. 널 키울 때는 하도 순하고 착해서 이런 애는 20명도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라는 글을 남기며 좋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리고는 “엄마는 뜨는 해가 무서워 심장이 벌렁벌렁거려. 내 보물 1호. 너를 내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보낼 수가 있을까”라며 "나도 죽는 법을 찾을까? 죽지 못하면 모든 걸 정리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처박혀 숨도 크게 쉬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고 토로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이지한의 모친은 "총리의 자식도 회사원의 자식도 시장 상인의 자식도 어느 하나 목숨의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검찰에 의뢰해서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잣대로 철저히 조사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매체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태원 참사를 이슈몰이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는 상황. 이지한 모친을 비롯한 유족들이 이번 참사에 더 참담한 이유가 여기 있다. "다 살릴 수 있었다"는 이지한 모친의 울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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