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김래원에게서 ‘소크라테스’ 구동혁이 보인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11.17 07: 37

[OSEN=김재동 객원기자]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과 범일역 사이엔 좌천역이 있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는 어느 낙엽 떨어지던 가을날 그곳에서 내렸다고 주장하는 경찰이 주인공이다.
“니들 경찰이 말야. 정의구현을 해야지!”
광수대의 일명 ‘진돗개’ 진호개(김래원 분) 경위의 제1 신조는 정의구현이다. 그 정의구현을 위해 ‘나쁜 놈은 때려잡는다’를 제2 신조쯤으로 맹신한다.

그러다보니 주먹을 날릴 때 일일이 허락받고 날리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광수대에선 동료 형사들조차 그런 진호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이들과 일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피의자 폭행으로 징계위에 넘어간 진호개를 비아냥 거리기나 한다.
“이젠 대놓고 까네. 그만 좀 해라. 간다”가 옛 동료가 된 광수대 식구들에게 남긴 진호개의 마지막 말이 됐다.
진호개가 징계받아 간 곳이 태원소방서 옆집 태원경찰서. 진호개가 전입신고하기로 된 날 태원소방서와 경찰서는 접수된 납치신고로 인한 긴급출동으로 부산하다.
출동차량들이 막힌 도로에 전전긍긍할 때 에스코트에 나선 오토바이 한 대가 앞장서며 길을 뚫고, 신호받은 차량들조차 막아세우며 긴급출동을 지원한다. 마치 영화 ‘긴급명령’에서 콜롬비아를 찾은 해리슨 포드를 컨보이한 경찰 오토바이처럼.
요구조자의 위치는 특정됐지만 1,000세대나 되는 아파트 단지다. 피랍자는 꽉 막힌 창문으로 인해 위치 파악에 도움을 줄 수 없다. 피랍자가 설명할 수 있는 건 납치범이 제법 의학지식이 있고 거실에 휠체어가 있으며 화장실에 생리대가 보관돼있다는 정도. 피해자는 허벅지에 칼이 꽂힌채 출혈이 지속되고 있어 구조가 시급한 상태다. 가가호호 탐문은 불가능하다.
진호개는 우선 생리대에 착안해 범인이 여성 집주인을 살해하고 눌러 앉았을 것을 예측, 실종자를 수배한다. 실종자는 없었지만 생명활동 흔적이 없는 여성은 확보했다.
그 주소로 쳐들어갔지만 피랍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여자는 급성병증으로 주변정리도 못한 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새 주인이 이사온 상태였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는 중 진호개는 결단한다. ‘불을 내자!’ 연기로 장소를 특정하고 화마가 번지기 전 소방이 제압하면 일말의 생존확률을 기대할 수 있다.
사다리차로 올라가며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느냐?”는 구급대원 송설(공승연)의 항의를 “당신들이 불을 잡아. 난 범인 딸테니까”라 맞받아친다.
그렇게 소방과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피랍자는 구조되고 범인도 검거된다.
1화를 통해 드러난 진호개 캐릭터는 우선 다혈질이다. 나쁜 놈을 보면 쉽게 발작한다. 다음으로 그렇게 머리가 쉽게 달아오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냉정하고 치밀하다. 법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는 설정답게 추리력이 뛰어나다. 또한 한번 물면 놓지않는 집요함과 이빨이 나가도록 물어뜯어서라도 수갑을 채우고마는 근성도 압권이다.
또 자기 일은 자기가 하고 남의 일은 남에게 맡겨두는 스타일이다. 범인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 있고 불이 났기 때문에 소방이 여기 있다는 주의다. ‘내가 그러니 적응하고 말고는 당신 몫’이란 오불관언의 기질이 여실하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타협모르는 ‘꼴통’.
<미스터 소크라테스> 스틸컷
이같은 캐릭터의 특징으로 김래원의 전작,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구동혁이 오버랩된다.
당시 구동혁은 경찰복을 보고 “복장이 불량하다”는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 도둑놈과 형사의 차이가 뭔줄 알아요? 도둑놈은 인생관이 없고, 형사는 인생관이 있다는 거예요. 도둑놈은 죽어도 도둑놈이고 형사는 죽어도 형사입니다.”고 말해 끝내 “너 사람됐다”는 반응을 끌어냈었다.
1화 말미에 진호개의 아버지는 검사장임이 밝혀졌다. 형사팀장 백참(서현철 분)의 “아버지에게 전화했냐?”는 질문에 “바쁜 검사장님이 일개 경찰 전화를 받아요?”라 반문하며 그 아버지와의 관계가 편치않음도 밝혔다.
예고편에선 아버지 진철중(조승연 분)이 진호개 징계사유였던 폭행 피해자이자 진호개 표현 ‘진짜 나쁜 놈’ 마태화(이도엽 분)와 짬짜미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스토리라인에서 부자 갈등이 중요한 에피소드가 될 것임을 짐작케했다.
구동혁이 그랬던 것처럼 진호개가 그 아버지 진철중을 갱생시킬 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듯하다. 연기 잘하는 김래원이라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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