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연 감독이 영화 '성덕'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16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영화 '성덕'을 만든 오세연 감독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오세연 감독은 '성덕'의 의미를 묻자 "성공한 덕후라는게 결국 계를 탔다 이런 의미다. 직접 만나거나, 사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을 찍거나 나를 기억해주거나 그런 스타와 나 사이에 접점이 발생할때 성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재석은 "감독님도 성덕이냐"고 물었고, 오세연 감독은 "저도 성덕이었고 팬분들 사이에서 '네임드'였다. 스타도 저를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라고 꼽아 준 적이 있어서 스스로 성덕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연예인과 함께 출연하는 '별바라기'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정준영을 향한 팬심을 공개적으로 알렸던 적도 있다고.
그는 "팬클럽 활동 열심히 했고 다른 아이돌 팬들 보면서 모방했다. 다들 재밌는 의상으로 퍼포먼스같은걸 많이 하더라. 환자복 입고 가는 경우도 있고 단체로 동물 잠옷을 입고 가는 경우도 있고 태권도복입고 앞구르기하면서 등장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저도 거기서 영감 받아서 나는 한복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막 껴입고 해서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재석은 "동생이 팬클럽 활동 열심히 할때 언니로서 얘기 안했냐"고 물었고, 오세연 감독의 언니는 "동생이 팬클럽 활동하려고 돈을 벌어야하니까 집에 세간살이가 없어져갔다. 중고거래를 하는거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오세연 감독은 "중학생이니까 아르바이트 할수도 없고 덕질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않나. 제거라고 생각되는 물건을 주로 팔았다. 예를들어 10만원 주고 산 신발이 있다면 한두번 신고 5만원에 파는거다. 제 입장에서는 창조경제인데 엄마입장에서는 무슨짓을 한거지 싶은 짓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또 "집안에 팬클럽 활동으로 인한 갈등이 있었을것같다"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없었다. 우리가 덕질한다고 하면 '공부나하지 연예인 쫓아다니냐'고 하지않나. 저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덕질을 제 성적이 방해해선 안된다, 좋아하는 사람의 자랑스러운 팬이 되고싶다는 생각에 공부도 열심히 했다. 중학생때긴 한데 전교1등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덕후 쭉 좋아했냐"고 묻자 그는 "쭉 좋아했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덕질의 방향이 바뀌었다. 영화가 너무 하고시고 영화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 지금 한예종 영화과에 다니고 있다. 그래도 계속 좋아하다가 대학생때 그런 사건(성범죄)이 터지면서 더이상은 좋아한다고 말할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 보도가 나왔던 당시 심경을 묻자 "그날따라 갑자기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하필 다큐멘터리 만들기 책을 읽고 있었다. 그걸 읽느라 휴대폰을 못보고 있었는데 도서관 문을 닫아야 해서 핸드폰을 보니 친구가 문자를 보내면서 '더럽고 기분 나쁘지만 니 잘못 아니니까 힘들어하지 말라'고 했다.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넘기고 인터넷 들어갔더니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렇게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또 '성덕'이라는 영화를 찍어야겠다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실제 피해자분들이 있는 사건이지 않나. 사실 이걸 영화로 만드는게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이 팬들이 예전에는 그 범죄자를 지지하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돌아섰고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걸 얘기하는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약간의 책임감을 드러낼수있는 방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오세연 감독은 "영화에서 10명의 '실패한 팬들'에게 어떤 질문을 했냐"고 묻자 "저도 같은 입장이지 않나. 그런 팬이었고. 실패한팬 망한팬이었다 보니까 저한테 물어봐줬으면 하는것들을 많이 물어봤다. 심경이나 깊숙한곳에 있는 이야기들, 같은 일을 경험한 동료로서 나눌만한 이야기들 위주로 질문 많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지개인줄 알았는데 신기루였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건 사회 악을 돕는거다' 이런 강경한 이야기도 하고. 그런 얘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 한명이 저한테 '죄없는 죄책감' 그 단어 자체를 알려줬고 그친구와 팬들이 갖게 되는 죄책감에 대해 얘기 많이 했다. 그런 응원과 지지가 범죄 동력이 된게 아닌가 그런 기분이 든다. 팬들한테는 계속 가져갈 죄책감의 일부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그는 영화 촬영 후 변화한 '성덕'의 의미를 묻자 "예전에는 성공한 덕후라면 정량적인 것들. 몇번 만났고 몇째줄에 앉았고 그런걸 따졌다. 근데 여러 사건을 거치고 영화를 만든 후에는 성공한 덕후라는게 결국 내가 오랫동안 누군가를 좋아할수 있는거, 그리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거. 좋아하면서 내가 행복할수 있는 덕후가 다 성공한 덕후인것 같다. 또 저희 영화 제목이 '성덕'이지 않나. 이 제목을 항상 성공한 덕후라고만 생각했는데 '성찰하는 덕후, 성장한 덕후'라고 얘기해주시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전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