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사 복잡하고 피곤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는 집 없어서 고민이고, 집값이 날개없이 추락할 때는 ‘영끌’한 게 후회막급이다. 은행에 갖다 맡길 돈은 커녕 빌린 원금 갚기도 힘들건만 금리는 왜 이리 오르는지. 자동대출 이자 떼가는 게 장난 아니고 시장 물가와 밥값 오르는 게 하루가 다르다.
짜장면이랑 라면, 영화 입장권 가격 등은 서민 생활과 직결돼서 함부로 못 올리던 물가 정책도 옛날 일이다. 트러플 가루 조금 뿌렸다고 2만원 넘어가는 짜장면 등장이고(특급호텔 중식당 얘기가 아닙니다) 웬만한 동네 중국집 짬뽕 짜장 가격이 1만원 선을 넘보는 추세다.
극장인들 다를까. 주말에 연인과 영화 한 편 보면서 오징어와 팝콘 씹고 탄산으로 목 좀 축일려면 5만원권 한 장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가족 나들이로 극장 갔다가 외식까지 해결한다? 월급쟁이 가장의 등골이 90도로 휠 게 분명하다.
코로나 한파가 지나간 극장가에 관객이 팍팍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처럼 볼만한 개봉작 많다고 한 달에 서너차례 극장 갈 정도로 대중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한 편을 보더라도 신중히 고르고 골라서 티켓을 끊는다. 그런데 고구마나 먹이고 재미없다? 분노의 감상평이 인터넷에 작렬한다.
또 지금은 OTT 전성시대다. 블록버스터급 대작 개봉은 극장을 찾을지언정 소소한 수작들은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왓챠, 아마존 프라임 등에서 무료 관람을 노리는 알뜰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은 장르물의 극장 상영이 급격히 감소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와중에 ‘마블리’ 마동석은 올 극장가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액션 스릴러 ‘범죄도시2’로 올해 첫 천만영화의 축포를 쏘더니 신작 ‘압구정’을 다시 개봉한다. 영화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 분)이 실력 TOP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 분)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가 된 이야기.
마동석은 액션과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다. ‘진실의 방’로 통하는 그의 액션은 강력한 원펀치이고 ‘마블리’로 불리는 그의 코미디는 부드럽게 빵 터진다. 극장 암흑기에 코미디 장르물을 극장에서 개봉 시킬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바로 ‘마동석표’ 브랜드를 달았기 때문이다.
마동석표 브랜드? 한 마디로 유쾌 통쾌 상쾌 ‘3쾌’로 요약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하고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개운치않은 뒷맛이나 고구마를 먹은 듯 더부룩한 불쾌함을 남기지 않는게 마동석표 영화의 강점이다. 가뜩이나 삶이 어렵고 힘든 때에 마동석의 영화는 가뭄 끝 단비같은 시원함을 선사하니 티켓파워가 상승하고 있다. 마동석 브랜드 흥행과 성공의 키워드인 셈이다.
올 상반기에 파워풀히고 시원한 액션 활극으로 스크린을 평정했던 그가 하반기에는 어떤 말발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이번에는 '진실의 방'이 아니고 '폭소의 방'인거죠?/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