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대중문화는 사회를 투영한다. 지난 12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내는데 가장 큰 스펙은 ‘부모’임을 천명하며 부모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18일 시작된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장은재, 연출 정대윤)도 같은 전제하에 회귀와 빙의를 통해 재벌가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내세웠다. 각각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윤현우(송중기 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순양그룹의 오너일가를 관리하는 미래자산 관리팀 팀장이다. 흙수저로 태어나 가장 역할까지 맡았다. 고졸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 오너일가의 오더라면 거절도, 질문도, 판단도 하지 않는 오직 충성 뿐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순양 창업주 진양철(이성민 분)회장의 자서전은 달달 외우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유출 관련서류를 그룹 부회장인 진성준(김남희 분)에게 보고하게 되고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 아픈 진성준의 명령으로 6억 달러의 비자금 회수에 나섰다가 튀르키에 현지에서 피습당해 사망한다.
하지만 죽음으로 끝난 줄 알았던 삶은 진윤기(김영재 분)와 이해인(정혜영 분)의 둘째 아들인 진도준(김강훈 분)에 빙의해 다시 이어진다. 그것도 윤현우로서의 모든 기억을 지닌채 1987년으로 회귀해서.
새 삶 속의 아버지 진윤기는 영화배우 이해인과의 결혼으로 조부인 진양철 회장에게 내처진 채 살고 있다. 진도준은 전생 윤현우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또 순양가의 충실한 개로 살았던 전생의 포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순양가를 접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겐 치트키인 ‘기억’이 있다. 1987년 대선은 자신을 손자로 인정치 않는 진양철 회장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미래를 살아본 경험으로 가장 열세인 후보 노태우 지지를 종용하고 미-일간 반도체 치킨게임 속 순양반도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양철에게 매물로 나온 영진반도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울 것을 조언한다.

진양철 회장이 그 매수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테러로 공중폭발이 예정된 비행편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 진도준의 전언은 결과적으로 진양철을 예정된 죽음으로부터 구해냈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대한 진양철의 집념을 응원하는 모양새가 되어 진양철의 호감을 잔뜩 사며 손주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그리고 서울대 법대 합격증을 내걸고 진양철과 거래해 신도시 건설이 예정된 분당땅 5만평도 손에 넣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 기억을 지닌 채 회귀하는 꿈을 꾼다. 그때로 갔으면 비트코인을 왕창 사서 떼돈을 벌건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행에 걸었으면 대박났을텐데.. 분당 일산 세종 땅이나 좀 사둘걸..
일반인의 회귀도 파급력이 작지 않을텐데 태어나는 순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된 재벌가 일원으로 시작한다면 세상 못할 일이 뭐 있을까.
드라마는 시작부터 반(反)재벌의 성격은 포기했다. 윤현우 스스로가 창업주 진양철 회장의 기업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 비자금 문서를 폐기처분하는 김주련(허정도 분) 본부장에 맞서기도 했고, 진양철이 백자를 깬 장손 진성준을 혼내며 “너는 수만명의 순양 식구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하는 대사를 따라 읊는 진도준의 모습으로 그 공감을 확인시켰다.
진도준으로의 환생 목표는 자신을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로 포장됐지만 그 복수는 순양이란 그룹을 온전히 획득하는 것으로 완성될 모양이다. 머슴 윤현우를 죽인 자가 누구든 그에게 가장 뼈 아픈 일은 순양을 잃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흐뭇한 공상은 누구에게나 위안을 준다. 공상은 판타지다. 고단한 인생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공상이 숨 쉴 판타지의 시간을 만들어 줄 것 같다.
/zait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