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장래희망은 배우였다. 다른 일을 해도 배우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 하겠더라. 그래서 다른 학교에 다니다가 삼수를 해서 가천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배우 이진리(34)가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악에 바쳐’(감독 김시우, 제작 나인테일즈코리아, 배급 블루필름웍스)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때 발레를 배웠고 체육과목은 잘했다. 그렇게 일반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제게 ‘배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셨다. 그때부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때 수학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진리는 앞서 두 개의 대학교를 다니다가 최종적으로 가천대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다른 학교에 다니다가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를 3년이나 다녔는데 ‘아싸’였다. 어떤 날은 학교에 가서 말도 안 하고 온 적도 있었다.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3년을 다니고 자퇴했고, 다시 대학 입시 준비를 해서 가천대 연기예술학과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잦은 진로 변경 때문에 등록금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 부모님은 그 누구보다 열렬한 지지자. "처음에는 배우의 길을 반대하셨지만 현재는 응원을 해주고 계신다"고 전했다.

이어 “이순재 선생님이 저희 학교 교수님이다. 제가 1기라서 애정이 많으시다. 제게 ‘언제 결혼을 하느냐’며 하게 되면 주례를 서주겠다고 하셨다.(웃음) 근데 결혼은 제 생에서 글렀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진리는 2016년 수원시립극단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했으며 ‘귀여운 남자’(2021), ‘나만 보이니’(2021)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주연을 맡은 것은 ‘악에 바쳐’가 처음이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을 이룬 셈이다.
이진리와 박유천(37)이 호흡한 영화 ‘악에 바쳐’(감독 김시우, 제작 나인테일즈코리아, 배급 블루필름웍스)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 태홍(박유천 분)과 처음부터 잃을 게 없던 여자 홍단(이진리 분)이 나락의 끝에서 서로의 삶을 마주한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러 멜로 드라마. 극장 개봉 없이 이달 10일 IPTV 및 VOD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이진리는 “감독님이 제 연기 영상을 보시고 만나고 싶다고 해서 찾아갔다. 대본을 보기 전 2시간 정도 같이 얘기를 나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제가 ‘홍단 역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주인공을 맡겨 주셨다”고 캐스팅 된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은 2020년 크랭크인 해 약 3주간 촬영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주인공으로 호흡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힘들었다”는 이진리는 “감독님과 스태프가 잘 챙겨주셔서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 사투리, 중국어를 쓰며 연기하는 건 어려웠다. 앞으로 외국어 하나는 현지인처럼 잘 쓰고 싶다”고 말했다.
홍단 역의 이진리는 “홍단 캐릭터의 비주얼이 세지만, 저는 더 세고 파격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비주얼 때문에 (관객으로서) 떨어져서 보시면 파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영화 안에서 그냥 일반적인 사람으로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단은 제가 모르는 분야의 여성이다. 탈북녀에, 아이도 있고, 직업은 도우미 여성이다. 실제로 제가 접하기 어렵고 경험해보지 못 한 인물이다. 드라마나 영화로는 봤어도. 그렇지만 이해가 안 된다기보다 그들의 삶은 어떨지, 제가 어떤 부분을 보여줘야 할지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고 캐릭터를 접하고 분석한 과정을 들려줬다.


촬영 전 현장을 먼저 둘러봤다는 이진리는 “로케이션 장소에 미리 찾아가서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나 직업여성들을 직접적으로 찾아간다거나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지는 못 했다”고 상상을 통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촬영을 하면서 박유천의 도움이 컸다는 그녀는 “대본 리딩을 할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 있었는데, 현장에서 어떻게 갈지 예상이 안 갔다”며 “근데 박유천 선배님은 스타급 배우인 데다 경력이 많으시지 않나. 불미스러운 일은 있었지만 배운 게 많았다. 선배님으로서는 신인 여자배우와 주연으로서 연기를 한다는 게 싫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 없이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박유천을 칭찬했다.


박유천에 대해 그녀는 “주변에서 우려는 있었지만 저는 배우 후배로서 박유천 선배님에게 편견, 부담감은 없었다. 그것보다 제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했고 그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박유천 선배님은 이 작품으로 (국내)복귀 의지가 크셨을 거 같다. 저도 마찬가지로 제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게 더 중요했다. 각자의 것에만 집중했다. 선배님이 연기를 잘하시고 현장을 대하는 게 능숙하셔서 저는 배울 게 많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진리는 “저는 경험 중독자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일에 열려 있다. 그런 것들을 통해 발전하는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 점에 있어서 배우가 제게 맞는 직업 같다. 오늘도 이런 인터뷰 자리가 처음이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고 어려움이 많지만 저는 (다양한 경험을) 잘 버티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 할 수 있는 거 같다”고 말하며 밝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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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ND엔터테인먼트, 나인테일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