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영평상에서 정우성-탕웨이가 남녀주연상, 손석구-아이유가 남녀신인상, '헤어질 결심'이 6관왕에 올랐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는 '제42회 영평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평상은 1980년에 설립됐으며,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고, 매년 그해의 우수한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최고의 영예 최우수작품상은 '헤어질 결심', 감독상도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수상했다.
미국에서 새 작품을 찍고 있는 박찬욱 감독은 영상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건 여러 감정 기복을 경험하게 만든다"며 "이 여행을 함께 해 준 배우, 스태프 분들께 감사하다. 여러분 덕에 내가 조금 더 성장했다.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재치 넘치는 멘트를 남겼다.
감독상을 받았을 땐 "관객 여러분이 이 영화를 인용하고, 이용하고, 요리해서 잡수시고, 그런 덕에 내가 정말 힘이 많이 났다. 앞으로도 지칠 때마다 여러분의 사랑을 생각하며 정신 차리겠다"며 거듭 고마움을 내비쳤다.



남우주연상은 '헌트'의 정우성, 여우주연상은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가 각각 받았다.
정우성은 "(이정재) 신인 감독에게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 먹은 차에 개인적으로 이렇게 영평상을 받아 감사하다. 신인 감독이 '김정호는 정우성 아니면 쓸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했었다"며 "신인 감독의 성과를 인정하고 싶지만, 나 같이 좋은 배우와 함께 한 훌륭한 스태프들이 있어서 받을 수 있었기에 신인 감독 이정재에게 감사를 받고 싶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헌트'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정우성은 "상을 받게 되면 기쁨 보다는 자격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특히 영평상은 대한민국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며 "나한테 상이 주어졌을 때 내가 받을 자격이 돼 있나, 이 상의 가치를 의미있게 키워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영평상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탕웨이는 "영평상 감사합니다"라며 한국말로 입을 열었고, "먼저 영평상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린다. 이 자리가 영평상에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는 거라서 더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탕웨이는 "이렇게 무대에 선 기회에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안성기 선배님께 안부를 전하고 싶다"며 "새로운 작품을 보고 싶고, 오늘 공로영화인상 받으신 것도 축하드린다"며 혈액암 투병 중인 선배 안성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탕웨이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저희로선 현장에 있을 때 자유롭고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낀다"며 "그런 기회를 주신 박찬욱 감독님, 정서경 작가님 좋은 대본을 써주셔서 감사드린다. 가장 감사하고 싶은 분들은 스태프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한국어로 "이따 만나요"라고 덧붙이며 미소를 보였다.


신인여우상은 '브로커'의 아이유(이지은)가, 신인남우상은 '범죄도시2'의 손석구가 수상했다.
앞서 아이유는 데뷔작 '브로커'로 춘사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영평상에서 또 한번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아이유는 "수상 소식을 알고 오면 훨씬 덜 떨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앞서서 과분한 말씀을 해주셔서 긴장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 선배님께 영평상을 의미를 듣고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영광스러웠다. '브로커'란 영화는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여러가지 생각할만한 키워드를 던져준 작품이다. 이별, 결핍, 치유, 가족의 의미, 많은 걸 담아내기에 부족했지만, 과정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유는 "이 상이 아주 큰 격려가 될 것 같다. 감독님,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선배님, 그리고 주영 언니, 스태프 분들 덕분에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질 때 얼마나 큰 진심과 노고가 들어가는지 가까이서 봤다"며 공을 돌렸다.
아이유는 "받아본 상 중에 가장 떨리는 것 같아서 너무 당황스러운데, 아무튼 '브로커'로 받은 행운과 배움들, 관용의 시선들 잊지 않고 열심히 해서 다시 이 자리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범죄도시2'에서 악역을 맡아 열연한 손석구는 차기작 촬영으로 불참했고, 영상 메시지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다른 촬영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누구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한 분께만 전해야 한다면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님이 떠오른다. 이 영상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며 "100% 감독님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마다 목표는 하나였다. '감독님을 만족시켜서 퇴근 시켜드리자' 그 마음으로 했다. '감독님 알러뷰~' 술 한잔 꼭 사겠다. 찾아뵙겠다"며 고마워했다.
이정재는 첫 감독 연출작 '헌트'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영국 런던에서 '스타워즈' 시리즈 관련 촬영 때문에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헌트' 제작사 대표 한재덕이 무대에 올라 대리 수상했다.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보낸 이정재는 "해외에서 촬영 중이라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게 됐는데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헌트'를 사랑해주신 응원해주신 관객분들, 소중한 스태프 분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감사하다
"며 미소를 지었다.


남우조연상은 '킹메이커'의 조우진, 여우조연상은 '헌트'의 전혜진이 받는 기쁨을 누렸다. 조우진은 다른 작품 촬영 차 불참했다.
전혜진은 "영평상은 언제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헌트'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사람들 때문에 했다. 기대보다 실망하게 될 때가 많았는데, 이번 팀들은 함께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을 만큼 욕심이 생겼다. 누구보다 감독 데뷔 성공적으로 잘 마치신 이정재 감독님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칭찬에 약한데 뭘 해도 '좋아요 좋아요'라고 해주셔서 내 연기가 나온 것 같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로영화인상은 안성기가 수상했다. 배우 안성기는 1952년 생으로 불과 5세가 되던 해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해 현재까지 130여 편에 이르는 한국영화에 출연, 배우로서 명실상부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다. 현재 혈액암과 싸우고 있는 안성기는 아쉽게도 시상식에 불참했다.
영화 평론가 협회 관계자가 대리 수상했고, "안성기 배우가 시상식 전에 미리 선약이 있어서 대신 나왔다. 대신 세 마디만 전해달라고 했다"며 "정우성, 탕웨이 등 두 분을 비롯해 수상자들께 축하 인사를 전해드리고, 영평 회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고, MC들에게도 수고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헤어질 결심'은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까지 최다 6관왕에 올랐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들은 각 부문과 별도로 작품 미학성에 주목해 올해 발군의 열 작품을 '영평 10선'으로 결정하며, '범죄도시2', '브로커', '비상선언', '소설가의 영화', '오마주',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킹메이커', '한산: 용의 출현', '헌트', '헤어질 결심'이다.
다음은 제42회 영평상 수상자(작) 리스트
최우수작품상: '헤어질 결심'
공로영화인상: 배우 안성기
감독상: 박찬욱 '헤어질 결심'
여우주연상: 탕웨이 '헤어질 결심'
남우주연상: 정우성 '헌트'
여우조연상: 전혜진 '헌트'
남우조연상: 조우진 '킹메이커'
신인감독상: 이정재 '헌트'
신인여우상: 이지은 '브로커'
신인남우상: 손석구 '범죄도시2'
기술상: '한산: 용의 출현' 정성진, 정철민(시각효과)
각본상: '헤어질 결심' 정서경, 박찬욱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국내 부문-'카시오페아' 신연식 / 국외 부문-'애프터 양' 코고나다 , '푸른 호수' 저스틴 전
촬영상: '헤어질 결심' 김지용
음악상: '헤어질 결심' 조영욱
독립영화지원상: 극영화 부문-'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김동령 감독, 박경태 감독 / 다큐멘터리 부문-'모어' 이일하 감독
신인평론상: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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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