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론형 드루와? ’아바타2’ 상대는 ‘영웅’ 안중근 [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22.11.24 09: 49

대한민국 유수의 영화제작자들도 일단 피하는 게 상책으로 간주하는 강적이 몇몇 있다. ‘톰 아저씨’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등 할리우드 최강 프랜차이즈 급이 여기에 속한다. 한여름이나 연말 극장가 최고 성수기 때 이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한국영화 대작 개봉은 미뤄지기 십상이다.  덕분에 개봉일조차 못잡던 저예산 수작들이 종종 불사의 첩보원과 수퍼 히어로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게 우리 영화계다.
올 연말은 다르다.  무려 11년만에 ‘아바타’가 속편으로 돌아온다. ‘아바타: 물의 길’이다. 판도라 행성의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가족이 벌이는 장대한 우주SF판타지 서사시다. 어떤 거창한 수식어로도 대작 ‘아바타’를 묘사하기 부족할 정도다. 요즘 말로 ‘온 우주’에 견줄 자 없는 할리우드의 간판 블록버스터임이 분명하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풋티지 영상을 선공개한 ‘아바타: 물의 길’은 국내 영화 관계자들에게 큰 놀라움을 안겼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아바타1’보다 월등히 발전한 CG 기술력으로 완벽한 실사판을 방불케했기 때문. 전편이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국내에서도  1334만여명 관객 동원의 대기록을 세웠다.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또 누구인가. ‘터미네이터’부터 ‘에어리언2’ ‘타이타닉’을 거쳐 ‘아바타’까지 할리우드의 글로벌 흥행시장 석권을 책임진 명장이다. 그가 후반부 생애에서 모든 걸 바친 시리즈가 바로 ‘아바타’로 후속편 기획과 촬영이 진행중이다.
그래서 천하에 카메론도 ‘아바타2’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유독 민감한 모습이다. 외신을 통해 접하는 그의 인터뷰 등에서는 걱정과 고민, 불안함이 살짝 살짝 엿보이고 있다. 홍보에는 더 적극적이다.  내달 14일 전세계 최초 국내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존 랜도 프로듀서를 비롯해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의 배우들이 함께 한국을 찾는다.
그렇다면 ‘아바타2’와 국내에서 격돌할 상대는 누구일까. 대한민국 유일의 쌍천만 감독 윤제균이 대작 ‘영웅’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만주까지 휩쓴 거함 일제의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에게 단신으로 총부리를 겨눈 의사 안중근의 일대기답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분)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 이후 8년 만의 연출작이다.
오는 12월 21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영화계 예상대로라면 ‘아바타2’가 벌써 천만을 넘었던지 그 고지를 향해 달려가며 기세등등할 때 막을 올리는 셈이다. 배급을 맡은 CJ E&M은 왜 남들 다 피해가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시리즈와의 승부에 ‘영웅’을 내보냈을까? 길어진 코로나 사태로 대작 개봉 일정들이 꼬이면서 어쩔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의문부호는 여전히붙어있다.
또 카메론 상대라고, ‘아바타’와 붙는다고 꼬리를 내리기에는 한국 대표선수 윤제균의 이력도 간단치 않다. ‘해운대’와 ‘국제시장’ 쌍천만을 비롯해서 손만 대면 흥행시키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친화력도 뛰어나 엔터업계에서 두루두루 넓은 인맥을 과시하고 영화감독협회 회장까지 맡아 영화계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메론형’(카메론)은 두렵지 않을까? “맹세를 지키고자 여기에 왔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의 흔들림 없는 눈빛을 담아낸 ‘영웅’ 포스터는 흔들리는 자신을 바로세우려는 윤 감독의 자신에 대한 다짐일지도 모르겠다.
‘영웅’은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눈과 귀를 사로잡는 풍성한 음악과 볼거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려내며 전에 없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비록 상대가 ‘아바타2’일지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탄탄한 대작영화임이 자명하다. /mcgwire@osen.co.kr
<사진> 영화 ‘아바타’ 영화 ‘영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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