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넘버원' PD "유재석도 카메라 치우라고..자막 없앤 게 신의 한 수" [인터뷰③]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11.29 11: 22

(인터뷰②에 이어) '코리아 넘버원'의 PD들이 자막 없는 예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코리아 넘버원'을 연출한 정효민, 김인식 PD는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계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공개된 '코리아 넘버원'은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 3인이 한국의 넘버원 장인을 찾아가 체력도 정신력도 남김없이 쏟아부으며 전통 노동을 체험하고 그날의 넘버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예능 1인자 유재석이 '배구 여신' 김연경, '런닝맨'으로 인연 맺은 절친한 동생 이광수와 뭉친 예능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감에 부응하듯 '코리아 넘버원'은 장인들의 세월이 담긴 결과물과 험난한 노동강도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김인식 PD는 "유재석씨가 '카메라 치워'라는 말을 처음으로 해봤다고 했을 정도"라며 촬영 과정의 험난함을 강조했다. 그는 "정말 촬영이 쉽지 않았다. 감독님들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뼈 있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갯벌 회차 때도 여기서 카메라를 들고 걸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런 분들 위주로 갯벌 안으로 들어오셨다. 오디오 감독님들도 장비가 커서 마찬가지였다. 혼자 힘들면 여러 명이 팀을 꾸려서 움직이도록 했다. 죽방멸치 때는 물때가 중요해서 시기를 맞추는 것부터 고민이 필요했다. 정말로 처음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을지 사람을 바꿔가면서 테스트를 했다. '과연 이게 되는가?'부터 준비를 해봤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효민 PD는 "자막을 비우면서 카메라워크를 조금 더 다이내믹하게 쓸 수 있었다. 카메라 무빙으로 그걸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다. 드라마 촬영이면 콘티가 있는데 예능은 그런 게 없다. 순간순간 카메라 감독님들이 판단해서 무빙을 주고 줌을 넣어야 한다. 카메라 감독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데 이걸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더라. 버라이어티 시대가 약간 지나가고 관찰들이 몇년을 끌고 오면서 고난도 워킹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이라 전세계를 겨냥하기 보다는 한국 시장에서만 성과를 거둬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임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하는데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하면 더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재미있게 하되 언어의 장벽에 갇히지 않으려 했다. 언어를 몰라도 더 쉽게 다가가려고 했다. '몸 쓰는 예능'이라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자막을 거의 없앴다"라고 강조했다. 
"예능하는 사람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라고 밝힌 정효민 PD는 "예능에 자막이 쓰인 게 20년 정도 됐다. 초반엔 프로그램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램 색깔을 획일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 봉준호 감독이 1인치를 걷어내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고 한 것처럼 예능에서 자막을 걷어내니까 장점들이 생겼다. 그만큼 카메라가 출연자한테 다가갈 공간이 자막으로 인해 죽고 있었는데 자막을 걷어내니까 더 섬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정효민 PD는 "그래서 출연자들한테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볼 때 그런 것들이 효과가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다. 자막이 있으면 컷을 빠르게 넘길 수 없는데 저희는 컷도 빠르게 쓸 수 있었다"라고 자부했다. 
이어 김인식 PD는 "영상미가 좋다는 반응이 많은데 자막이 없어서 더 다양한 화면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라고 거들었고, 정효민 PD는 "자막을 없앴더니 자막하는 일의 양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막상 믹싱 단계에 가니까 믹싱에서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는 단계에서 그 시간이 다시 두배가 됐다. 믹싱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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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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