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의 큰 키, 깨끗하고 훈훈한 배우의 탈에 연기를 향한 근성과 승부욕을 갖췄다. 이를 무기로 '진선호파'를 '김현진파'로 만들어갈 '치얼업'의 배우 김현진이다.
지난 1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극본 차해원, 연출 한태섭·오준혁)은 찬란한 역사를 뒤로 하고 망해가는 대학 응원단에서 벌어지는 대학생 청춘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이 가운데 김현진은 도해이(한지현 분)를 짝사랑하는 진선호 역으로 열연해 애청자들 사이 '진선호파'를 양산했다. 이에 작품 종영에 앞서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 OSEN 사무실에서 김현진을 만나봤다.
1996년 생인 김현진은 "처음엔 모델로 시작했다"라며 '탑 모델 콘테스트'에서 상을 탄 뒤 첫 소속사를 만나 불과 스물의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군 복무 후 다시 모델 일을 이어가던 그는 "스물 다섯 살 즈음에 모델 선배님들이 방송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접했다. 남주혁, 장기용, 변우석, 스테파니 리 등 모델로도 존경하던 분들이 배우로서도 멋지게 활동하시는 걸 보고 '나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배우를 꿈꿨다"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지난 2020년 웹드라마 '시간도 배달이 되나요'로 연기를 시작했다. '시간도 배달이 되나요'가 일명 '시배달'로 불리며 마니아 층의 사랑을 받은 바. 이에 힘입어 그는 이듬해 또 다른 웹드라마 '팽(PENG)'으로 또 한번 연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첫 TV 드라마 '치얼업'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게 됐다.
신인 배우에게 첫 TV 드라마 출연이 뿌듯하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김현진은 "촬영이 어느 정도 길었던 만큼 다 끝났을 때는 홀가분함도 있었다"라고 하면서도 "제 연기에 어색한 부분들이 보여서 아쉬움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한 장면만 뽑기 힘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다양한 부분들이 아쉬웠다"라며 멋쩍어한 그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 부분들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김현진은 "굳이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50점도 안 된다. 더는 못 줄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첫 TV 드라마라 부담도 너무 컸고 아쉬운 게 계속 보인다. 또 저 자신에게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다. 겸손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한데, 만족하는 순간 끝난다고 생각한다"라며 눈을 빛냈다.

강한 승부욕은 김현진으로 하여금 진선호 역에 더 빠르게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진선호가 극 중 응원단 테이아 신입 단원이자, '치얼업'의 이야기가 테이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만큼 그는 박력 있는 응원단 안무 장면을 다수 소화해야 했다. 김현진은 "춤을 보는 것만 좋아했지 제가 몸치인 것도 알고, 몸으로 리듬 타는 것도 잘 못해서 추는 건 즐기지 않았다"라며 안무 장면을 소화하기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음을 털어놨다. "응원단 안무는 힘이 넘치고 절도 있게 해내야 하는데 원래 몸치인 데다가 처음엔 체력적인 부분도 부족해서 힘들었다. 그 부분을 극복하는 게 정말 오래 걸렸다"라는 것.
"연습 밖에 답이 없어서 계속 연습했다. 촬영 있는 날도, 없는 날도 계속"이라고 밝힌 그는 "나중엔 체력도 늘었고, 다같이 연습을 많이 해서 끈끈함도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저희 배우들끼리는 누구 한 명이 안무를 틀리면 커피를 사는 내기를 하기도 했다. 제가 내기를 하면 승부욕이 강해지는 편인데 다들 돌아가면서 골고루 커피를 살 때 저는 많이 사지 않았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였다. 그는 "합동 응원전 안무를 촬영할 때는 땀을 2L는 쏟은 것 같다"라며 응원단 안무 촬영을 위한 어마어마한 연습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응원단 안무가 육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과제였다면, 도해이(한지현 분)를 향한 진선호의 짝사랑과 러브라인으로 인한 캐릭터의 변화는 김현진의 정서적인 과제였다. 이와 관련 김현진은 "작품 초반에는 진선호가 도해이에게 '직진'만 했다면, 중반 이후에는 박정우(배인혁 분)와 대립하며 고통을 겪는다"라고 설명한 뒤 "그런 인물의 변화에 대해 가장 이야기를 많이 나눈 사람은 감독님이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고 디렉팅을 들으면서 진선호의 방향성을 잡아갔다"라고 밝혔다.
김현진은 "진선호가 짝사랑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했다"라며 "실제로도 짝사랑을 해봤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연애 스타일도 사귀기 전에 감정을 숨기려고 하는 편이다. 사귀고 나면 '직진'하긴 한다"라며 웃었고, "확신이 있어야 시작을 하는 편이다. 안 될 것 같은 상황에 시도하진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반면 진선호는 도해이가 박정우를 선택한 뒤에도 쉽게 마음을 접지 않고 짝사랑 외길을 선택하는 바. 김현진은 "실제 저와 다른 성향이긴 하지만 진선호 입장에서 보면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자신 있었는데 쉽게 되진 않았다. 그렇다고 캐릭터의 행보에 답답함은 없었다. 이미 쓰인 설정은 제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납득할 수 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 김현진 본인은 만족하지 않았어도 적어도 '치얼업' 시청자들은 진선호에 만족했다. 김현진에게 열광하는 소위 '진선호파' 팬들이 생겼다. 이에 김현진은 "'치얼업' 시작 전에는 제 SNS 팔로워가 9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만 명이 넘는다"라며 놀라워 했다. 그는 "'치얼업'에서 제 역할 진선호의 대사로 '나한테 오는 게 어때'라는 말이 있는데 팬 분들이 댓글로 저한테 그 말을 하시더라. '선호야 혹은 현진아 나한테 오는 게 어때'라고. 많은 분들이 그런 반응을 해주셨는데 볼 때마다 놀라웠다"라며 웃었다.
나아가 그는 "지금은 '치얼업'의 진선호로 저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언젠가 '배우 김현진'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름이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만큼 캐릭터를 잘 살려내서 저라는 배우가 궁금하게 만들고 싶기도 하고, 작품이나 캐릭터를 넘어 저라는 배우를 기억에 남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현진은 스스로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사람"이라며 "지금 하고 싶은 건 연기"라고 단언했다. 일찌감치 군대도 다녀와 다행이라며 활짝 웃은 김현진. 승부욕과 근성으로 버텨낼 일만 남았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