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순간이 다시 올까' 싶을 정도로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승자는 한국 국가대표 팀의 경기 내내 중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MBC와 '안느' 안정환 해설위원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중계 전쟁 이면을 속속들이 포착한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 팀이 있었다.
지난 12일 종영한 MBC 예능 프로그램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이하 히든 카타르)'는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카타르 월드컵' 현장의 생생함과 중계석 뒤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MBC 축구 해설위원 안정환과 캐스터 김성주 그리고 이들의 '절친' 방송인 김용만과 정형돈이 함께 해 시청률 8.2%(3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기록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이에 '히든 카타르'를 연출한 김명진, 노승욱, 장효종, 이주원 PD를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히든 카타르'로 호평을 받긴 했지만 네 사람은 MBC 예능 프로그램 '안 싸우면 다행이야(이하 안다행)'를 함께 하는 제작진이다. 이에 이들은 한국 대 브라질 16강전까지 국가대표 팀과 함께 4회차로 레이스를 마치고 '안다행' 촬영 준비를 위해 빠르게 귀국했다. 노승욱 PD는 "브라질전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왔다. 공항에서도 뛰었다"라고 했고, 김명진 PD 또한 "인천에서 카타르까지 직항 항공 편이 하나 밖에 없다. 다른 일정들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면 브라질 경기가 끝나고 바로 오는 것 밖에 없겠더라.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를 끝냈는데 더 뒤에 오는 비행기 편까지 기다리려면 미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사진=MBC 제공] '히든 카타르'에 출연한 김용만(왼쪽부터),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https://file.osen.co.kr/article/2022/12/14/202212140943770993_63992c2075316.jpg)
귀국 일정은 빠듯했지만 '히든 카타르' 촬영은 일찌감치 계획됐다. 김명진 PD는 "지난 3월 안정환 위원이 처음 이야기를 꺼냈다. MBC 중계를 맡으면서 그 뒷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하더라. 저희끼리 가진 술자리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꺼낸 거였는데 듣는 순간 '이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라고 기획 비화를 밝혔다.
노승욱 PD는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서 촬영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촬영 신청을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청약 하듯이 사전에 진행해야 하고. 그걸 준비하려면 4월부터 했어야 했다. 처음 이야기가 나오고 일주일 만에 빠르게 준비가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장효종 PD는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에게 선택권이 있나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같은 술자리에 저희 네 사람 모두 있었는데 다들 예능을 해온 게 있으니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같은 생각이었다. '이건 된다'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됐다"라고 거들었다.
특히 김명진 PD는 "MBC 내부에서 협조가 굉장히 잘됐다. 예능 본부 차원에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줬다. 조연출 중 절반 이상이 '안다행' 팀이긴 했는데 다른 인력도 많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주원 PD는 "진짜 전체 MBC 예능 본부 차원에서 합심해서 프로그램을 찍은 게 저희 네 사람이 연출을 하긴 했지만 작가들도 현지에서 촬영한 팀도 국내에서 편집한 팀도 모두 고생했다. 이번에 저희 PD 4명에 조연출만 24명, 작가 10명, 스태프 15명에 총 53명의 제작진이 '히든 카타르'에만 매달렸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지원 인력을 보내줘서 가능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효종 PD는 "카타르 현지 촬영 팀이 촬영을 해서 영상을 보내면서 '한국 팀 스탠바이 해주세요'라고 연락하면서 계속해서 촬영과 편집을 쉬지 않고 진행했다. 경기 일정 상 3일에 한 번씩 방송이 나가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 기간 동안은 MBC 예능국 편집실도 '히든 카타르' 위주로 싹 빠졌다"라며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었지만 방송 당시 상황은 상당히 긴박했다. 3일에 한 편씩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게 결코 쉽지 만은 않았기 때문. 심지어 4회 브라질 전 촬영은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 포르투가라 전이 끝나자마자 현장에서 급하게 촬영 신청을 하며 준비했다고.
카타르 현지 촬영 상황도 녹록지 않았단다. 노승욱 PD는 "아이템은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촬영 자체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미친 짓이었다"라고 웃으며 "카타르에 대한 정보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들 그냥 '덥다' 정도만 알았다"라고 말했다. 김명진 PD 또한 "다들 카타르 하면 '도하의 기적'을 떠올리지 않나. 그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거다. 심지어 거긴 원래 관광지도 아니었다. 다들 중동 관광지로는 두바이 같은 곳만 떠올리지 않나. 현지 코디네이터와 연락하며 촬영 도움을 받도록 계약을 하는데도 사기 당할까 걱정부터 들었다"라며 웃었다.
노승욱 PD는 "카타르가 워낙 더운 나라라 축구에 대한 열정이 월드컵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달랐다. 카타르 개막전을 보면 응원단으로 온 분들이 카타르 분들이 아니었다. 그게 축구에 대한 카타르의 인식 같았다. 그런 현지에서 '축구'에 대해 촬영하고 '초단시간'에 방송을 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흔히 월드컵 예능 콘텐츠 하면 다들 '이경규가 간다'를 떠올리더라. 그런데 그와 다른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없는 형식을 새로 만들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다. 심지어 2002년 때와 지금이 20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시청자가 원하는 게 달라졌을 텐데 그걸 반영한 모델이 하무 것도 없었다. 그걸 처음부터 우리가 잡아가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김명진 PD는 "축구 중계 이후 방송이 나가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서 방송을 구성해야 했다. 구성 회의가 세 번이 기본이었다. 한국 팀이 이길 경우, 질 경우, 비길 경우를 모두 회의했다. 일단 경기가 시작하면 현지 팀과 한국 팀이 만날 여건이 안됐다. 경기 전에 화상으로 혹은 현지에서 모두 만나서 회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0대 0 무승부, 가나를 상대로 2대 3 패배, 포르투갈을 상대로 2대 1 승리를 모두 보여준 바. 결과적으로 '히든 카타르'의 모든 구상안들이 시청자에게 공개됐다. 그 사이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말로 하는 전쟁 같은 중계전의 긴박함, 월드컵에 울고 웃는 대중의 열정까지 고스란히 '히든 카타르'에 담겼다.

장효종 PD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희망을 토스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랐다. 이기면 좋고, 비겨도 아쉽지 않고, 졌어도 할 수 있다는 감상을 남기고 싶었다. 경기 중계에서 볼 수 없는 걸 '히든캠'으로 담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담백하게 감동을 드리는 게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김명진 PD는 이와 관련 "정말 스포츠 중계 하듯이 준비했다. '예능'이 아니라. 사실 월드컵 시즌에는 시청자 분들도 축구 보려고 TV 앞에 모니터 앞에 계시는 것 아니겠나. 그런 분들한테 카타르 현지에서 낙타를 타는지 아닌지, 현지 식사는 무엇인지, 요거트는 어떻게 먹는지는 큰 관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카타르 여행 프로그램을 찍는다면 다룰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갈 거면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면 되지 않겠나. 저희는 그런 예능적인 화면이나 그림이 아니라 축구 얘기를 담아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노승욱 PD는 "다행히 그런 담백한 부분을 시청자 분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월드컵 시즌의 흐름을 깨지 않았다고 봐주신 듯 하다. 스태프들도 예능이라면 흔히 있을 인서트를 미리 짤 것도 없었다"라고 했고, 김명진 PD는 "자연히 출연자들한테 요구하는 게 없어졌는데 그렇다 보니 김용만 씨가 후시녹음 하나만 부탁해도 '드디어 일다운 일을 하는구나'라면서 더 열정적으로 나서서 해주더라"라며 웃었다.
다만 노승욱 PD는 "그렇다고 일이 없지 않았다. 전에 해본 적 없는 경기장 환경을 답사하고 중계석 상황에 최대한 맞춰서 동선을 짜야 했다. 그리고 저희가 해오던 예능적 문법이나 화면들이 있는데 그런 걸 다 빼야 한다는 게 정말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장효종 PD 또한 "저희가 처음에 편집을 두 번 했다. 처음에 편집을 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해오던 예능 기법대로 편집을 하다 보니 결과물이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인데 김용만, 정형돈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돼 있었다.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다 들어내고 다시 편집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주원 PD는 "편집 시간이 정말 부족해서 저희가 사전에 합의했던 게 '안정환의 감정'을 다루자는 거였다. 그래야 예능이 아닌 축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중계 내용은 어차피 경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 와중에도 '안정환의 표정'을 다루는 게 낫다고 봤다. 그건 진짜니까. 속일 수 없고 축구인 안정환의 감정은 진짜였다. 그게 조금 투박하더라도 시청자에게는 더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축구인 안정환'의 면모는 '히든 카타르' 제작진에게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특히 김명진 PD는 '안다행' 이전에도 '궁민남편' 등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 시간 안정환과 호흡을 맞춰온 바. 그는 "이번에 본 안정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스위치가 있는 것 같았달까. 사람의 모드 자체가 '축구 모드'로 바뀐 것 같았다. 농담 한 마디를 안 하고 진지하게 축구에 대해서만 생각하더라. '축구인 안정환'은 다른 사람들이 아는 사람과 다른 느낌 같았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안다행'을 촬영할 때 안정환 위원이 우리 제작진을 정말 많이 존중해줬다. 우리가 제안한 것들을 최대한 수용해줬고. 이번 '히든 카타르'에서는 우리가 안정환 위원에 맞췄다. 그게 맞다고 봤다. 중계석에서 멘트 하나 하자고 왔다 갔다 하는 데만도 시간을 엄청 뺏길 수밖에 없고 쉽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촬영을 해도 중계석 근처에서 하고 그 동선에 맞춰서 진행했다. 서로의 영역은 존중하는 게 맞다고 봤다"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히든 카타르'는 네 사람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으로 남았다. 김명진 PD는 "경기장에서 사실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들이 많은 사람이 있진 않았다. 그런데도 모든 소리를 다 잡아 먹었다. 우리 골 위주로 모든 소리가 흘러갔다. 그걸 현장에서 본 게 PD로서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 팀한테도 끝나서도 전쟁 같고 꿈 같은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하는 과정은 전쟁 같고 힘들었는데,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라며 웃었다.
노승욱 PD 또한 "보통 예능 PD들은 자기가 만든 바운더리 안에서 모든 걸 좌우하길 원하는데 '히든 카타르'는 그렇지 않았다. 축구의 흐름 안에서 관중처럼 쓸려갔다. 이 상황을 같이 관중처럼 봤다. 저희 직업에서 거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그래서 신기했다. 그래서 더 기쁘고 슬프고 더 화나고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시청자처럼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효종 PD는 "저희는 항상 '저희가 이런 콘텐츠를 가져와 봤어요'라고 보여드린다. 그런데 이번엔 대전제가 '축구'라고 있었다. 거기에 우리가 휩쓸려서 신파가 되지만 말자고 생각했다. 축구아 어땠다고 평가하지도 말고 느낀 그대로 다같이 가자는 게 모토였다. 화장도 '꾸안꾸'가 어렵지 않나. 그 정서를 전달하는 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안다행'으로 업무 복귀한 지 2일 정도 됐는데 언제 카타르에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주원 PD는 "진짜 가을에 월드컵을 시작해서 돌아오니 눈이 오는 겨울이 돼 있었다. 심지어 그 사이 카타르 도하는 더웠다. 다른 세계에 다녀온 느낌이다. 다같이 했기에 할 수 있었다. 어떤 예능을 하면 프로그램이 개인의 것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히든 카타르'는 그렇지 않았다. 제작진도 시청자처럼 같이 응원하고 공감했고 각자의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다. 모두의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