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천만 감독’들의 스크린 복귀가 극장가의 열기를 지피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제균 감독이, 북미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각각 ‘영웅’,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을 내놓으며 관객과의 소통에 나섰다.
윤제균 감독은 6·25 전쟁 중 벌어진 흥남 철수작전부터 2010년대까지 한 가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훑은 영화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3년 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고, 2020년께 개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추이를 지켜보다가 이달 관객 앞에 서게 됐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영웅’(감독 윤제균, 제공배급 CJ ENM, 제작 JK필름, 공동제작 에이콤 CJ ENM)은 대한제국 시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영웅 안중근(정성화 분)의 삶을 담았다. 뮤지컬에서 이미 이름을 날렸던 배우 정성화가 무대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이어왔다.

시대상을 충실히 재현한 라트비아 로케이션도 리얼리티를 살렸지만, 기대했던 대로 정성화·김고은·박진주 등 노래 잘하는 배우들의 감정을 살린 현장 라이브가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오리지널 뮤지컬영화인 만큼 한국영화사에 최초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울 만하다.
윤제균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14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신 거 같다. 저는 각자의 자리에서 힘겹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계신 국민들이 모두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영화가 조금이나마 위로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애국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흥행에 대해서는 “저는 배우들에게 ‘간절히 기도하자’고 한마디를 남겼다. 흥행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니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경험상 흥행이 되려면, 겸허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밖에 없더라. 자만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저는 이 작품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지난 2009년 12월 개봉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1’은 당시 혁신적인 3D 기술을 자랑하며 국내에서만 1333만 명을 동원했고, 글로벌에서는 흥행 수익 3조원(한화로)을 달성하며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바타’의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은 전편에 이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결혼해 가정을 이룬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부부는 친자녀 네테이얌, 로아크, 투크티리부터 입양한 10대 소녀 키리, 과학자들이 키운 인간 소년 스파이더까지 부양하며 성장해나가는 부모의 얼굴을 보여줬다.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카메론 감독은 “영화가 형편 없지 않는 이상, 같은 돈을 내고 길게 보면 좋은 거 같다”며 러닝타임을 192분으로 잡은 것은 가성비가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바타: 물의 길’은 장편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나쁜 건 절대로 아니”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을 중요하게 여겨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일로 정했다는 그는 “첫 영화가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끈 것으로 알고 있다. 전세계 영화계의 표준을 만드는 것도 한국이다. 저희 영화를 즐겨주시고 삶의 몇 순간 안 되는 기쁨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의 예매율은 88.2%(이날 오후 5시 기준). 개봉 첫날 관객수가 최대 관심사인 가운데, 정확히 일주일 후 극장 개봉하는 ‘영웅’ 역시 국내 업계의 기대가 쏠려 있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한다면, 2023년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자신감을 갖고 관객들 앞에 설 가능성이 높아질 테다.
한국에서 일명 ‘천만 감독’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았다는 공통분모를 갖게 되면서 극장 관객 회복이라는 사명감을 띠게 됐다.
/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