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할리우드에서 '성적대상화 그루밍(심리적으로 지배 당하는 일)'을 당했었다고 고백해 충격을 주고 있다. 10대 때부터 성숙한 외모로 이른바 '밤셸'(금발 섹시미녀)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그것이 '만들어지고 훈련된 것'이라고 밝힌 것. 그는 거장으로 불리는 우디 앨런 감독과의 작업, 그리고 그에게 이런 성적대상화 벗기기에 일조한 블랙위도우 캐릭터를 언급했다.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겪은 자신만의 고군분투 과정이다.
오스카상 후보로 두 번이나 지명된 38세 스칼렛 요한슨은 13일(현지시각) 브루스 보치와 함께한 팟캐스트 ‘테이블 포 투’ 팟캐스트에 출연해 배우 생활 초기인 10대 후반부터 여성성을 갖추게 됐다며 “섹시한 금발 미녀를 연기하도록 그루밍 당했다(강요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1994년 ‘노스’로 영화 데뷔한 그는 이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매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특히 17살이었던 2003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배우 빌 머레이(당시 52세, 현재 72세)의 상대역을 연기하면서 유명해졌다. 극중 두 사람은 한 순간에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덕분에 스칼렛 요한슨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스타’ 리스트의 단골 손님. 하지만 그는 “그때가 18, 19세였다. 섹슈얼리티를 배우고 있었다. 내가 욕망의 대상, ‘밤셀’ 타입의 배우가 되도록 길들여지고 있었다. 갑자기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궁지에 몰린 나를 발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출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우디 앨런의 ‘매치포인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등 차기작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이 같은 성적 매력은 도드라졌는데 그 2004년 심리 스릴러 '매치 포인트'에서 섹시한 노라 라이스 역을 연기했을 때 겨우 19살이었다. 우디 앨런은 2020년 회고록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스칼렛 요한슨을 두고 "그녀는 재능이 있고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방사능이 있었다"라고 써서 논란을 빚기도.
극 중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토박이 뉴요커 캐릭터 노라는 끔찍한 불륜을 저지르고 불륜남의 임신했다고 고백한 후 그녀의 연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에 의해 산탄총으로 살해된다.
우디 앨런은 스칼렛 요한슨을 2007년 개봉한 영화 '스쿠프'에서 야심만만한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 산드라 프랜스키로 캐스팅했는데, 그녀는 기사를 위해 훨씬 나이 많은 영국 귀족(휴 잭맨)과 바람을 피운다.

역시 2009년 개봉한 우디 앨런의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이 크리스티나 역을 연기했는데, 크리스티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예술가 하비에르 바르뎀과 그의 전 부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시작한다.
팟캐스트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오스카상을 수차례나 수상한 우디 앨런의 이른바 '갓 레벨God-level)' 지위를 되새기며 "그는 그 곳에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우디 앨런 감독은 수많은 시네필을 거느리고 영화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명 감독이지만 사생활 이슈는 언제나 그의 그늘이 됐다. 전 파트너인 배우 미아 패로의 입양 딸 순이와 결혼해 비판을 얻고 7살 난 딸 딜런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평생 시달리고 있는 것. 이에 할리우드의 많은 연예인들이 그를 외면하는 쪽을 택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이러한 '밤셸'에서 벗어난 것은 그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들어가는 것을 도왔다.
그는 "만약에 누군가가 맞은편에 앉아 "(밤셸 이미지는) 효과가 있는데, 왜 그것을 바꾸는가?"라고 묻는다면, 알다시피 그 이미지는 밝고 빠르게 타오르고, 그리고 나서 그것은 완성되고 배우는 그 이상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나는 두 번째 '아이언맨'에서 일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기회를 얻었고, 그 당시 그 부분은 매우 저개발되고 과도하게 성적으로 묘사되었지만, 나는 그 후에 몇 번 함께 일했던 존 파브르 감독과 관계를 형성하고 싶었고, 그는 나에게 영감을 줬다"라고 말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이러한 성적대상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 닥스 셰퍼드의 팟캐스트인 '방구석 전문가'에 출연해 "난 (연기 경력 초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제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고정됐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40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나이가 더 많고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이상하게 약간 과도하게 성적으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업계와 20대 배우들은 본인의 과거 시절과는 또 다르다며 "훨씬 더 역동적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스웨어바이의 설립자이자 CEO였던 케이트 포스터와 함께 더 아웃셋의 공동 설립자로 나선 스칼렛 요한슨은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는 감독과 더 많은 제작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이상적인 직업은 디즈니에 있는 코너 사무실이다. 작은 방갈로처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nyc@osen.co.kr
[사진] 영화 스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