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이 김신록 했다”라는 말이 딱 나올 정도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화영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삼남매 중 여자라는 이유로 승계 구도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물론, 아등바등 애를 쓰는 모습이 미워할 수 없게 그려지며 매력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 김신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화영’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고, “김신록이 김신록했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김신록이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2년 전 방송된 tvN 드라마 ‘방법’이었다. 그 전까지는 연극, 영화로 관객들과 만났던 김신록은 드라마 데뷔작 ‘방법’에서 석희 역을 연기하며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드라마 ‘괴물’, ‘너는 나의 봄’, ‘술꾼도시여자들’, ‘지옥’, ‘어느 날’, ‘모범가족’,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에 출연하며 활약을 이어갔다.
2022년은 김신록에게 잊지 못할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3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 방송 11회 만에 20%를 돌파하는 등 큰 사랑을 받은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장은재, 연출 정대윤, 제작 SLL·래몽래인·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을 만났기 때문이다.
극 중 김신록은 ‘고명’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지려는 진양철(이성민)의 딸 ‘진화영’으로 색다른 변신에 나섰다. 인상적인 캐릭터, 진화영과 혼연일체 된 소름 유발 열연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로 활약했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비주얼부터 연기까지 김신록만의 차별화된 진화영을 그려내며 ‘김신록’이라는 이름값을 해냈다.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에 앞서 OSEN과 만나 인터뷰를 가진 김신록은 “대본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캐스팅 소식 들었을 때 평소에 시청자로서도, 배우로서도 잘 보고 있던 분들이 합류해주셔서 기대가 있었다. 현장에서 공 들여서 찍어주셔서 잘 될 것 같다고 생각은 했다”며 뜨거운 반응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시청률 20%=천만 영화”
‘재벌집 막내아들’은 방송 3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더니 ‘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20%를 넘어서며 2022년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신록은 뜨거운 반응에 대해 “시청률 20%는 영화로 치면 천만 영화라고 하는데, 이를 달성해서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윤현우(송중기)가 진도준(송중기)으로 회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사건과 사고들이 그려지면서 온가족이 모여서 보는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실제 재벌가 이야기라고 많이들 추측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이 점에 대해 김신록은 “방송 흘러갈수록 캐릭터가 실제 누구와 같다고 이야기하는 게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여러 인물을 모티브 삼아서 다 섞여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장면 장면마다 언론에서 내가 접했던 재벌가 이미지로 모티브로 삼았지만 누구를 콕 짚어서 연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 “진화영, 가엾기도 했다”
김신록의 진화영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었다. 그만큼 입체적이었다는 뜻이다. 김신록이 가진 장점이 진화영과 만나면서 그 매력이 극대화됐다. 김신록은 자신이 배우로서 가지는 장점에 대해 “외모를 신선하게 보시는 게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스스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특성은 액티브하고 포지티브하게 인물이나 장면을 연기하려고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 점은 진화영 캐릭터를 구축하고 연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김신록은 “욕망이 큰 인물의 코어를 생각했다. 집안의 딸로 태어나서 아버지, 오빠, 엄마 등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맺게 되는 관계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원작을 보지는 않았다는 김신록. 그는 “인물이 서바이벌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고, 남자 형제와 경쟁에서 이기고 싶고, 남편과 관계에서 주도권 갖고 싶어 했다. 각종 전략을 갖고 서바이벌 한다고 생각한다. 고명딸이어서 멋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전략, 수단, 고군분투가 시청자들이 보기에 흥미롭고 안쓰럽고 밉상이지만 이해하실 수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안의 둘째인 김신록은 여자라서 후계 구도에서 밀리는 진화영과 묘하게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 김신록은 “어릴 때 흔히 둘째가 갖는 인정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진화영이 아버지와 오빠들, 남편과 관계를 맺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딸로서 겪게 되는 인정 욕구와 형제들 간의 경쟁 심리 등을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진화영이 가엾기도 하고,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노력하고 분투하는데 그걸 연기하기에는 재미난 부분이 있ᄋᅠᆻ지만 한 사람으로서는 안쓰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화영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고 승계 구도에서 밀려나지 않고 싶어 하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남편을 통해서 힘을 가지려고 하는 방법 외에 지분을 더 가질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더 큰 계열사를 물려받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은 괴리에서 오는 절박함이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민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인물의 내면 뿐만 아니라 비주얼부터 스타일링까지, 김신록은 ‘진화영’ 그 자체였다. 김신록은 “본 촬영 전에 테스트 촬영을 거쳤다. 분장을 하면 감독님하고 피드백을 통해 강렬한 쪽으로 잡혔다. 시대 분장을 해서 섀도우를 많이 썼다. 분장 실장님이 본인 스스로가 화려하게 화장을 하시는 분이었다. 그 분이 스모키 화장, 눈 화장 아이디어를 주셨다”며 “드라마 의상팀이 20% 정도 제작을 해주고, 개인적으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콘셉트를 잡을 때 명품 입는 재벌 말고 백화점 사장인데 입점 업체들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손수 셀렉하는 센스와 촉을 가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옷도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릿에 있는 개인 브랜드나 보세 브랜드도 눈여겨보고, 입어보고 입점도 시키고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할 것 같아서 옷도 명품느낌이 나지 않게 스트릿 브랜드와 믹스매치했다”고 설명했다.

▲ “송중기, 괜히 주연배우 아니다 싶어”
진화영은 인물 관계도의 중심에 있었다. 그만큼 배우들과 호흡도 많았고, 진화영을 입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큰 관계는 남편 최창제 역을 맡은 김도현과 케미스트리였다. 김신록은 김도현과 호흡에 대해 “거의 1년 가까이 연기를 하면서 부부 연기를 했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애드리브도 나오고 풍성해졌다. 첫 회의 엘리베이터 장면은 대사가 끝나면 문이 열려야 하는대 안 열려서 내가 ‘얼씨구’ 했더니 김도현이 ‘절씨구’했다. 그렇게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얼씨구’를 주고 받았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녀 관계로 호흡을 맞춘 이성민에 대해서는 “1400억 빌려 달라고 하는 장면이 유일하게 1:1로 붙는다. 그 장면 찍을 때 이성민 선배가 워낙 밀도 있고 에너지도 있고 진실감이 느껴지는 배우여서 그 장면을 통해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 아우라와 진실감 안에서 내가 되어지는 방식으로 연기했다. 지문에 ‘주저하듯 망설이며 빌려달라고 한다’고 하는데 진양철이 멀리 가니까 거의 슬라이딩해서 다리를 붙잡았다. 진짜 같은 감각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송중기와 호흡에 대해서는 “백화점 사장실에서 ‘주게 넘게 굴지마’라고 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진도준은 다이렉트가 아닌 아웃 파이터처럼 싸움을 걸어오는데, 진화영이 다이렉트로 ‘주제 넘게 굴지마’라고 한다. 그걸 송중기가 단단하게 버텨줘서 장면이 밀도 있게 완성됐다. 송중기와 연기하면서 괜히 주연 배우가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큰 오빠 진영기 역의 윤제문, 작은 오빠 진동기 역의 조한철과 호흡에 대해서는 “윤제문, 조한철은 첫째 오빠와 둘째 오빠가 너무 다르더라. 짠하기도 하면서 내가 은근히 좋아하고 의지하는 큰 오빠, 얄밉지만 티키타카가 좋고 친한 둘째 오빠의 관계성을 살리려고 했다. 조한철의 발을 세게 밟는 장면은 빈 구두를 밟았는데, 너무 천연덕스럽게 아픈 척을 해서 재미있게 잘 살았다”고 이야기했다.

▲ “배우 남편, 연기적으로 인생적으로 중요한 사람”
김신록의 남편 역시 배우다. 김신록은 2016년 배우 박경찬과 결혼했다. 김신록은 남편의 반응을 묻자 “대본을 항상 같이 본다. 저에게는 연기적으로 인생적으로 중요한 사람이다. 방송도 같이 모니터 하면서 연기 이야기한다. 같은 직종의 배우자를 만났을 때 장단점이 있다. 배우와 결혼한 장점을 누리고 있는 케이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점은 실제적, 전문적으로 대화가 된다. 방송 현장은 연기에 대해서 오래 깊이 대화를 나누고 장면을 설계할 수 없는데, 작품에 대해서 깊게 논의 할 수 있는 연기 파트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신록은 진화영처럼 애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애교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영 만의 애교가 있듯이 나도 집에서 전혀 합의되지 않은 애교가 있다”고 웃었다.

▲ “내 연기 보고 누군가 몸과 마음이 움직였길”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김신록은 최근에는 드라마 쪽에서 많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대에서 매체로 활동 영역을 옮긴 김신록은 “필모그래피에 드라마가 많지 않아서 촬영해 나가면서 흥미,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연극 했을 때 경험을 빗대어서 생각을 하거나 적용을 했을 때 잘 모르겠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에 대학원 다니면서 연기했는데, 책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연기론 책을 다시 꺼내서 책상에 올려뒀다. 매체를 가리지않고 연기 자체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다. 매체 쪽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 매체를 통해서 실험화 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연극도 너무 좋아하고, 조율하고 있다”며 무대도, 매체도 모두 잡겠다는 마음을 보였다.
김신록은 “‘지옥’을 보신 어떤 분이 화면만 봐도 등뼈가 너무 아팠다고 하시더라. 나도 시청자 중 한 명이라서 어떤 콘텐츠를 볼 때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내가 링크가 되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되게 좋은 것 같다. 내가 연기하는 순간에 나 스스로도 몸과 마음이 상상을 통해서 경험하면 좋겠고, 화면을 뚫고 나와서 안방에서 TV를 보는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면 그건 되게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을 밝혔다.
김신록은 “최근 미라클 모닝을 시도하고 있는데 상상하기, 비주얼 라이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눈에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라고 하는데 그게 연기의 과정과 비슷하다. 표현하기 이전에는 경험하기의 단계로 진짜인 것처럼 경험하는 건데 그게 의식의 힘, 상상의 힘, 어떤 것을 바라고 꿈꾸는 힘을 주는 것 같다. 티비를 통해서든 무대를 통해서든 관객이 배우를 통해서 상상하는 힘을 갖게 된다면 참 좋겠다 싶다”고 이야기했다.
2022년에도 열일하면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굵직한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남기게 된 김신록. 그는 “2022년에 열심히 촬영을 많이 했는데 오픈이 많지 않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오픈되어서 좋은 반응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 올 한해 열심히 찍었던 것들이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든 유의미한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기대를 품게 된다”는 바람을 전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