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폭력 피해자가 '실화탐사대'를 통해 여전히 고통받고있는 상황을 전했다.
26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가해자들이 몸을 결박한 채 불을 질러 전신에 화상을 입게 된 피해자 이경환(가명) 씨가 출연했다.
경환씨는 몸 곳곳에 화상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누워있을때나 잘때 오른쪽으로 돌아 누워있으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간지럽고 따갑다. 햇빛같은거 비추면 진물 나오고 살가죽 벗겨진다. 무조건 모자 쓰고 생활해야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경환 씨의 어머니는 피해 당시 상황을 묻자 "아들 전화로 박진호(가명)가 '어머니 경환이 지금 화상 입어서 병원가는 길이다'라더라. 갔더니 이미 붕대로 다 감겨있더라. 눈만 보였다. 진호는 옆에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3년가까이 흘렀지만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었다. 경환씨는 어머니를 도와 코인노래방을 운영했고, 23번째 생일에도 일을 하고 있던 그를 위해 친구들이 축하 파티를 해줬다.
그러던 중 가해자들로부터 '우리(가해자들)가 계획한 이벤트가 있으니까 잠깐만 시간을 내'라는 연락을 받았고, '친구들이 와서 힘들것같다'고 했지만 가해자들이 노래방까지 찾아왔다고. 박진호 씨의 성화에 건물 밖으로 나온 경환씨에게 가해자들은 두건을 씌우고 양쪽 팔을 붙잡고 차에 태워 어디론가 끌고 갔다.
경환 씨는 "경황이 없었다.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른다. 너무 무서웠다. 끔찍하다"고 털어놨다. 차가 멈춘 곳은 안양천 옆길에 있는 공터였다. 차에서 내린 뒤 가해자들은 경환씨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결박했다. 경환 씨는 "시시덕거리면서 계용석(가명)은 다른사람이랑 영상통화 하고 있었다고 하고, 정명수(가명)는 동영상을찍으면서 같이 즐기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가해자들은 경환 씨의 팔과 다리를 의자에 묶은 후 주위에 휘발유까지 둘렀다. 그리고 폭죽에 불을 붙였다. 경환 씨는 "너무 위험한거 아니냐고 말을 하더라. 가해자들도 위험하다는걸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본인도 불 붙이고 나서 뜨거웠던건지 놓친건지 (폭죽을) 던졌는데 그게 휘발유에 바로 불이 옮겨붙었다. 안에 있던 열기와 함께 그 불속에서 저는.."이라며 고통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경환씨의 발부터 온몸으로 불이 붙었고, 그는 가해자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환 씨는 "너무 아프고 죽을것 같은데 가해자들은 이 상황을 아나? 나 이대로 정말 생일날 죽는건가? 싶었다"며 "차안에서 토하고 진물이 떨어지면서 제가 너무 아프다, 고통스럽다, 죽을것같다고 소리질렀다. 화상 병동에 도착했을때도 제가 볼펜잡고 직접 접수했다. 스스로 응급실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경환 씨는 얼굴과 목, 팔과 다리, 엉덩이 등 몸의 약 40%에 달하는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그중 절반인 20%는 피부 전체가 손상된 3도 화상이었다. 경환 씨는 "수술실에서 비명지르고 울었다. 너무 고통스럽다. 드레싱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한번은 부모님한테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치료하고 살아갈바에는 그때 죽어버릴걸 그랬어 엄마, 미안해'라고 했다. 그정도로 고통스러웠고 해서는 안될말을 부모님한테 했다"고 털어놨다.

사고후 한달반만에 병원비만 4천만원이 들었고, 치료동안 가해자 네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어머니는 "코로나시기니까 재판이 자꾸 미뤄지더라. 근데 병원비는 계속 늘어나지 저는 조급했다. 합의를 해도 집행유예, 안해도 집행유예라는거다. 아들은 그 전에도 '얘네 감옥 보냈으면 좋겠어. 나는 절대 용서하고싶지 않아'라고 했지만 저는 당장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야됐고 돈 천만원이라도 받아야되는 입장이지 않나.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했는데 아들한테는 말할수 없었다. 아들 마음은 어떻겠냐"고 속상해했다.
결국 가해자들은 실형을 피했다. 혐의는 중과실치상으로, 초범이고 합의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참작됐으며 가해자들의 처벌은 집행유예와 벌금에 그쳤다. 특히 가해자들은 과거 면도기의 날을 부순 뒤 '털을 깎아주겠다'며 피해자의 허벅지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고.
김태경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치밀하게 준비한 내용들을 감안할때 얼마든지 불이 붙을 가능성을 고려했다고밖에 볼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식의 행위를 계획했다는건 피해자를 본인들과 동등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거다. 폭죽을 터트리고 불을 질러서 그사람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촬영하는거다. 이들의 목적은 그거였던 것같다. 우리에겐 3년전 사건이었지만 피해자의 뇌는 매일매일 불에 타는 경험을 하는거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가해자 중 한명인 박진호 씨와 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박씨는 "민사 진행중인거 알고있냐"고 묻자 "알고 있다. 나머지 세명은 연락 안되고 피해자한테 돈 갚을 생각을 안하고 있단거다. 저는 재판 출석 한번도 빠짐없이 다 진행하고 있고 피해자한테 사과도 많이 했는데 언론에 알려진게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사건 진행을 해봐야할것같다"고 말을 아꼈다. 제작진은 "피해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한다"고 말했고, 박씨는 "알고 있다. 민사적으로 책임을 진 다음에 제가 사과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끝까지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후유장애 진단을 받고 일상생활조차 힘든 상황에 처했다. 경환 씨는 "배고파도 간단하게 라면이나 계란프라이라든가 혼자서 해먹을수 있었는데 가스레인지 켜는것만 봐도 무섭다"며 "악몽을 꾸고 발작을 일으키면서 깨어나면 그대 제가 다쳤던 화상 부위들 그 넓은 면적들이 그대로 고통이 오더라. 잠이라도 편하게 잘수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을, 아예 제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빼앗겼다"고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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