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매버릭' (이하 탑건) 측이 난리가 났다.
'탑건'의 배우 제이 엘리스는 최근 열린 새 영화 'Somebody I Used To Know' 시사회에서 '탑건'의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에 대한 팀의 반응을 전했다.
'탑건'은 오는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노른자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 편집상, 음향상, 주제가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흥분한 것. 제이 앨리스는 "이 영화의 여섯 개 오스카 후보 지명은 출연진과 제작팀에게 꿈이었다"라고 전했다. 본인은 그저 배우 톰 크루즈, 그리고 스태프 제리 브룩하이머, 조셉 코신스키와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이런 영예까지 안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엘리스는 또한 "탑건' 그룹 채팅에서 우리의 대화는 불타오르고 있다"라며 아카데미 후보 지명 후 더욱 사랑과 흥분이 넘치는 채팅창에 대해 언급했다.

이 같은 '탑건'의 '흥분할 만한' 아카데미 후보 장식은 거슬러 올라가면 '다크나이트'와도 관련이 있다.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실수는 이후 시상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는데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작품상 후보 탈락 사건이다.
지난 2008년 개봉한 '다크 나이트'는 당시 명작 평가를 받았음에도 제 81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사후에 조커 역을 연기한 배우 히스 레저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이 외에도 예술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분장상, 음향편집상, 음향녹음상, 특수효과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작품상에서는 제외 당했다.
'다크 나이트'는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범죄 스릴러 장르에 심리 드라마, 블록버스터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이후 문화예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렇기에 작품상 후보 탈락은 전세계 영화계 안팎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는 아카데미가 후보작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작품상 부문은 이 같은 '다크나이트' 사건으로 2009년에 5편에서 10편 후보로 두 배 늘어났다. 올해는 '더 파벨만스', '서부전선의 올콰이어트', '이니시린의 밴시', '엘비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타르', '슬픔의 삼각형', '우먼 토킹'이며 두 개의 블록버스터 속편이 포함됐다. 바로 '아바타: 물의 길'과 '탑건'.
자전적인 작품 '더 파벨만스'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를 장식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와 관련해 "'다크 나이트'는 첫 블록버스터 작품상 후보에 올랐어야 했다"라고 언급하기도.
스필버그는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난 정말로 그것에 고무됐다"라고 흥행에 성공한 블록버스터 두 작품이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말했다. 더불어 그는 수년 전 특별한 영화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 실수는 아무도 원치 않는다며 "몇 년 전에 후보에 올랐어야 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요즘이면 확실히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두 블록버스터가 10편 안에 확실하게 포함된 것은 우리 모두가 축하해야 할 일이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이처럼 영화 한 편이 아카데미를 변화시켰다. 아카데미의 작품상 후보의 영역을 넓히도록 장려했고, 다음 해에는 10개의 후보를 포함해 부문을 확장했다. 단순하 편수 확장을 넘어 일종의 변혁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놀란은 이 같은 '다크 나이트'의 지속적인 유산에 즐거워한 것도 사실이다.
놀란은 이에 대해 과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다크 나이트'의 아이맥스 상영 후 가진 질의 응답에서 "그래, 일종의 시원한 위로상인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직접적으로 상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의 공로를 인정 받은 것에 대한 재치있는 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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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