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우, “잃을 게 없는 자의 무서움”…’카지노’로 보여준 배우 2막 [인터뷰 종합]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3.02.10 08: 33

 ‘카지노’ 배우 이해우가 작품과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이해우는 9일 오후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카지노’ 시즌1 종영 인터뷰에서 근황에 대해 “촬영은 작년 9월~10월 정도에 끝났다. 주변 분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오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디즈니+에서 시즌1 전 회차가 모두 공개된 ‘카지노’는 돈도 배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에서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카지노’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연기를 3~4년 정도 쉬고 있었는데 제작사 중 친한 형이 갑자기 10년 만에 연락을 해주셨다”라며 “티빙 ‘장미맨션’에 잠깐 출연해 줄 수 있냐고 해주셔서 갔는데, 이번에는 ‘오디션 기회가 있다. 작품도 좋고 캐릭터도 좋다’라고 해주셔서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라고 말했다.
'카지노'는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중 공개 첫 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함은 물론, 역대 글로벌 OTT 한국 시리즈 중 IMDb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사실 공개 전 반응에 대해 크게 생각 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다만 제가 출연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이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SNS를 안 하기 때문에, 공개 직후에는 얼마나 반응이 오고 있는지 몰라 별생각이 없었다. 최근 반응이 좋아지고 나서는 주변 분들이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인기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해우는 ‘카지노’에서 최민식, 이동휘와 한 팀을 이루며 호흡하는 카지노 에이전트 ‘필립’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첫 등장부터 매력적인 비주얼로 극 중 김소정(손은서), 양정팔(이동휘)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극적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한 것은 물론, 7회에서 충격적인 반전 엔딩을 선사, 새로운 이야기의 줄기를 만들어 내는 인물로서 활약했다.
이해우는 ‘카지노 에이전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한 노력에 “실제로 현지에서 에이전트를 만날 기회가 있어 인터뷰도 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도 했다”라며 “그분들을 보면 일반인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굉장히 건조하고, 눈빛 자체가 오싹하다. 또한 손님을 대할 때와 본인보다 아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대할 때 눈빛이 변한다. 이런 부분을 눈여겨서 많이 보고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극 중 대본에서 ‘필리핀 교포’라는 설명이 있길래, 태닝을 3개월 정도 했다. 원래 피부가 하얀 편이라 잘 까매지지 않길래 현지 가서도 태닝을 했다. 그런데도 피부가 타지 않길래 메이크업까지 했다. 까만 피부를 표현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라며 “제작진 측에서 시킨 적도 없지만, 혼자 대본을 보고 '몸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운동도 열심히 했다. 3개월 정도 PT를 끊고 하루에 2번씩 주 6회 정도 운동을 했다”라고 부연했다.
연기자의 매력 덕분인지, 극중 필립의 이른 퇴장에 아쉬워하는 시청자의 반응도 많았다. 이에 이해우는 “촬영 현장이 너무 행복하기도 했었고, 이런 선배님들과 언제 또 호흡을 맞추나 싶어서 더 촬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라며 “다만 캐릭터적으로 아쉬운 결말이라는 생각을 들지 않는다. 결말에 만족스럽다. ‘필립’의 죽음이 시즌 2의 포석과 같은 사건이 되니, 아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이렇게 많은 시청자분들이 ‘필립’의 퇴장을 급작스럽다고 느낄 줄 몰랐다. 아쉬워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런 관심 자체가 처음이라 얼떨떨하기도 하다. 어떻게 관심이 생기셨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실제로 만나신 분들이 ‘어 필립?’이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이렇게 극중 이름으로 기억해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라며 캐릭터를 향한 뜨거운 반응에 감사를 표했다.
‘카지노’는 영화 ‘범죄도시’로 입봉한 강윤석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자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홍기준, 허성태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이해우는 “강 감독님께서 워낙 격이 없이 편하게 대해주시는 스타일이라, 촬영은 편하게 잘 했다”라며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풀어주시는 편이라 잘 찍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배우들의 의견이 반영돼 나온 장면도 있었다. 극 중 차무식이 필립이 소정과 돈을 훔치려 한 공범이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 나온 장면에는 애드리브가 꽤나 있었다”라며 “소정을 데리러 가는 길에 한 욕도 애드리브였고, 차무식이 ‘필립, 몸 조심해’라는 대사를 치는데 이것도 선배님께서 하신 애드리브였다. 여기서 나오는 저의 반응과 대사도 애드리브가 조금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오승훈 형사 역할을 맡은 손석구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촬영 당시 별명이 ‘손 연구원’이었다는 손석구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형을 보면서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라면서 “감독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앞으로 극을 이끄는 주요 배역을 맡으려면, 네가 나오는 장면뿐만이 아닌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걸 하는 게 석구 형이었다. 대본이 정말 너덜너덜할 정도로 열심히 하시길래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연구를 하시는구나’ 싶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촬영 시 중점을 두었던 부분에 대해 “카지노’라는 작품이 차무식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심에는 차무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촬영하면서 신경을 썼던 부분 중 하나가, 차무식이 필립이 김소정과 공조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 보이는 저의 리액션이었다”라며 “해당 사건이 차무식의 민낯이 밝혀지는 부분이기도 했고, 필립의 반응에 따라 차무식이 가진 캐릭터의 힘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립이 차무식에게 목숨을 위협받은 만큼의 데미지를 입은 것들을 표현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촬영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이 좋은 배우분들 사이에서 내가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였다. 또한 외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제가 기존에 했던 배역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다”라며 “이번에 ‘십오야’가 나온 후 댓글을 봤는데, ‘저 사람이 필립이야?’라는 반응이 꽤 있더라. 그래서 어느 정도 제가 원했던 바를 이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2007년 드라마 ‘이산’ 단역으로 연기자로서 첫 발걸음을 뗀 그는 2010년 ‘황금물고기’로 정식 데뷔를 한 후 영화 ‘퍼펙트게임’, 드라마 ‘무신’, ‘구암 허준’, ‘우아한 모녀’, ‘장미 맨션’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활동 중간 3~4년 간의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이에 이해우는 “정확히 어떤 시기에 쉬었다는 건 없는데, 10년간 활동을 하면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회의감이 들어 광고 회사 사무직도 했었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도 했다”라며 “나의 20대의 모든 것을 (배우 생활에) 바쳤는데, 그걸 버리고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10년가량 배우를 하면서 가졌던 일상의 습관 같은 게 있었다. 휴식 기간에도 그 습관을 놓칠 수는 없어 유지하고 있었는데, ‘장미맨션’ 제작사 형이 전화를 주셔서 다시 연기를 하게 됐다”라며 “회사 생활을 하며 드라마 한편을 찍기도 했었는데, 그때는 사실 배우를 다시 시작했다는 생각은 못했던 상태였다. 최근 ‘장미맨션’과 ‘카지노’를 촬영하면서 (배우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잃을 게 없는 자의 무서움이라는 것이 있다. 한 번 내려놓고 나니, 누구보다 끈기 있게 캐릭터를 파고들 자신이 있다. 이제 웬만한 저항에는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 예전보다 많이 단단해진 상태”라며 “휴식기를 가지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고, 열심히 해서 좋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싶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카지노’에 대해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조만간 좋은 기회로 곧 시청자분들께 찾아뵐 수 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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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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