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유연석 "교수 父·화가 母…강남 한복판 전학에 불편"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2.10 11: 30

‘멜로 장인’ 배우 유연석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30대 마지막 작품으로 멜로를 하고 싶었다는 유연석은 자신의 바람대로 멜로 드라마를 했고,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는 연기로 ‘역시 유연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오는 6월부터 만 나이가 도입된다는 점은 ‘30대’ 유연석의 멜로를 더 볼 수 있기에 다행일지도 모른다.
유연석이 또 인생 캐릭터를 새로 썼다. 지난 9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 제작 SLL)에서 하상수 역을 연기한 유연석은 섬세하고 깊으 감성으로 캐릭터를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유연석의 ‘멜로 아우라’가 ‘사랑의 이해’를 통해 제대로 폭발했다. 짝사랑 상대를 생각하면서 설렌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미소와 사랑 앞에서 뚝딱거리는 귀여운 모습부터 단념하고 숨겨왔던 안수영(문가영)을 향한 사랑을 터트리는 순간까지, 로맨틱 코미디부터 절절한 멜로를 오가며 ‘멜로 장인’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킹콩 by 스타쉽 제공

유연석이 극 전체를 안정감 있에 이끌면서 ‘사랑의 이해’는 입소문을 탔다. 이해로 쓰여진 사랑의 단면을 통해 신계급사회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고,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은 ‘사랑의 이해’는 연달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현실 공감 멜로의 정수로 안방을 사로잡으며 과몰입을 유발했다.
‘사랑의 이해’를 성공적으로 이끈 유연석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연락을 많이 받았다. 배우 분들이나 감독님들도 ‘사랑의 이해’를 챙겨보고 있다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하셨다. 시청자 분들께서는 연기적인 부분도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30대 마지막 작품은 멜로? 만 나이 도입되니까…”
앞서 유연석은 30대의 마지막 작품으로 멜로를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6월부터 만 나이가 도입되기에 40대가 되는 시기를 미루게 됐지만 유연석은 “필모그래피를 보니까 멜로 라인이 있기는 했는데 드라마를 아예 주연으로 해서 멜로 장르에만 집중해서 했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멜로를 잘한다, 잘 표현한다, 케미가 좋다는 칭찬을 받았지만 정작 정통 멜로를 제대로 했나 싶어서 보니 많이 없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30대 마지막에 굳이 장르를 고르자면 멜로를 하고 싶었다. 이제 만 나이가 도입되니까 1년 뒤에 생각했어도 됐을 것 같다”고 웃었다.
유연석에게 로맨스, 멜로는 익숙하다. 하지만 ‘사랑의 이해’는 달랐다.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가 가진 매력이 있다. 원작은 더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이 있는데, 드라마도 공감되는 대사를 많이 넣으셨고 그럴싸한 수식어나 드라마적인 대사보다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대사가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내레이션이나 장면들을 표정으로 마무리하는 것들이 조금은 다른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유연석은 자신이 연기한 하상수에 대해 “공감이 됐던게 제 프로필을 보면 어머니는 화가, 아버지는 대학 교수라고 되어 있다. 나도 상수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게 아버지가 국립대 교수셨는데 아무래도 사업하는 분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 전학을 왔는데 아버지도 지방에 계셔야 하시니까 두집살림을 했다. 녹록치 않았다. 40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살았어서 상수가 느낀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지방에 있을 때는 불편한 감정을 느낀 게 없는데 서울 와보니까 차이가 느껴졌다. 강남 8학군에 갑자기 전학 와서 친구들을 보니까 차이가 느껴져서 그 부분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수라는 인물 자체가 모든 걸 잘하고 멋진 인물이 아니다. 부족하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한 인물이었다. 다 잘할 거 같고 해낼 것 같은 인물이 아니라 찌질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캐릭터를 그려갔으면 했는데 그게 감독님, 작가님과 잘 맞았다. 상수의 대사 중에도 ‘나는 어릴 때부터 평범하고 싶다’고 하는데, 강남 8학군 출신에 부유하게 자라온 것 같고 좋은 성적으로 은행에 들어온 이미지였지만 빈틈 있고 어설픈 모습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눈물 젖은 군대리아 먹어…멜로 해도 되겠다더라”
유연석에게 ‘멜로 눈빛’이 장착된 건 언제였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는데 형이 재수한다고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해서 나도 냉큼 연기학원 다니겠다고 함께 올라오게 됐다. 짝사랑 경험은 대학교 때다. 학교 선배 누나를 좋아하기도 하고, CC를 했다가 군대를 갔는데 여자친구가 안 기다려주고 그랬다. 그리고 공군 가면 면회 자주 온다고 했던 여자친구는 오지 않아서 눈물 젖은 군대리아를 먹은 적도 있다. 그 이후에 연기과 선배들이 멜로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그때 뿐만이 아니라 만나면 헤어지는 과정이 있었으니 그런 경험들이 하상수를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유연석의 멜로 눈빛을 좋아하지만 그가 꽁냥꽁냥하는 건 은근히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유연석도 이를 느꼈다. 유연석은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아파하고, 멜로 눈빛 나왔다고 하시면서 제가 짝사랑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잘 되어서 꽁냥꽁냥 거리는 것보다 저 역시도 짝사랑에 연민이 가는 것 같다. 아픈 사랑을 한다던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던가 등 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 때의 모습들이 연기할 때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멜로 장인이 된 유연석. 그가 꼽은 ‘사랑의 이해’ 속 현실적인 장면은 무엇일까. 유연석은 “미경(금새록)과 라면 먹다가 헤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정말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제일 많이 먹는게 라면이지 않나.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이별을 이야기하고 솔직한 감정을 말하는 것보다 라면 먹다가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는 모습들이 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 “사랑,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게 사랑”
‘사랑의 이해’를 통해 ‘멜로 장인’임을 입증한 유연석. 그에게 이 이상의 멜로가 가능할까. 그는 “40대 때의 멜로도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20대 때 했던 ‘응답하라1994’ 칠봉이는 짝사랑이었고, 데뷔 초반에는 ‘혜화동’이라는 작품에서 찌질한 사랑을 하는 연기도 했었다. 30대 때 ‘사랑의 이해’로 절절한 멜로를 보여드렸는데, 조금 더 성숙해진 표현들을 연기적으로 보여드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를 하면서 사랑을 ‘이해’ 했을까. 유연석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되더라. ‘사랑의 노이해’라고 하던데 그게 맞는 것 같다. 나도 공감한다. 제작발표회 때도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하셨는데 모른다고 했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수가 아니라 변수라고도 하시는데, 넷플릭스에 올라갈 때 제목을 많이 고민하신걸로 알고 있다. 모자를 제작해서 선물하려고 하는데 영어 제목을 쓰려고 했더니 고민하고 계신다고 했다. 드라마 자체가 단순히 사랑을 이해하라고 하는 작품이 아니기에 이해 관계에 따른 득과 실에 대한 의미를 주는 ‘이해’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중의적 의미를 쓰신 것 같다”며 “작가님이 원작을 드라마화했을 때 대사의 맛이라던지 글의 맛이 원작보다 뒤처진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작가님도 그렇고 감독님도 섬세하게 해주셔서 ‘사랑의 이해’가 완성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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