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패망의 날 우리나라 외교관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9일에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1975 베트남 탈출기' 편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리스너로 가수 별, 배우 송영규, 김기혁 아나운서가 함께 했다.
이날 이야기는 1975년 북베트남에 함락될 당시 남베트남 사이공에 있었던 한국 대사관 외교관들의 이야기로 외교관들은 교민 천 여명을 배로 탈출 시킨 후 미국 대사관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달화 보좌관과 안병찬 기자는 헬기에 올랐지만 안희완 영사와 교민들은 헬기에 오르지 못했다. 미군의 철수작전도 끝나 버린 상황. 미군은 급기야 최루탄까지 터트렸다. 아비규환에 빠진 사람들 사이로 대사관에 시한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말이 퍼졌다.
우리 교민 130명, 외교관 9명이 사이공에 갇혀버렸다. 베트남은 북베트남에 점령됐다. 걱정했던 피의 보복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출국을 금지 당했다. 외교관들은 감옥에 갇혀 두려워했던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 북한 공작원들은 외교관들에게 망령을 강요했고 안희완 영사는 패티김의 노래 '서울의 찬가'를 부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화국이 됐고 출국 허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세 명의 외교관들은 여전히 감옥에 있었다. 정부는 외교관을 석방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결국 수감된 지 5년 후 외교관들은 석방됐다. 안희완 영사는 변화한 서울과 훌쩍 자란 자식들을 보며 어색함을 느꼈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영사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을 꾼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안희완 영사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교민들을 지키고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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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