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 베트남 탈출기' 이야기가 공개됐다.
9일에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1975 베트남 탈출기' 편에서 베트남을 탈출하지 못해 5년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안희완 전 영사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전쟁으로 남베트남이 함락되고 북베트남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교민들이 우리나라에서 보낸 함정으로 탈출한 뒤 한국 대사관에는 외교관 15명과 안병찬 기자가 남았다. 이달화 보좌관은 "우린 미국 대사관을 믿었다.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남아 있으니까 같이 나갈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위급한 상황이 왔을 때 한국 대사관의 직원들의 철수를 돕기로 약속했던 것.

미국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2시간 내로 비행기가 준비될 테니 철수 준비를 하라는 것. 대사관 직원들은 19년의 세월을 정리하며 철수 준비를 서둘렀다. 안희완 영사는 "국기를 가져와야 하니까 하강식을 해야했다"라고 말했다.
정리를 끝낸 후 미국이 보내준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미국이 보냈다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준비했던 비행기가 갑작스럽게 취소 됐다는 것. 그러나 그날 밤 공항에 폭탄이 터졌고 외교관들과 안병찬 기자는 베트남에 고립돼 버렸다. 만약 외교관들과 안병찬 기자가 남베트남에 남게 되면 북베트남의 지배를 받고 피의 보복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

이달화 보좌관은 "미국이 FM라디오는 꼭 갖고 다니라고 했다"라며 "그 더운 여름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나오면 그땐 마지막이라고 했다. 여권만 가지고 집결지로 가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노래를 듣지 못하면 탈출 기회는 영영 잃게 되는 것.
그때 미국의 연락이 왔고 라디오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울려퍼졌다. 외교관들과 안병찬 기자는 집결지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총을 든 경비병들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 결국 헬기를 놓친 외교관들과 안병찬 기자는 미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은 이미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외교관들과 기자는 여권을 보여주고 모두 미국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에는 이미 3천여명이 모여 있었다. 미쳐 빠져 나가지 못했던 한국 교민 140여 명도 함께 있었다. 사람들은 간절하게 헬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미군의 헬기가 도착했다. 가장 먼저 미국인과 미국인의 가족들이 헬기에 올라 구조됐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다음 헬기는 오지 않았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대기자들 줄은 줄지 않았고 사람들이 담을 넘어 미국 대사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달화 보좌관은 재빠르게 군복으로 갈아입고 대한민국 공군 소령이라고 말했다. 이달화 보좌관과 안병찬 기자는 마침내 철문을 통과했다. 안희완 영사는 "개인적으로는 갈 수 있지만 직원들, 교민들이 있어서 혼자 뛰어들어갈 수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다행히 대기자 전원이 헬기장 탑승장으로 들어섰다. 미국 대사관에 들어온지 15시간만의 일이었다.
한편, 이날 이달화 보좌관과 안병찬 기자는 미국의 헬기에 올라 탈출했지만 교민 130명, 안희완 영사를 포함한 외교관 9명은 탈출에 실패해 결국 베트남에 갇혔다. 안희완 영사는 이후 베트남의 감옥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낸 후 겨우 풀려났다고 전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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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