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가영이 복잡한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고 밀도 높은 연기로 승화시키면서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장르가 곧 문가영”이라는 말처럼, 문가영이 또 문가영한 ‘사랑의 이해’는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했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 제작 SLL)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다. 이해로 쓰여진 사랑의 단면을 통해 신계급사회를 보여주는 등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로 호평 받았다.

문가영은 극 중 KCU 은행 영포점의 여신이자 사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라고 생각하는 안수영 역을 맡았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스스로에겐 친절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할 아픔을 지닌 인물로, 그동안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점점 생기를 잃어버리는 얼굴부터 건조하지만 묘하게 날이 선 목소리, 감정의 폭이 크지 않는 미소를 지닌 얼굴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해 아역배우부터 시작한 문가영은 ‘위대한 유혹자’, ‘으라차차 와이키키2’, ‘그 남자의 기억법’, ‘여신강림’,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등에 출연하며 차세대 로맨스 퀸으로 떠올랐고, ‘사랑의 이해’를 통해 절절한 멜로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사랑의 이해’ 최종회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서 시청했다. 문가영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다같이 모여서 봤다. 재미있었다. 촬영이 끝난 지 한달 좀 지났다. 작년에는 아예 안 쉬고 작품을 했다보니까 끝나는 마음이 들겠거니 했는데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을 다같이 보니까 실감이 나더라. 돌아오면서 OST를 열심히 들었다”고 웃었다.
과몰입러들을 많이 만든 ‘사랑의 이해’인 만큼 각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과 이후의 결과, 그리고 작품 전체의 결말까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문가영은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내게 수영이의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한 해답을 원하시더라. 그때마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제 역할 자체가 배역을 하는 마음 가짐이 나를 기준으로 많은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내가 말하는 순간 그걸로 정답이 굳어질까봐 말을 아꼈다. 결말에 있어서도 수영이와 비슷하게 생각한다. 행복한 순간보다 불안한 걸 먼저 걱정하는 사람이다보니까, 마지막에도 시선 처리에 따라 의미를 둘 걸 알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바라보는데서 끝날지, 다른 시선으로 끝을 낼지 등 선택들에 있어서 많은 의미가 담기다보니까. 그래도 어제는 언덕을 한 방향으로 올라갔기에 돈가스를 먹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배우로서 한단계 더 성장했다. 그는 “갈망이 컸다. 나도 이런 거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한 포인트를 보여주려 했다기 보다는 정말 계산 없이 했다. 코믹은 계산이 필요하다. 멜로는 해보니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장르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 상대방이 느끼는 걸 받아주는 리액션들이다. 그런 분에서 호흡을 맞춘 유연석 선배에게 감사하다. 시청자 분들이 수영을 애정하게끔 한 건 상수의 눈빛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문가영은 호흡을 맞춘 유연석에 대해 “굉장히 섬세하시다. 리허설을 엄청나게 디테일하게 하지 않았다. 이런 감정일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하자는 계산 없이 원테이크로 찍은 장면이 많다. 대사량이 굉장히 많은데 안 틀리고 원테이크로 찍었다. 유연석 선배님이 중심을 든든하게 잘 잡아줬다. 함께 작품을 하면서 멜로라는 장르는 눈을 오래 보면서 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유연석과 호흡도 좋았지만 문가영이 문가영했다는 말처럼 그의 연기력과 표현력이 몰입도를 높이면서 과몰입러를 양산했다. 문가영은 “모든 순간에 나도 사람인지라 이해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없을 순 없더라. 처음 작품을 선택했던 때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다른 작품에서는 내 이야기를 설득하는 게 몫이었다면 수영이는 이해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해가 되는 분들은 알아서 따라오실거고 이해가 안되어도 과몰입을 한순간 이해해보려고 애를 쓰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현(정가람)보다도 수영의 감정을 시청자 분들이 더 공감해주신 것 같다. 연애를 할 때 감정적으로 선택할 때도 있지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내가 사랑을 주는 것에 풍족함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현실적인 감정들을 많은 분들이 겪어봤기에 떠올려봤을 때 공감적인 감정으로 수영을 응원한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찍으면서 사랑을 이해했을까. 문가영은 “더 확고해졌다. 이해할 수 없다고. 인간이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확고해졌다. 그리고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싶었다. 수영이와 닮은 부분이지만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늘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그것 만큼은 자부한다. 한번도 후회한 순간은 없다. 물론 나중에 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나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의 책임은 내 몫이라서 다 비슷하게 사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문가영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나의 진심이 언젠가 상대에게 전해지겠지 싶었다. 진심을 다했으면 됐다 싶었는데, 성장하고 경험하면서 그건 아니었다. 진심을 아무리 다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되더라. 그게 현실임을 깨닫고 현타가 오더라. 내가 갖고 있던 사랑에 대한 환상이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았다. 내 욕심이지, 내가 던지는 순간 타인이 가져가든 안 가져가든 상대방의 몫이라서 진심이 안 통하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문가영은 자신의 연애는 ‘사랑의 이해’에서 상수(유연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에 있어서는 문가영식으로 한다. 솔직하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 면에서는 상수의 입장과도 비슷한 거 같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하는 편이다. 상수의 행동들에 봤을 때 어떤 분들은 직진이고 사랑으로 보다가도 집착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다. 굉장히 어려운 선이라고 생각한다. 난 집착까진 아니고 내 감정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받아주는 건 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쓰고, 시청자들에게 인생 드라마를 선물했다. 문가영은 “내가 한 작품들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전달될까 생각한다. 문가영이 한 작품들이 좋은 작품이라는 인식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랑의 이해’가 그런 작품이 된 것 같다”며 “‘사랑의 이해’는 27살의 문가영의 가치관이 잘 담겨 있던 이야기다. 그 시기의 문가영이 공감하고 말하고 싶었던 것, 자신이 있어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필모그래피가 곧 나를 설명하는 일이 되겠구나 싶어서 작품 선택에 있어서 조심스러워지고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가 방송되는 동안 정말로 주변에서 많이 연락을 받았다. 유독 이번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게 체감이 된다. 내 선택을 공감해줄까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애정해주셔서 내가 한 선택에 확신을 가졌다.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떠나보내며 “이 작품이 시청자 분들에게 가치관을 확인해봤던 순간이 됐으면 한다. ‘사랑이 뭐지?’라고 한번쯤 생각해보셨다면 우리 드라마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