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에 이어 정경호까지, 늦덕에 출구는 없었다.
K팝 팬들의 용어인 줄 알았던 ‘늦덕(오랜 시간이 지나 입덕한 팬)’이 요즘엔 배우들에게도 붙고 있다. 지난 해 열풍을 일으켰던 손석구에 이어 이번에는 정경호다. 손석구와 정경호 모두 그동안 성실하게 연기 활동을 하며 꾸준히 작품을 내놓긴 했지만, 뒤늦게 만난 인생작으로 팬심을 흔들고 있다. 출구 없는 매력으로 뒤늦게 입덕한 팬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은 두 사람이다.

#손석구, 구씨➝강해상 인생 캐릭터 만나 전성기
손석구는 지난 해 키워드 중 하나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와 관심을 받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인생 연기를 보여줬고, 동시에 영화 ‘범죄도시2’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개성 있는 캐릭터로 착실하게 연기 활동을 해온 손석구는 그렇게 찬란하게 빛났다. 그리고 이 시기 손석구에 늦덕한 팬들도 상당수였다.
일단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 손석구를 알게 된 팬들은 바로 ‘범죄도시2’의 강렬한 악역 강해상에게도 매료됐다. 세상 일에 무관심하고 말도 없이 매일 소주만 마시던 구씨는 몇마디 없는 대사, 그리고 특유의 눈빛 연기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악랄한 악역이지만 강해상 역시 손석구의 강렬한 연기로 크게 호응을 얻은 캐릭터였다. 손석구는 ‘나의 해방일지’와 ‘범죄도시2’로 전성기를 맞으며 수많은 팬들을 입덕시켰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로 뒤늦게 손석구에 입덕한 팬들은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며 더 단단히 빠지게 됐다. 드라마 ‘마더’부터 ‘최고의 이혼’, ‘60일, 지정생존자’, ‘멜로가 체질’까지 손석구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모두 개성과 매력 있었기 때문. 전성기를 맞은 손석구는 디즈니플러스 ‘카지노’를 통해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경호, 병약미로 홀린 여심
정경호는 매우 성실한 배우다. 그동안 거의 매년 한 작품 이상 출연하며 꾸준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왔고, 드라마와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왔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기에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무리없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줄 알았다.
그런 정경호의 매력이 제대로 터진 작품이 바로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이다. 정경호는 냉정하고 까칠해 보이지만 배려심 있고 따뜻한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 역을 맡아 전도연과 로코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가녀린 몸매로 특유의 병약미를 살린 캐릭터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과는 조금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정경호는 이전 작품에서도 로맨스 장인이라 불릴 정도로 멜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각각 임화영, 곽선영과 설레는 멜로 장면을 탄생시켰다. ‘일타 스캔들’에서는 전도연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로코 케미로 팬들을 늦덕시키는 매력을 제대로 어필했다. 로코 남주로 찰떡인 정경호였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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