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은 글쎄'라던 SM, 이수만은 왜 하이브에 팔았을까[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23.02.11 11: 05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전격적인 SM 인수를 결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SM 창업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백기사를 위해서? 천만에 말씀이다. 하이브는 국내 연예 기획사 가운데 현재 압도적 시총 1위를 달리고 있는 상장사다. 단순히 방시혁 의장이 평소 존경심을 표현하고 예의를 갖췄던 이수만 총괄이 곤경에 빠지자 수천억원 투자로 지원 사격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생긴다.
지난 10일 ‘하이브의 SM 인수’ 공식 발표가 확인되는 순간, ‘방시혁은 이수만의 백기사’ ‘이수만 SM 복귀’ 식으로 부연설명을 담은 기사들도 대거 등장했다. 이번 인수의 본질적인 의미를 놓치고 곁가지에 매달린 ‘눈 가리고 아웅’ 오보였다는 게 이날 오후 하이브의 추가 입장으로 밝혀졌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SM 인수에 촛점을 맞췄을 뿐이니 당연한 수순이다. 하이브의 SM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 방 의장이 SM을 바라본 단 하나의 이유다.
물론 하이브가 SM 이수만 전 총괄의 개인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면서 이 전 총괄은 급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자신이 내세운 공동대표들로부터,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내몰릴 뻔한 내란 상황에서 기사회생해 돌파구를 찾았다. 여기서 돌파구란 말 그대로 ‘반란군에게 내 집을 뺐기느니 차라리 적에게 내주겠다’는 난전 상황에서의 탈출을 뜻할 뿐이다.

이수만 전 총괄이 K팝 태동의 기념비적인 인물일지라도 개인 프로듀싱 회사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 간 계약 문제가 깊어지고, 지분 해결과 인수전 등의 이슈가 길어지며 SM 복귀의 명분조차 잃은 상태였다. 하이브가 인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SM 지배구조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이수만 이름 석자가 설 땅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 이전에 이 전 총괄은 가요계 서열로 한참 후배인 방 의장에게 SM을 넘겨주는 데 "오퍼를 한 건 고맙지만..."이라며 사양 아닌 사절을 했다는 뒷 얘기가 가요계에 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총괄의 진짜 속내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바는 없다. 하지만 CJ와 카카오 등 국내 재벌그룹들과의 협상 소식이 전해지는 와중에서 ,보다 적극적이었던 하이브가 열외로 밀렸다는 정황 증거는 남아 있다.
따라서 이 전 총괄이 자신의 염두에 두지 않았던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게 SM 주식을 넘긴데는 오히려 내부 총질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SM을 상대로 소송까지 거느라 자존심을 구겼으니, 라이벌로 성장한 한참 어린 후배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도 고려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괄은 SM에서 물러서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회사를 매각하는 명분도 찾아야 했을 게다.
인수합병에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빅히트로 시작해 지금의 하이브까지, 엔터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문기업의 인수합병에 늘 촉각을 곤두세웠던 방시혁 의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시에, 적재적소에 손을 뻗쳐 결국 ‘빅딜’에 성공하고 환호했다. 인수 발표 후 양사의 주식 가치가 동시에 상승한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하이브의 SM 인수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을 쉽게 알수 있다.
방탄소년단 없는 하이브는 어쩔 것인가란 게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면 그 해결사가 바로 방 의장이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로 정상에 우뚝 선 이전부터 방탄 이후의 하이브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끊이지 않는 방탄의 긴 활동을 위해서도 회사가 방탄에게만 의존하는 구조여서는 안된다는 걸 휘하 경영진에 강조했다.
그래서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으로 막대한 실탄을 얻은 후에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그룹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관련 부문에 전폭적인 투자 결정을 이어왔다. 세븐틴의  플레디스엔터 인수를 비롯해 르세라핌을 일군 쏘스뮤직, 4세대 걸그룹 대표주자 뉴진스의 어도어, 엔하이픈의 빌리프랩 그리고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거느린 아타카 홀딩스의 하이브 아메리카와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컴퍼니까지. 그 이름만 들어도 속된 말로 ‘후덜덜’한 산하 레이블을 키웠고 이들이 벌써 하이브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인수 목표 가운데 SM은 한 부분일 뿐이다.  지난 9일 하이브아메리카는 미국 본사에서 QC미디어홀딩스 지분 100%를 3140억원에 인수했다. QC미디어홀딩스는 2013년 피에르 P 토마스 CEO와 케빈 코치 리 COO가 설립한 미국 힙합 분야 최고 레이블이다. 릴 베이비, 릴 야티, 미고스, 시티 걸스 등의 아티스트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이브가 더 이상 국내 몇대 기획사의 하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방시혁 의장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레이블 확장을 통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대승적 차원의 그룹 경영 목표 아래 때로는 치타처럼 빠르게, 때로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이브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을 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별로 가능성 없어 보였던 1세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전통의 기획사인 SM 지분 인수는 방 의장에게 행운까지 겹친 셈이 아닐까 싶다. SM의 집안 싸움이 아니었다면 그에게 기회가 가지는 쉽지않았을 테니까.  / mcgwire@osen.co.kr
[사진] 게티이미지, 무단전재 엄금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