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진선규 보여준 좋은 승리자, 좋은 패배자(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2.14 14: 05

 아내(오나라 분)와 아들을 둔 어쩌면 세상 평범하게 보이는 남자 시헌(진선규 분)에게도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는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에서 영예의 금메달을 땄지만 돌연 판정시비에 휩싸여 얼룩진 멍에를 안게 됐던 것이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 국가대표선수 은퇴 후 경남 진해의 남고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게 된 시헌의 별명은 이른바 ‘미친 개’. 술, 담배, 폭력을 일삼은 불량 학생들을 인정사정 없이 찾아내 강력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불명예 금메달이라는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복싱선수 윤우(성유빈 분)가 경기에서 승부조작으로 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결심한다. 고교 복싱부를 꾸리기로. 더불어 자신의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자 나선다.

시헌은 발전의 기미가 보이는 윤우, 환주(장동주 분), 복안(김민호 분) 등 학생들을 불러 모아 전국 대회 고등학교 복싱경기 출전을 준비한다.
‘카운트’(감독 권혁재, 제공배급 CJ ENM, 제작 필름케이, 공동제작 26컴퍼니・영화사 필름통)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헌은 고교 복싱부의 사령탑으로서 경기를 준비하며 아픈 과거를 회상한다. 이에 학생들을 혹독하게 관리하며 상대선수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또다시 불명예 금메달 논란이 제기되는데…
‘카운트’는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대기를 그린 스포츠영화다. 제목 그대로 경기 중 한 선수가 녹아웃 가격당해 쓰러지면 10까지 숫자를 세는 카운트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담았다. 시헌은 실존 인물이지만 그의 가족과 동료들, 학생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들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도 내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으로 고통을 받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카운트’는 부정한 승리라는 감당하기 힘든 논란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시헌과 학생들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미 아는 이야기와 예상이 가는 결말임에도 스포츠정신의 본질, 좋은 승리자와 좋은 패배자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정당당한 승부는 비단 스포츠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인생 전반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다.
진선규가 연기 커리어를 쌓아오며 스스로 개발해 온 연기 노하우가 여느 작품보다 압도적으로 담겼다. 또한 윤우를 연기한 성유빈의 절제된 연기가 따뜻한 마음의 위력을 발휘한다.
‘짝패’(2006) 조연출이자 영화 ‘해결사’(2010)의 권혁재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2월 22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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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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