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진선규 “데뷔 19년 차 첫 주연…너무 급하게 올라온 느낌” [인터뷰 종합]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3.02.15 17: 23

 진선규가 영화 ‘카운트’에 대한 이야기와 ‘배우 진선규’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카운트’ 주연 배우 진선규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화 ‘카운트’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라이트미들급 금메달리스트인 복싱선수 박시헌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진선규의 배역 ‘시헌’은 사실상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연기를 펼쳐내게 되었다. 모티브가 된 사건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진선규는 “사실 전혀 몰랐다. 시나리오를 읽다가 알았다”라며 “가족들을 우선에 두고, 복싱을 좋아하고, 동료애를 중요시하는 등, 저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자 배역이다 보니,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많이 울고 감동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작이 결정되고 나서 시헌 선생님을 두 번 정도 만나 뵀고, 그 후에는 선생님이 제주시청에 머무르셔서 만나진 못했다. 그래도 중간중간 연락을 드렸었다. 만났을 때 느낀 것은, 강하고 센 인물이 아닌 약하고 부드럽고 순수한 분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이런 점을 영화속에 잘 녹여내고 싶었다”라며 “이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많이 두려워 하시기도 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이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선생님에게 치유가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헌’ 역을 연기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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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복싱선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도 감당해야 했다. 진선규는 “36살 때쯤, 결혼 후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복싱을 시작했었다. 그때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었는데, ‘카운트’ 촬영 전 훈련도 그때와 같았다”라며 “두 달 반 동안 훈련을 했는데, 크랭크인 전에는 일주일에 무조건 3회 이상 훈련에 참여했다. 크랭크인 후에도 성유빈(윤우 역)과 저는 복싱 장면이 계속 있어 촬영한 날에도 체육관에 가서 다음 장면을 연습했다”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코치님의 지도하에 용인대 친구들과 스파링을 해보기도 했는데, 정말 엄청 맞았다.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다 맞았고, 한 대도 못 때렸다. 진해에서 촬영할 때에는 중학교 2학년 선수 친구들과 스파링을 했는데, 이때도 한 대도 못 때렸다. 정말 선수와 취미로 하는 사람은 차원이 다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범죄도시’ 이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빌런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현실 밀착 캐릭터까지 한계 없는 활약을 펼쳐온 그는 ‘카운트’를 통해 데뷔 19년 만에 ‘첫 주연작’에 도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
진선규는 주연을 맡게 된 소감에 “저는 사람 자체가 리더 스타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끌고 가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며 “주연으로서 촬영이나 홍보 때 사람들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내가 잘 하고 있나’라는 의심도 들고 저에게 맞지 않은 것들을 하고 있어 부담이 된다. 모든 화살이 나에게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라며 부담감을 털어놨다.
앞서 진선규는 지난 13일 진행된 '카운트' 언론시사회에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전 복싱선수 박시헌의 응원 문자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에 그는 “그날 아침에 시헌 선생님이 제게 문자를 주셨었다. ‘대한민국 최고 배우 진선규가 링에 올라가는데 떨면 어떡하냐, 씩씩하게 하고 오세요’라는 문자를 보내주셨었는데, 힘들어서 운게 아니라 그 말에 감동을 받아서 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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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느 조직의 구성원에 있든 간에 제가 첫 번째가 되는 걸 너무 못하고, 무서워했다. 좋은 구성원이 되는 게 늘 편했고, 함께 힘을 이끌어가주는 역할이고 싶었다”라며 “제가 큰 리더가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는가,라는 걸 이번에 느꼈다. 다만 만약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되어야 한다면, 이런 부담감에 익숙해지고 부족함을 채워가야 하지 않겠나. 극복해야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스스로가 (리더십을) 얼른 습득했으면 한다”라고 소망을 내비쳤다.
진선규는 “어찌 보면 조력자, 어떤 부품의 기어가 아닌, 작품을 직접 흘러가게 하는 시곗바늘(주연)이 된 것이지 않나. 포스터나 홍보에 ‘배우 진선규’라는 이름이 나와 있으니까 조금 부담이 된다”라며 “과거 연극을 할 때에는 주인공을 종종 했었다. 그때 함께 하던 친구들과 했던 말이, ‘내가 잘하는 것보단 함께하는 친구들을 잘 할 수 있게 하면 내가 돋보일 수 있다’였다. 이게 영화에서도 똑같이 통하더라. ‘카운트’를 직접 보면서도 제가 많이 부족한 게 보이는데, 상대 배우가 너무 잘 해주셔서 영화가 잘 흘러가더라. 복싱부 팀원들도 그렇고, 함께 해준 배우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첫 주연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진선규는 ‘카운트'에서 부부 호흡을 맞췄던 오나라가 제작보고회를 통해 “잘 되어도 배가 안 아픈 배우”라고 언급한 것을 회상하며 “다른 분들도 배가 안 아픈지, 아픈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범죄도시’ 이후로 함께 작업을 했던 주연 배우분들이 다들 한목소리로 축하해 줬다. 자기 티켓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티켓도 사주면서 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아내이자 배우 박보경의 반응에 대해서는 “‘이제 익숙해져야 돼’라고 했다. 제가 계속 (아내에게) ‘이렇게 떨리고 부담스러운 걸 보니, 나는 (주연이 될) 깜냥이 아닌가 봐. 내가 뭘 나서서 결정하지 못하겠어’라고 하니깐, ‘그게 처음이어서 그렇다. 익숙해져서 나아가야지. 앞으로 더 크게 안 될 거야?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저도 ‘그건 그렇지’ 싶더라”라며 “(아내 외에도) 많은 문들이 문자로 응원을 해주고 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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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9년 차에 비로소 첫 주연을 맡게 되었지만, 정작 진선규는 “주연은 너무 이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범죄도시’ 이후로 저는 너무도 큰 변화를 맞이 했다. 제가 더 커진 것이 아니니 성장한 것도 아니다. (지금 위치에) 너무 급하게 올라온 것 같고, 주연을 맡게 된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주연에 부담은 되었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은 확실히 있었다. ‘시헌’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진선규 같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라며 “단역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은 있지 않나. 내가 깜냥이 될 것 같지 않더라도 너무 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사실, 제안을 받았을때 ‘이 역할이 정말 나한테 왔다고?’라며 몇 번이고 되물어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배우’ 진선규는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을까. 진선규는 “‘카운트’를 보고 누군가는 ‘진선규 주인공 감이네’, 혹은 ‘진선규는 역시 조연이 낫네’라고 생각이 나뉠 것 같다. 그리고 생각이 나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앞으로 배우로서 주인공만을 꼭 해야지, 라는 목표는 없고, 애초에 저의 목표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운트’로 인해 주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들, 제가 주연만 맡을 것은 절대 아니다. 좋은 작품 속에 조연이든, 카메오든, 단역이든, 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 갈 것이다. 저는 단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으로 있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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