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30~40분 정도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 (반려견과) 주고받는 기쁨이 커서 즐기고 있다.”
유연석은 17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늘은 (반려견) 리타를 훈련학교에 맡겨놓고 왔다. 인터뷰를 마치면 찾으러 갈 예정”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새 한국영화 ‘멍뭉이’에 출연하게 되면서, 실제 반려인으로서, 오랜 시간 개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녹여냈다.
어릴 때부터 반려견과 함께 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는 유연석은 “제 성격이 온순한 편인데 강아지들에게 영향을 받은 거 같다. 반려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남자와 강아지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멍뭉이’(감독 김주환,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세븐오식스, 배급 키다리스튜디오)는 민수의 집과 사무실 신을 제외하면 대부분 광활한 길에서 펼쳐지는 로드 무비다.

결혼을 앞둔 민수가 어떤 이유 탓에 반려견 루니의 새 집사를 찾아주기 위해 수소문하고, 사촌 형 진국(차태현 분)과 함께 먼 여정을 떠난다. 제목처럼 귀여운 영화 ‘멍뭉이’가 결국 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함께 하는 게 가족이라는 점이다.
민수를 연기한 유연석은 이날 “주인공 루니가 힘들지 않게,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촬영에 임했다”고 강아지와 촬영을 마친 후기를 전했다. 이어 “강아지가 안 나와도 되는 장면에서는 강아지 인형에 대고 연기했다.(웃음) 강아지가 나오는 신에서는 루니와 함께 촬영을 했다”며 “루니의 성품이 온순하고 차분한 편이라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저와 많은 교감을 나누며 호흡을 펼쳤다. 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표현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고 루니 역을 맡은 강아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루니’는 김주환 감독이 실제 키웠던 강아지의 본명이라고 한다.
이날 유연석은 “촬영 2주 전부터 루니가 있는 공간으로 가서 놀면서 훈련을 같이 받기도 했다. 대사 중 ‘고소함’ ‘구수함’에 따라 오른손과 왼손을 각각 내밀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같이 연습한 거다. 제가 촬영을 쉴 때 그에게 밥과 간식을 챙겨주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유대가 쌓였다”고 루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연석은 자신의 출연료를 삭감하고 ‘멍뭉이’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다른 욕심을 덜어내고 진심으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저는 (출연료보다)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막상 대본을 읽고 나니까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와 진심이 확 와 닿았다. 감독님을 직접 만나 이 시나리오를 쓴 이유와 숨겨진 사연을 듣게 됐다. 만남을 갖고 나서 그의 진심을 더 느끼게 되니, 제가 출연을 거절하면 안 될 거 같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려인이었던 유연석은 독립 후 키우지 못 했지만, 지난 2021년쯤 유기견 리타를 입양했다고 한다. 현재 아이는 5~6살 정도 됐다고.

유연석은 대형견 및 믹스견의 입양률이 낮은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우리나라는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큰 강아지에 대한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대형견과) 같이 지내는 걸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힘든 건 없다. 목욕을 시키는 게 조금 벅차지만 그 이외 특별히 힘든 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연석은 ‘멍뭉이’의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관해 이야기 하며 폭풍 눈물을 흘렸던 바. 이에 그는 “제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려서 창피했다.(웃음) 근데 시사회에서 보고 나니 그간 제 영화와 달리 마음에 더 와 닿았다. 영화를 촬영했을 때의 마음이 생각났고 옛날에 키웠던 강아지들 생각이 나서 감정이 복받쳤다”고 운 이유를 설명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민수는 불안하지만 연약하지 않고, 주변에 도사리는 위험을 지우진 않지만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준다. 유연석의 내면에서 온 강인함으로 든든한 파워를 만든 것.

“민수는 (루니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 애틋함 등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다. 차태현 형과 대화하는 신에서 어린 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루니의 빈 자리를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루니가 머물렀던 자리와 그의 털뭉치를 보며 온전히 느껴보려고 했는데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유연석이 지난 2008년 방송된 드라마 ‘종합병원2’ 이후 15년 만에 차태현과 재회해 선보인 영화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혹독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애틋한 위로가 된다.
선배 차태현에 대해 유연석은 “현장에서 태현이 형의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저희가 형제 케미로 나오는데 원래 알고 지낸 관계가 있으니 브로맨스는 걱정이 없겠다 싶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역시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애드리브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많지는 않았지만 콘티와 다르게 연출된 순간은 있었다”고 답하며 “차 안에서 싸우는 장면은 대사를 정확하게 써놓고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의 돋보이는 생활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으로 2012년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전국 노래자랑’(2013) ‘제보자’(2013), ‘상의원’(2014), ‘뷰티 인사이드’(2015), ‘해어화’(2016), ‘강철비2: 정상회담’(2020), ‘새해전야’(2021) ‘배니싱: 미제사건’(2022) 등의 영화와 ‘응답하라 1994’(2013), ‘낭만닥터 김사부’(2016), ‘미스터 션샤인’(2018), ‘슬의생’(2020~2021), ‘수리남’(2022), ‘사랑의 이해’(2023) 등의 드라마까지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작품과 배역에 도전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데뷔할 때부터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가 인상이 강렬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이미지의 악역, 착한 역할, 지질한 역할, 짝사랑 하는 역할 등을 하며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앞으로 나른하거나, 퇴폐적이나, 흐트러져있는 모습에 도전하고 싶다. 특히 퇴폐미를 보여주기를 원한다.(웃음)”
유연석은 장르와 캐릭터를 뛰어넘어서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제 필모그래피가 하나씩 쌓이고 있다. (작품 설명) 밑에 보면 시청률과 관객수가 성적표처럼 적혀 있는데 ‘멍뭉이’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다. 보신 분들에게 생각의 변화가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단 한 명이라도 유기견에 대해 생각해 보시고 단 한 마리라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가 작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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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키다리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