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이성민, 김무열까지 '대외비' 에서 세 배우들의 연기 파티가 펼쳐진다.
20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대외비'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이원태 감독 등이 참석했다.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트윈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 분)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분),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 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 '악인전'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던 이원태 감독의 신작으로, '악인전', '범죄도시', '택시운전사' 등 웰메이드 작품을 진행한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원태 감독의 리드미컬한 연출부터 '미씽: 사라진 여자', '완벽한 타인'의 김성안 촬영감독, '택시운전사',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의 이승빈 조명감독, '꾼', '강철비', '협상'의 양홍삼 미술감독까지 최고의 필름메이커들이 완성도를 높였다.
조진웅은 극 중 밑바닥 정치 인생을 끝내고 싶은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을 맡아 금뱃지를 달기 위해 점차 변해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성민은 정치판을 뒤흔드는 숨겨진 권력 실세 순태로 분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정치 깡패로 도약을 꿈꾸는 행동파 조폭 필도를 맡은 김무열은 야망을 위해 내달리는 캐릭터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구현해낸 수준 높은 프로덕션을 자랑한다. 제작진은 강원도부터 충청도, 남해안까지 18,000km를 넘게 달리며 90년대 부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장소를 찾아내 영화에 담아냈다. 각 공간마다 조명과 디자인을 인물의 특색에 맞게 달리 구성해 극이 전개됨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세밀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여기에 90년대 믹스 커피 봉지부터 해웅의 수첩, 순태의 오래된 만년필까지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시대상을 반영해 빈틈없는 리얼리티를 완성시켰다.




이원태 감독은 "이 작품을 하면서 좀 더 직접적으로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보자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으로 같이 이야기하는 정반합으로 끌고 가는 숨은 권력자와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자를 쥐고 있는 세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더 직접적으로 원색적으로 권력의 속성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게 딴 영화와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며 '대외비'만의 매력을 언급했다.
조진웅은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떨려서가 아니라 이성민 선배님 주연작 '형사록'을 건드렸다가 새벽까지 봤다. 이성민 선배님과 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이성민은 "그렇게 많이 떠는 편이 아닌데 오늘 많이 떨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에서 이성민과 라이벌 구도를 비롯해 쫀쫀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조진웅은 "게임이 안 되는 게임인데 '왜 계속 시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쯤 '전 여기서 '기브 업'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감독님?' 물어보기도 했다"며 "권력이라고 하는 게, 이 인간이 품고 있는 한낱 야망, 한낱의 욕심, 그것 때문에 영혼도 팔고, 그렇게 해서 붙어 먹는 인간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저렇게 됐을 때 큰 그늘인 순태 안에 들어가는 게 좀 따사롭지 않을까 싶었다"며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우리 인간이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권력과 힘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제시된다"며 "솔직히 이성민 선배님한테 대들 때마다 무서웠다. '어떻게 죽임을 당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긴장감도 표현했어야 했는데, 감독님께서 현명하게 코칭을 하고, 판을 잘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민 역시 "진웅 씨에 대한 내 입장을 말씀드리면, 진웅 군하고 같이 연기하는 건 나도 엄청 후달린다. 그거 티 안내려고 나도 많이 힘들었다"며 웃었다.

이성민과 조진웅은 고수들의 권법 같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는데, 이성민은 "평소 리허설 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그럼 슛 들어갔을 때 감정이 휘발되거나 산화되는 등 흐려지는 게 있다. 정작 슛이 들어가면 서로 주고받는 눈빛, 서로주는 기운 이런 것에 따라서 내가 변하는 걸 느낀다. 나도 변화되는 게 있다"며 "진웅 씨와 연기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는 그런 지점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늘 진웅 씨와 작업하고 싶어한다. 두 번째는 정확하다. 난 늘 연기 이야기를 할 때 앙상블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지점에 있어서 들어올 때와 빠져줄 때를 안다. 내가 힘들어할 때 한 발 빠져주는 걸 볼 때 존경하고 존중하는 배우다. 늘 작업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진웅은 "요런 게 호흡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작업을 하는 과정이나 연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어려운 과정임에도 한 발 내딛었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할 때 그 느낌은 굉장히 신명난다. 같이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극찬했다.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교해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 이성민은 "'대외비'의 처음 예고편이 공개되고, 제작보고회 때도 이 질문이 나왔다. '재벌집 막내아들' 캐릭터를 얘기하시더라"며 "그 얘기를 듣고 '어? 다른데 비슷한가?' 걱정했다. 근데 오늘 영화를 유심히 봤는데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안심했다.
이어 "촬영 순서로 보면 이 영화가 먼저 촬영했었고, 그 후에 했던 '재벌집' 드라마 캐릭터는 이 캐릭터를 겪으면서 쌓여온 나만의 어떤 것이 추가돼서 그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며 "다행히 영화를 보신 분이 다르게 봐주셨다니까 감사하고, 개봉 후 관객들도 그러길 기대한다. 한 번 극장에 와서 확인해주시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무열은 체중을 증량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부산 사투리를 쓰면서 정치 깡패 필두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선배 조진웅은 "김무열이 제2의 외국어 같은 부산 사투리를 열심히 했고, 부산 사람인 줄 알았다. 참 고생을 많이 해서 '수고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정말 좋더라”고 칭찬했다.
김무열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평생 경기권에서 자랐다. 이런 말투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버릇을 고치는 게 쉽지 않았다. 조진웅 선배님 말처럼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았다. 이해도 되지 않았고 막막했다"며 "선배님들과 사투리 연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대견하다. 두 선배님들과 비교했을 때 내 연기가 얕고 저렴해서 감히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다. 조진웅 선배님께서 연기를 하기 전에 사투리가 막히거나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면 옆에서 그걸 읽어주셨다. 그렇게 도움을 많이 주셨고,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이원태 감독은 "세 분의 연기를 큰 화면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배우란 이런 것이다'를 느끼실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참 좋은 연기를 보시지 않을까 싶다"며 극장에서 감상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외비'는 오는 3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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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