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블러드 위한 것 맞나?" 얼라인파트너스∙SM, 진정성 흐리는 ‘말바꾸기’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2.23 15: 09

"진정으로 핑크 블러드(SM 팬들을 일컫는 용어)를 위한 건지 의심스럽다"
SM 인수전의 향방이 가요계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입장을 두고 일각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SM 경영진은 최근 다수의 영상을 통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전 총괄)의 색을 빼고 기존 IP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골자의 ‘SM 3.0’ 전략을 발표하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성수 대표를 비롯한 SM 경영진과 이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앞장서 온 얼라인 측까지 미디어 전면에 나서 하이브의 SM 인수를 저지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측이 SM 지분 거래 과정, 이수만 전 총괄의 로열티 등 핵심 사안에 대해 1년 전만 해도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한 것이 그 이유. 

구체적으로 얼라인 측의 태도 변화를 살펴보면, 얼라인 측은 2022년 3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카카오엔터에 이러한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포함하는 형태의 거래 구조를 선택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카카오는 국민 기업으로써 계열기업 일반주주들의 주주가치에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2022.3.16 얼라인파트너스 보도자료)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1년여 후 (SM-카카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관련 질문에)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전략적인 목적으로 할 수 있다", "(주주가치를) 희석한 부분은 회사에서 대안을 내놓아야지 2월 15일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2023.2.14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발언)라고 바뀌었다.
대주주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과거 얼라인 측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라이크기획 문제 등 대주주와 관련되어 에스엠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거버넌스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해소", "전략적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형태의 대주주 지분 M&A에 대해서 긍정적"(2022.3.16 얼라인 파트너스 보도자료)이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1년여 만에 (하이브의 대주주 지분 인수에 대해) "블라인드 보시면 된다. 85%가 반대했다. 이렇게 반대하는 것은 적대적 인수다"(2023.2.14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발언)라고 달라진 의견을 표했다.
대표적으로 지적받는 부분은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관련 입장의 변화. 지난해 3월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 지분 인수설에 대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의 거래는 SM 주주의 주당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그러나 올해는 카카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옹호하며 유증을 통해 손잡은 카카오-SM에 대해 ‘이상적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했다. 희석된 주주가치에 대한 질문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SM 주주 가치에 대한 해석을 사안에 따라 달리 한다고 해석할 여지를 보인 것이다.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보유 지분에 대한 태도 역시 달라졌다. 지난해 얼라인 측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이수만 전 총괄 이슈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주주 지분의 M&A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렇게 행동주의 펀드로서 지지받았던 얼라인 측은 1년 뒤 하이브의 대주주 지분 인수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맹공했다.
동일한 거래에 대해 ‘하이브라서 안된다’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얼라인의 태도 변화라는 평.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라기보다는 경영권 펀드의 움직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수만 전 총괄을 적극적으로 보필해 온 SM 이성수 대표 역시 지난해 이수만 전 총괄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에서 프로듀싱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는 비용에 대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성공을 이 전 총괄의 공으로 돌리며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반면 최근 성명 영상에서는 ‘사유화’, ‘이수만 월드’라는 단어로 이 전 총괄을 저격하며 태도를 바꿨다.
이성수 대표는 과거 이수만 전 총괄의 프로듀싱 로열티 (매출의 6%)에 대해 "SM의 근본이고 이를 수행하는 게 이 총괄 프로듀서", "S.E.S, H.O.T., 에스파 등 모두 90%는 다 성공하지 않았나, 전세계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러한 프로듀서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프로듀서를 우리가 계약했고, 이 사람(이수만)을 잡는 것, 우리의 매출 6% 지급하는 것에 따라 우리는 더 큰 파이를 만들어내고"(2022.2.28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 이성수 대표 발언)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업계에서는 SM과 얼라인이 1년만에 급격하게 말을 바꾼 배경으로 SM 지분을 둘러싼 자본 논리를 꼽는다. 서로를 겨눈 1년 전과 달리, 이제는 합심해 하이브에 제동을 걸고 이수만 전 총괄을 적폐로 규정해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얼라인 측은 지배구조 개선, 합리적 배당정책수립 등을 제시해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팬들의 호응을 받았던 얼라인은 하지만 말바꾸기과 일관성이 부족한 이중적 입장으로 지지를 보내던 핑크 블러드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한편 하이브는 22일 이수만 창업자 겸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14.8% 지분 인수를 완료해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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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브,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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