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데뷔 후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접속’으로 1997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던 스타 배우다. 긴 휴식기 없이 다양한 얼굴로 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의 주관이 담긴 작품을 쏟아냈다. 그래서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상영회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보고 싶은 작품이 많다.
또한 60회 칸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후배 배우들에게 ‘닮고 싶은 배우 1순위’로 꼽혔다. 남배우들 역시 같이 연기하고 싶은 상대배우로 지목했을 정도. 동료들과 대중 앞에 존재감을 확실히 내보인 전도연은 로맨스, 사극,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기량을 연마해왔다.
드라마 ‘별을 쏘다’(2002)에서 독특한 말투로 유행어를 양산하며 잊기 어려운 잔상을 남겼고, 영화 ‘해피엔드’(1999)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너는 내 운명’(2005 ) ‘하녀’(2010) ‘무뢰한’(2015)을 넘나들며 마치 오랜 시간동안 그 이야기 안에서 살아왔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의 대박을 터뜨리진 못했기에 아쉬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전도연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지난해 6월 열린 영화 ‘비상선언’의 제작보고회에서 “이 배우들 중에서 제가 가장 흥행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첫 방송부터 반향을 얻어 회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는 상승세를 기록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흥행이 반가운 것이다.
자식 교육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잘 되는 건 당연지사. 그만큼 인물과 스토리에 공감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앞서 ‘SKY 캐슬’이 몸소 증명한 바. 현실성 높은 소재를 바탕으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대본이 좋았던 게 ‘일타 스캔들’이 보여준 가장 큰 흥행 비결이지만 그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전도연의 연기력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저절로 생기게 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 배우를 믿고 드라마를 본방송으로 시청한 이유일 게다.


전도연이 맡은 남행선은 조카 남해이(노윤서 분)를 친딸처럼 헌신적으로 키우며, ‘일타 선생’ 최치열(정경호 분)과 조금씩 마음을 나누는 캐릭터다. 안타까운 현실에 살지만 그 속에서 경쾌한 말씨와 몸짓을 보인 행선처럼, 전도연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무게감 있던 그간의 인물들과 달리 색다른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그녀의 외모나 지금까지 연기해 온 이력에 비출 때 남행선이라는 캐릭터와 전도연이 꽤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회차가 흘러갈수록 행선이 조금씩 더 선명해지면서 자연스레 매료된 것이다.
종영을 앞두고 남행선과 최치열의 관계성이 더 명확해졌기에 해피엔딩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여유롭게 조율하며 자신의 저력을 너끈히 증명한 전도연. 세심한 연기로 마음의 온도를 끌어올렸기에 그녀 역시 ‘일타 스캔들’을 향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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