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이 ‘남이 될 수 있을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배우로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는 ENA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의 배우 이재원과 OSEN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23일 종영한 ENA, 지니TV오리지널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이혼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인생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날 이재원은 종영 소감에 대해 “12부작으로 기존에 했던 작품보다 좀 짧았다 보니 금방 끝나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라며 “1월 초에 촬영이 끝났는데, 촬영하면서도 배우들끼리 현장에서 너무 편하게, 재미있게 찍었다”라고 전했다.
극중 이재원은 법률사무소 두황 소속 변호사이자 시골 마을의 종갓집에서 5대 독자로 나고 자라 뼛속까지 보수적인 자칭 상남자 ‘권시욱’ 역을 맡아 분했다. 이재원은 “제작사 대표님과 함께 한 전 작품이 꽤 았었다. 연이 닿아 대표님이 먼저 작품을 제안해 주셨고,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서 역할이 확정되었다”라고 합류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시욱’과의 싱크로율에 대해 “제가 살면서 자연스럽게 봐왔던 모습들을 갖고 있는 캐릭터”라며 “살아가면서 봐왔던 보수적인 모습들도 있고, 저 역시 성인이 되고 살아가며 조금씩 열린 부분이 있다. 시욱이라는 캐릭터가 변해가는 과정을 저 역시 어느 정도 경험을 했었어서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재원의 ‘이혼 전문 변호사’ 연기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도 이혼 소송 담당 변호사 역을 맡아 분하기도 했다. ‘남될까’ 촬영과의 차이점에 대해 “‘우결까’에서는 법적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장면이 더 많았다. 당시 유책배우자, 소송, 집증 등 기본적인 변호사들의 지식을 이미 습득해서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될까’에서는 시욱이 사건에 개입되는 부분보다는, ‘강비취’(조은지 분)와의 연애 스토리 비중이 더 컸어서 추가적인 준비를 하진 않았던 것 같다”라면서도 “다만 3회에 노출신이 있다. 시욱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남자답고, 남성미가 있는 캐릭터라 평소보다 운동을 조금 더 했었다. 그런데 기대한 것만큼 잘 나오진 않았던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출을 맡은 김양희 PD와의 호흡에 대해 “이전에 ‘명불허전’이라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었다. 배우가 캐릭터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믿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저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도 편하게 작업했다”라며 “잘 풀어주시는 스타일인 것 같으면서도, 극의 큰 맥은 잘 짚어주신다. 이걸 최근 방송 분을 보면서 느꼈다. 언제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PD님이 제가 ‘시욱’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고 판단해 주신 건지, 애드립 장면도 많이 넣어주셨다”라며 “예를 들어 시욱이 비취의 사무실로 향하는데, 그 동선에 예슬이가 등을 보이고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저도 모르게 그 뒤를 보니 ‘예슬이라면 쇼핑을 하고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슬이 쇼핑 다 했어?’하고 지나갔는데, 그 장면에 방송에 그대로 나왔더라. 생각치도 않게 나온 애드립인데, 의외로 사무실 분위기와 현장감이 잘 보인 장면이라 괜찮았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극중 상반된 성격으로 앙숙 케미 커플을 선보인 배우 조은지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개인적으로 비취라는 캐릭터가 매력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은지 누나가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잘 살려준 것 같다”라며 “어떻게 보면 세 보일수도 있고, 자기주장이 강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은지 누나가 그 역할을 소화하면서 강인함 안에 숨겨진 여린 모습을 한층 더 살려준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더불어 촬영장 내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강소라와는 이전 ‘닥터 이방인’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었다. 그때 보다 많이 성숙해진 느낌을 받았다”라며 “워낙 원래부터 좋아했던 배우지만, 이번 작품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소라에게 이입이 될 수 있게 끔 감정 표현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하게 잘 표현해준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승조 형에게는 촬영하면서도, 방송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라며 “원래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배우다. 대본을 보면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구를 많이 해오시는데, 촬영을 할 때도 최대한 장면을 꽉 채우려고 노력을 하신다. 이후 방송을 통해서 보니 전체적인 맥락이 보이게 너무 연기를 잘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성장을 그리며 3040세대들의 현실 로맨스를 다뤘다는 호평을 받은 ‘남될까’는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다만 호평과는 달리 화제성에 있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이재원은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많이 봐주시면 많은 반응도 얻을 수 있고, 작품의 결과를 즐거운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어 좋지 않나”라면서도 “당초 감독님과 작가님 등과 함께 기획했던 의도나 제작 방향 같은 것들이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라고 평했다. 이어 “보신 분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보신 분들은 재밌어하시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이 있다고 하셨다. 또 요즘엔 플랫폼 다시 보기로도 시청할 수 있으니, 지금은 많은 반응이 없더라도 추후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아 많이 아쉽지는 않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사실 육아를 하게 되는 시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부에게는 힘든 시기일 수 있다. 신혼 생활을 즐길 때보다는 책임감이 더해지기 때문”이라며 주변인들의 반응에 대해 “주변 제 또래 친구들 중에도 결혼을 하고 육아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공감도 많이 해주시고, 비슷한 갈등을 갖고 있는 부부의 케이스도 많이 나오다보니 연락도 많이 받았다. 갔다가 돌아온 친구들도 많이 봤다고들 하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디테일 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면밀히 살폈다고. 그는 “원래 시청자들의 반응을 아예 안보는 편은 아니다. 촬영 후 반응을 보면서 제작진과 배우들이 재밌게 생각했던 부분을 똑같이 재밌어 해주시는게 보람이 있더라. 콘텐츠 존재의 가치가 그런 것이지 않나”라며 “‘시욱이 멋있다’, ‘시욱이 결혼해야지’라는 반응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저도 그런 남자가 있으면 결혼 할 것 같다. 물론’시욱이 맴찢이다’ 같은 반응이 가장 짜릿하고 좋았다. 시욱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가며 공감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혼 부부의 법정 다툼을 그리는 작품이다 보니, 각종 부부들의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극중 기억에 남는 사건에 대해 “아무래도 5~6회에 나왔던 사건이 시욱이 비취와 함께 맡았다 보니 심도있게 생각해봤던 것 같다”라며 “아직도 남자가 전업주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괘 많으시고, 육아와 자신의 커리어 희생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 사건을 보면서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일과 결혼, 육아를 함께 하면서 생길 수 있는 고민이 굉장히 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대립을 하기 보단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까지 가게 되는 큰 이유중 하나가 서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찾으려는 큰 노력없이 바로 다툼으로 가게 되서인 것 같다. 정말 부부사이에서는 대화가 중요하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지난 2008년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으로 데뷔한 뒤 브라운관과 스크린간을 오가며 ‘종횡무진’해왔던 이재원은 데뷔일수로 14년, 햇수로는 15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한 작품이 끝나고 타이밍이 좋아서 다른 작품 촬영으로 이어지면 좋은데, 의도치 않게 쉬는 기간이 있을때가 가장 힘들었다”라며 “하지만 작품만 제 눈 앞에 있으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목표가 생기기 때문에 연기 자체는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또 요즘엔 운이 좋게도 꾸준히 찾아주셔서 감사히 일을 하고 있다”라고 돌아봤다.
이재원만의 작품 선택 '키 포인트’는 무엇일까. “너무 제 욕심만 생각해서 도전적인 것은 하지 않는다. 제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고른다”라며 “‘남될까’도 그렇고, 어려움과 편안함 사이에 있는 캐릭터와 작품을 할 때 몰입이 잘 되는 것 같다. 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면 작품할 때 한층 더 즐겁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욕심나는 장르나 배역은 불가능하다. 어떤 느낌이 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건 있지만, 그게 사실 정말 불가능하다. 제가 캐릭터를 쓰는게 아니고, 작가님이 캐릭터를 만들어주시는 것이지 않나. 배우가 단정 짓고 ‘이런 캐릭터를 하고 싶어’라는 작품 보다는, ‘이런 캐릭터 하기 싫은데’라는 경우를 만날 확률이 거의 99프로다”라며 “세상에 완전 없는 캐릭터보다는, 공감하기 쉬운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다. 작품이란 시청자들과 함께 즐겨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큰 보람이 있는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과거 이재원은 10년 전에 모 매체 인터뷰를 통해 ‘고등어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끊임없이 소환되는 해당 발언에 대해 “고등어가 친근한 반찬인데 먹을 때마다 맛있지 않나. 친근하면서도 믿고 보는(먹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미었는데, 의도치 않게 ‘고등어’라는 단어가 굉장히 쎈 의미로 다가갔나 보다”라고 웃으며 “현재 고등어의 길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ENFP’라며 자신의 Mbti를 설명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차기작으로) 논의하는 작품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현재는 ‘남달까’를 봐주신 분들과 함께 반응을 공유하며 즐기고 있다”라며 “원래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다. (일단) 눈 앞에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고, 열심히 재밌게 찍고, 잘 즐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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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럼에이앤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