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섭이 산왕의 존프레스를 뚫듯이 오픈런의 벽을 뚫어본 경험이 생기자 다음은 “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됐다. “두 번은 못하겠다”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번엔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용솟음 쳤다. 그렇게 일주일 뒤, 두 번째 오픈런이 시작됐다.
1월 27일 첫 번째 오픈런에서 얻은 것은 뒤로 하고 여전히 ‘최애’ 유니폼에 대한 갈증은 남았다. 그래서 또(!) 오픈런에 도전하기로 했다. 요일은 ‘금요일’로 같았고, 오픈런을 좀 더 앞당기기로 했다. 1차 오픈런 때 새벽 3시 반에 현장에 도착했다면, 이번엔 아예 전날 가서 대기를 하자는 마음이었다. “지하철 역사가 자정에 문을 닫으니, 그 전에 가서 줄을 서고, 야외로 나가 대기하다 다시 들어오면 되겠다”는 나름의 계획까지 짰으니 내 자신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
그렇게 2월 3일 금요일 오픈런을 목표로, 2월 2일 목요일 저녁 10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대기줄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어림잡아 20명 정도가 보였다. “나이스!” 내 생각이 맞았고, 30명 안에 순번이 들면 ‘최애’ 유니폼은 무리없이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아뿔사. 내가 서있는 줄 앞을 보니 또 한 무리의 줄이 있었다. 다른 팝업 스토어 줄인 것으로 혼자 착각한 것이었다. 그 무리까지 합치니 내 순번은 일주일 전이었던 1차 오픈런 때의 번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30번 안에 못 서면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지라고 했었던 마음은 “그래도 왔으니 대기하자”는 마음으로 바뀌어 그대로 눌러 앉게 됐다.
자정이 되자 역무원의 안내가 있었고, 팝업 스토어를 기다리는 이들은 순서에 따라 지하철 역 밖으로 나가 다시 대기줄을 형성했다. 이번 오픈런에는 핫팩을 두둑하게 챙겨와서 따뜻하긴 했지만, 매서운 추위는 그 사이를 파고 들어왔다. 아예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고, 테이블을 펴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대기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새벽 3시쯤이 되자 헐레벌떡 와서 줄을 서는 이들도 보였고, 지하철 역이 문을 열기 전에 이미 100명 넘게 줄이 형성됐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성별과 나이대였다. ‘슬램덩크’가 3040 아재들의 추억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1020 세대들도 눈에 띄었고, 여성 팬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 그 잠깐 사이에도 커뮤니티가 형성돼 ‘한국인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
1차 오픈런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4시 30분께 지하철 역사가 오픈되어 안으로 들어가 다시 줄을 섰고, 오전 8시쯤에는 QR코드를 찍고 온라인 줄로 대신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나보다 앞서 줄을 섰던 이들이 다시 대기줄을 만든다는 점이었다. 즉, 2월 3일 금요일 1번이 2월 4일 토요일 1번이 되는 셈이었다. 이러다보니 인기 캐릭터 굿즈는 이들이 ‘독점’하는 시스템이 됐고, 중고 장터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이들이 정하는 대로 결정됐다. (이후 유니폼 온라인 예약 판매가 결정되고 시세가 조금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2~3배 이상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차 오픈런에서도 1차 오픈런과 비슷한 양의 전리품을 안고 돌아왔다. 이제는 정말로 “더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굳어졌고, 타 팝업 스토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체계가 아쉽게 남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여운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 한켠에 들었고, 일부 굿즈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아쉬움은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가 마무리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주최 측은 인기 품목이었던 유니폼 키체인과 유니폼의 온라인 판매를 예고했고, 최근까지 3차에 걸쳐 키체인 예약을 받았다. 하지만 ‘예약 판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기 캐릭터가 조기에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져 ‘예약 판매’가 맞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4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오는 4월 5일에는 IMAX 개봉을 앞두고 있고, 이제는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1위 ‘너의 이름은’(379만 명)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