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좋아하세요?"[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2.25 18: 42

복수를 주요 소재로 다룬 '복수극'은 어디서나 흔히 접할수 있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그 배경에는 '복수'라는 자극적 요소에 열광하는 시청층의 소비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다. '권선징악'에 기초해 악인을 처단하는 스토리는 보는이들로 하여금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
그간 수많은 드라마, 영화가 복수극을 표방해 왔다. 대개 주인공이 갖은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원수와도 같은 악인을 처단하는 내용이 흔히 등장하는 전개. 특히 국내 드라마에서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일일극, 주말극에서 단골 소재로 쓰여왔다. 단순해 보여도 그 내부에 담긴 캐릭터간의 구체적인 서사와 관계성, 부수적인 소재들이 더해져 꾸준히 흥행작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도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친구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을 담은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풍선'이 종편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바. 더군다나 '빨간풍선'의 경우 일반적인 막장드라마처럼 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닌, 불륜을 저질러 응징을 받는 대상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안기고 있다.

더불어 내달 31일에는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재판으로 복수하는 조선시대 변호사 '외지부'의 이야기를 담은 MBC 금토드라마 '조선변호사'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으며,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을 사는 여성이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멋대로 조작한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 tvN '판도라 : 조작된 낙원'도 내달 11일 첫 방송된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단순한 '사적 복수' 속에 현실 사회에 만연한 범죄의 온상을 녹여낸 복수극의 흥행이 눈에 띈다. 가장 최근 사례로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가 대표적이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극중 문동은(송혜교 분)은 건축가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시절 가난하다는 이유로 잔인한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해 자퇴에 이른다. 이후 교사가 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가해자와 방관자를 향한 복수를 꿈꾼다. 이는 얼핏 보면 문동은이라는 캐릭터의 개인적 원한에 대한 복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폭력'이라는 요소가 가져다준 사회적 파장은 적지 않다.
더군다나 근 몇년간 스포츠계를 필두로 연예계에서도 학폭 피해를 폭로하는 물결이 일었던 만큼, '더 글로리'의 흥행은 학교폭력의 실태와 심각성을 일깨우며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태국에서는 '학폭 고발' 운동이 이어지기도. 멀지 않은 곳에서도 실제 사례를 찾아볼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과 가까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욱 대중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셈이다.
시즌2 방영을 시작한 SBS '모범택시'의 경우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이들을 응징하는 과정을 담아내 더욱 몰입감을 유발하고 있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극중 김도기를 비롯한 '무지개 다크히어로즈'는 법망을 피해간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응징하며 피해자들의 마음 속 응어리들을 완전히 해소시켜주고 있다. 특히 시즌1에서는 신안 염전 노예사건, 학교폭력, 불법촬영, 김명철 실종사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등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현재 방영중인 시즌2 역시 시작부터 N번방 사건과 파타야 살인사건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사건들이 찝찝한 결말을 맞았던 현실과는 달리 '모범택시'는 불법 공유방 운영진들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날 위기에 처하자 교도소에 위장 잠입해 이들에게 탈옥이라는 추가 혐의를 씌우며 '참교육'을 선사하는 등 가해자들에 대한 시원한 응징으로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이단PD는 제작발표회 당시 "'내 이야기,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잇는 이야기구나'라고 공감해야 통쾌한 감정을 느낄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즌2에서는 실생활에 조금 더 가까운 주제들을 가지고 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복수극을 두고 '사적 제재의 미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가해자들의 처벌이 합당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또 현실에서는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가상 세계 속 '복수'에 더욱 뜨겁게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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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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