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판결이 계속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파기한 가운데, 여배우들의 공개 임신중단(낙태) 고백이 시선을 모은다. 이는 역사적 후퇴이고 수많은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끔찍한 결정이라고 생각한 이들의 외침이다.
힐튼 가문의 상속녀이자 한 때 할리우드 이슈메이커로 불린 패리스 힐튼은 최근 임신 중단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 화제다.
얼마 전 대리모 출산 소식을 알린 힐튼은 최근 매거진 글래머와 가진 인터뷰에서, 20대 초반에 낙태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이것은 오랜 시간 힐튼이 숨겨온 비밀이었다. 그는 "이것에 대해 너무 큰 수치심이 있었기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난 어렸을 때였고 그것(임신)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라고 고백했다.
힐튼은 왜 이 같은 고백을 한 것일까. 지난 해 '로 대(對) 웨이드' 재판(임신 중절 권리를 인정한 미국 최고 재판소의 판례)이 뒤집힌 사건 때문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를 느꼈다고 밝혔다. 힐튼은 자신이 임신했을 때 어린아이였다며 "나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주변에는 정치적인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은 여성의 몸이다..왜 그것에 근거한 법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것은 당신(나의) 몸이고, 당신의 선택이다. 그들이 당신이 생식 건강과 관련해 무엇을 할지에 대한 법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힐튼은 국회의원들이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려는 것은 "(끔찍하게) 놀라운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선택을 옹호한 것이다.
'로 대 웨이드' 재판는 1973년에 이뤄진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로 당시 연방 대법관들은 찬성 7 대 반대 2로 낙태의 권리가 미국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되므로 이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사건이다. 그러나 49년 후인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 판결에서 위의 판례를 번복, 낙태권에 대한 연방 차원의 헌법적 보호를 폐지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50여 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미국 여성 수백만 명이 낙태(임신중단)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는 미국 우파의 오랜 염원이었기에 낙태권을 둘러싼 정치 투쟁으로 해석 가능했고 미국 전역에 큰 논란을 가져왔다.

이보다 앞서 영화 '펄프픽션', '킬 빌' 등으로 유명한 배우 우마 서먼이 임신 중단을 고백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은 유명하다.
2021년 미국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비판하기 위해 서먼은 스스로 '가장 어두운 비밀'이라며 10대 후반에 매우 나이가 많은 남성과 만나 임신한 뒤 낙태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현재 세 아이의 엄마.
서먼은 "당시 가족과 상의 끝에 아이에게 안정된 가정을 제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라며 마음이 무너졌지만 가족과 함께 낙태 수술이 옳은 선택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법(낙태 금지법)은 경제적으로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적인 도구이며, 실제로 종종 그들의 파트너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도구가 된다"라며 "부잣집 여성과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위험에 거의 직면하지 않는다"라고 혜택 받지 못하고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먼은 "내가 안정된 집을 제공할 수 없다고 느꼈던 어린 나이에 내린 결정(낙태)이, 내가 준비가 되고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줬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먼은 "국가에 의해 우리 몸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에 격분한 모든 여성들에게, 그리고 자궁이 있기 때문에 상처받기 쉽고 수치심을 받게 되는 여러분 모두에게, 난 여러분에게 말한다. 용기를 가져라. 당신은 아름답다. 당신은 내 딸들을 생각나게 한다"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로 유명한 배우 밀라 요보비치 역시 2019년 과거 낙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미국 일부 주 낙태 금지 법안 채택에 이 같은 고백을 한 것. 앨라배마주, 켄터키, 오하이오, 조지아주 등이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던 바다.
요보비치는 SNS를 통해 "2년 전에 긴급히 낙태 수술을 했다"라고 털어놓으며 "낙태는 안전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 말고도 여성에겐 감정적으로 충분히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임신 4개월 차였는데, 동유럽에서 촬영하다가 심한 통증이 발생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요보비치는 낙태 경험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어떤 여자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여성이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워야 하고, 그 때문에 난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낸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새로운 법(낙태금지법) 때문에 나보다 훨씬 더 나쁜 조건에서 누군가 낙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라고 적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 출연한 영국 여배우 자밀라 자밀도 트위터를 통해 "어렸을 때 낙태를 했다"고 고백하며 "그건 지금까지 내가 했던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원치 않고 준비되지 않았던 내 아기에게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개인적 경험 고백을 하지 않더라도 낙태 금지법에 반대 의견을 표한 연예인들은 여럿이다. 가수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머라이어 캐리 등. 남성 스타로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반스가 낙태권 폐지 결정을 비판한 글을 잇달아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스타작가 스티븐 킹은 "19세기로 돌아간 연방대법원"이라고 꼬집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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