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이보영 "부모 복 없고 사연 많아…♥가족이 원동력"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2.27 13: 30

사연 많고, 부모 복 없는 이보영은 통하는 걸까. 2022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의 후속으로 편성돼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이보영은 연기와 스토리로 승부를 봤고, 이보영의 승부수는 통했다. ‘역시 이보영’이라는 말은 이제 당연할 정도로, ‘믿보배’ 이보영은 인생 드라마와 인생 캐릭터를 또 새로 썼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 연출 이창민)가 지난 25일 방송된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22년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 ‘재벌집 막내아들’ 후속으로 편성된 ‘대행사’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다.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였지만 ‘대행사’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며 뜨거운 인기와 작품성을 증명했다.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그 중심에는 이보영이 있었다. 대기업 광고대행사 VC기획에서 제작2팀을 이끄는 CD(Creative Director) 고아인 역을 맡아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독기 어린 연기로 ‘외강내강’의 ‘고아인’을 그려내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보영의 활약 속에 ‘대행사’는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다.
‘마인’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이보영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서 12월 31일에 끝났다. 진짜 재미있게 찍었다. 찍는 동안 배우들이 다같이 힘내서 재미있게 찍었다. 감독님과 중간에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즐겁게 찍으면 된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반응도 좋아서 진짜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 “시청률, 두 자리만 찍어주면 감사하다 싶었는데”
이보영은 ‘대행사’의 높은 시청률에 대해 “너무 많이 나왔다. 나는 한 7~8% 나오다가 10%로 끝났으면 했다. 두 자리만 찍어주면 감사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서 감독님과 ‘왜 이렇게 올라가지’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엔딩에 대해서는 “엔딩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인이라는 인물이 성장해서 치유 받고 이 모든 게 회복이 된 상태에서 끝난다. 더 약을 먹지 않고 술을 먹지 않는 상태로 끝난다. 그게 되게 좋았다”고 말했다.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 “고아인과 닮은점? 외모 정도”
‘대행사’를 통해 이보영의 지금껏 본 적 없는 독기 어린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부모 복 없고, 사연 많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이보영은 캐릭터 변주를 통해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보영은 고아인과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해 “고아인과 나와 공통점이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강박적으로 뭔가에 집착하며 살고 싶지 않다. 약한 데 겉으로 포장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찍으면서 고아인이 항상 안쓰러웠다.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게 싫었다. 적막한 외로움이 싫어서 나와 고아인의 공통점이 없었다. 외모가 닮았다는 부분이 공통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조직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찍으면서 이렇게 서로 지내야하나, 사내 정치가 이렇게까지 심한가 싶었다. 초반에 감독님, 작가님과 만났을 때 젠더 이슈로 번지지 않았으면 했다. 한 인간이 성장해나가는 느낌을 원했다. 남성 대 여성으로 안 보여졌으면 했다. 성장기로 생각하면서 봤는데 사내 정치가 심했다. 조직 생활에서 이렇게 내지르면 사회 생활이 안될 거 같았다. 대신 고아인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시길 바랐다. 못된 말을 하는데 맞는 말만 하는 건 속이 시원했다.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 회사 생활 참 힘들구나, 전쟁터 맞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특히 이보영은 고아인에 대해 “이렇게 센 캐릭터가 잘 있진 않다. 저도 재미있게 찍었던 거 같다. 내가 너무 착하게 생겨서 못되게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였는데 감독님께서는 모니터 보면 생각이 달라질거라고 하셨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찍었다. 안 해본 캐릭터이기도 하고, 오피스 드라마는 처음이라서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투닥대면서 찍은 것도 처음이다”고 떠올렸다.
고아인을 연기한 이보영을 본 남편이자 배우인 지성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보영은 “남편은 재밌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냉정해서 재미 없으면 안 보는 편인데, 가족들이 되게 재미있게 봐줬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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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둘맘’ 이보영, “가족은 내 원동력”
2002년 데뷔해 ‘애정만만세’, ‘적도의 남자’, ‘내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귓속말’, ‘마더’, ‘마인’에 ‘대행사’까지. 이보영은 출연하는 작품을 모두 흥행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보영은 자신의 ‘선구안’에 대해 “운이 좋은 거 같다. 우리는 대본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들어가게 된다. 끝까지 잘 써주시는 작가 분들을 만나는 것과 정말 잘 찍어주시는 감독님을 만난 게 운이 좋다. 최근에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들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작가님들도 잘 나가다가 삐끗할 수도 있는데 이번에도 마지막회가 마음에 들었다. 찍다가 대본이 나오는건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믿보배’ 이보영에게도 촬영장이 무섭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도망치고 싶었다. 현장 가기 무서웠던 시간도 있었다. 못하니까 겁이 난 시간도 있었다. 이 일이 나와 맞나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순탄하게 여기까지 온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멘탈이 탈탈 털렸다. 넋이 나간 상태였다.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예전 촬영 현장은 지금만큼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사회도 있구나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었다. 요즘들어 생각해보면 내가 연기하는거 되게 좋아하는 거 같다. 힘든 기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현장 공기가 너무 좋아졌다. 현장에 나가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거에 감사하고 있다. 나와 맞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되게 즐겁다”고 말했다.
이보영이 생각과 마음을 바꾸게 된 건 남편 지성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남자친구’ 지성이었는데, 지성이 작품을 연구하고 촬영하면서 굉장히 설렌 모습을 보인 게 신기해 자신도 그렇게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 이보영은 “지성을 만나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현장 가는게 무섭고 그런데 지성은 너무 신나하더라. 그게 되게 신기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신나지 관찰하면서 나도 바뀐 것 같다. 그러면서 바뀐 것 같다. 그게 ‘적도의 남자’였다”고 말했다.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지금의 이보영을 움직이는 건 ‘가족’이라는 원동력이다. 이보영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대행사’ 고아인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찍을 때 마음이 아팠다. 내게는 가족이 되게 큰 힘이고 뭔가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대행사’를 마친 이보영은 새 작품을 촬영 중이라고 밝히며 2023년 열일을 예고했다. 이보영은 “다음 작품들도 전문직이다. 사연 또 많은 캐릭터다. 사연도 많고 부모 복도 없다”고 웃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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