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5년 넘게 정들었던 베트남을 떠나는 이유를 공개했다.
26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는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베트남의 국민 영웅 박항서가 사부로 출연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팀의 감독직을 맡아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베트남 파파'라고 불리는 등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5년 4개월의 감독직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마지막 하루를 '집사부일체' 멤버들과 보냈다.
박항서 감독의 집은 하노이 한복판에 우뚝 솟은 아파트로, 최고층 40층 펜트하우스에 위치해 있었다. 내부는 높은 층고, 거실 옆 넓은 다이닝룸, 높은 벽을 빼곡히 장식한 사부의 업적 박물관, 베트남 정부에서 수여한 각종 표창, 현지 팬들이 보내준 선물, 환상적인 40층 전망대 등이 눈에 띄었다.

이대호는 "저길 보니까 뭔가 자꾸 올라온다"며 한쪽 벽면을 가리켰고, 그 곳에는 3급 노동 훈장, 2급 노동 훈장, 베트남 우호 훈장 등이 걸려 있었다. 박항서는 "2급 훈장은 외국인으로선 내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받았다고 들었다"고 민망해했다.
박항서 감독은 "예전에는 관사에서 지냈는데, 관사에 있다가 이 집을 샀다. 중요한 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좋아했다. 뱀뱀과 도영은 "(베트남을 떠나면) 이 집은 어떡하냐? 월세로 돌리냐? 저희 좀 빌려주시면 안 되냐?"고 물었고, 박항서는 "집사람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잘 모른다"며 웃었다.
보통 외국 감독의 평균 수명이 8개월인데, 박항서는 5년 넘게 베트남에서 살아 남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베트남 스포츠 역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 멤버들은 "그런데 왜 감독질을 그만두려고 하느냐?"고 질문했고, 박항서 감독은 "여기 올 때 '1년만 버티자'라고 생각했고, 2년이 끝나고 주위에서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나라'고 권유했다. 근데 그때는 아닌 것 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고, (책임감으로 달리다보니) 어느덧 5년이 됐다"며 "5년 전에 왔을 때 우리 선수들이 지금 대표팀에 50%가 남아 있다. 그때는 선수들이 월급도 못 받거나 적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전부 벤츠로 바뀌었다. 그만큼 환경이 바뀌었고,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 5년 전 헝그리 정신을 얘기하면 느낌이 안 올 수밖에 없다. 정신 상태를 다른 정신으로 바꿔야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항서 감독은 "과거에는 정말 배고파서 헝그리 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배고프지 않다. 그건 새로운 감독이 와서 바꿔야 한다"며 "나도 여기 있으면 정체돼 있고, 우리 선수들도 그런 문제가 있으니까 '지금 갖고 있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야 애들도 변하고 나도, 축구도 발전되겠다 싶었다. 서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야겠다 생각해서 가는 것"이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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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사부일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