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풍선’ 서지혜, 욕먹는 주인공 봤어? “새로운 내 모습, 용기 얻었다”[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2.28 13: 09

 배우 서지혜가 ‘빨간풍선’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빨간풍선’은 우리 모두가 시달리는 상대적 박탈감, 그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26일 마지막회가 방영된 가운데, 종영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지혜는 “짧은 시간에 20부작을 찍었다. 5개월 밖에 안 되더라.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시원하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 감정들이 교차한다. 그래도 뿌듯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극중 서지혜는 좋아하던 고차원(이상우 분)을 친구 한바다(홍수현 분)에게 빼앗기고, 4년간 뒷바라지하던 남자친구 권태기(설정환 분)에게 버림받은 후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욕망을 드러내는 조은강 역을 맡았다. 특히 조은강은 한바다를 향한 질투심에 고차원과 불륜까지 저지르는 인물.

서지혜는 “제가 작품을 선택하기 전엔 대본이 없었다. 인물 관계도나 캐릭터 설명 정도만 보고 작품에 참여했고, 전체적인 줄거리는 잘 몰랐다. 대신 문영남 작가님이 워낙 대작가님이시니까 한번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미팅 때 작가님이 ‘은강이가 0에서 100까지 감정을 다 쓸 수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색깔이 나올지 모르니 마음가짐을 하얀 도화지처럼 해서 와라’고 하셨다. 그 말에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믿음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빨간풍선’은 일반적인 불륜 소재의 드라마와는 달리 주인공이 불륜 가해자가 되는 색다른 전개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서지혜는 “주인공이 무조건 착해야한다는 클리셰를 부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내면에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려면 악보단 선을 많이 끄집어 내야하고, 악을 잠재우려고 노력하며 살지 않나. 은강이는 그렇게 살다가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다 보니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것을 찾고자 하는 마음들이 남들한테는 악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라서 극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다 보니 불륜이라는 게 부각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서지혜는 시청자들에게 조은강이라는 캐릭터를 설득 하는 것 보다는 “대본 안의 은강이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은강이는 설득을 할 수 없는 캐릭터기때문에 ‘이런 감정도 있다’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뒀다. 가끔씩 한 신에 두, 세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시청자의 몫이다. 은강이처럼 친구 관계에 있어서 자격지심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은강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쟤 왜 저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설득보다는 대본 안에 써진 은강이의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은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모호함이 있는 어려운 캐릭터”라고 설명한 서지혜는 “작가님이 클리셰를 깨고싶어 하셨던 것 같다. 보통 주인공은 욕을 안 먹지 않나. 그런데 이 드라마는 주인공을 욕하게 만든다. 저도 드라마 오픈 전까지 과연 어떤 반응이 올까 조마조마함도 있었는데, 중간부터는 그냥 ‘차라리 욕을 먹자’고 생각하면서 갔던 것 같다. 오히려 은강이를 보고 욕도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은강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많았다. 그중에서도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너를 위해 살아라’라는 말을 제일 해주고 싶더라. 항상 가족을 위해서, 아니면 남을 위해서 희생아닌 희생을 하면서 그런 욕구들을 참아왔기 때문에 이 친구가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조금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했다면 그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간 서지혜는 지적이고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멜로 연기를 선보여 왔다. 하지만 ‘빨간풍선’에서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불륜녀 연기로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깨부쉈다. 이에 그는 배우 커리어에서 ‘빨간풍선’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냐고 묻자 “재미난 작업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물론 힘들었다. 현타가 올 때도 있었다. 어렵고, 너무 연기를 못하는 것 같고,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물론 자신의 연기를 만족하는 배우는 없지 않나. 이번 작품은 더 심했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서 이런 것도 해보니까 색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작품이 저한테 어떤 의미라기보다는 그냥 항상 작품을 끝낼 때마다 뭔가를 배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새로운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좀 더 과감하고 용기있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을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빨간풍선’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는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보는내내 은강이 욕하면서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셨다면 배우로서 뿌듯할 것 같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데뷔 이래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던 서지혜는 이번 작품을 끝마침 후 잠시 쉬어갈 계획이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작품은 없다. 그동안 많이 달려와서 쉼표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력적으로 에너지적으로 고갈된 느낌이 있어서 잠시 쉬다가 곧 작품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지혜가 약 20년간 슬럼프 없이 활동해온 것은 무딘 성격 덕분이었다. 그는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슬프면 슬프다, 기분 나쁘면 나쁘다,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잘 흘러갔던 것 같다. 그 순간을 잘 넘기면 현재를 잘 살다 보면 그게 어느순간 지나가 있더라. 모든 일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순리대로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앞으로 활동 역시 “물 흐르듯이 하고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가늘고 길게’라고 얘기를 했었다.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며 걸어간다면 어떤 청사진이 그려진다 한들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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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음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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